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 키우기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 사람이 지닌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가르친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의 태도를 지켜봄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은 무엇일까? 사랑과 관심과 통찰력만으론 부족하다. 뉴욕 대학원 심리학과 조교수인 하임 기노트는 ‘훌륭한 부모가 되려면 기술이 필요하다’고 부모 되는 기술의 필요성을 갈파하고 있다. 그런데 그 기술의 제1조항이 ‘행복한 결혼생활’이어야 함이 최근 여러 연구조사 결과 확증됐다. 아이에게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곧 부모 자신의 행복한 결혼생활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릿 저널이 최근 ‘일과 가족’이라는 난을 통해 보도한 부모의 긴장된 결혼생활이 신생아에게 미치는 영향의 상관관계를 짚어보면서 부모의 일상 생활이 아이의 성격과 인격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다.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부모의 태도·행동 통해
더 많이 영향 받는법
행복한 결혼생활하는
부모의 모습 지켜보며
감정 절제·인격 형성
삶이란 매일 매일 진행되는 일과의 연속이다.
사소한 일들과 주기적인 다툼, 즉각적인 해결을 요하는 돌발사고들이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어떻게 보면 문제 해결의 긴 행진이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가운데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한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다.
여자는 꽃은 피어야 하는 것이고 약은 병 안에 있어야 하고 스위치를 넣으면 전기가 들어오고 끄면 전기가 나가는 것처럼 모든 문제는 반드시 해결책이 있다고 믿고 있다.
남자는 온 세계가 위선과 불성실과 허위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반드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작정하고 있다.
도둑들에게는 정직하게 사는 법을, 서민층에게는 무엇을 먹어야 영양섭취가 되는가를, 국방부 당국에는 평화가 무엇인가를 가르치겠다는 신념으로 살고 있다. 생활이란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면서 자신은 오히려 자기 방도 치우지 않고 자고 일어나서 침대정리도 하지 않는다.
불완전한 사람끼리, 각자 너무나 다른 생각과 개성을 가진 남자와 여자가 한 지붕 아래 사는데 다툼과 갈등과 소란스러움이 없을 수 없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자녀들은 줄타기하듯 비틀거리고 흔들리면서 용케도 부모의 뒤를 따라온다. 부모 세대들이 이익만을 추구하여 친구를 사귀고, 머리가 비어 있는 것을 수치로 생각하지 않으며, 정의를 외면하고 불의와 타협하는 뻔뻔한 짓까지도 어느새 답습하면서…
문제는 이처럼 모든 아이들은 부모들이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행동을 통해서 배운다는 것이다. 이건 아주 어릴 때부터 아니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여러 연구조사 결과 속속 밝혀지고 있다.
행복하지 않은
커플의 신생아는
더 자주 울고 칭얼
워싱턴대 연구팀 사례 조사
‘부모의 건강한 관계는 아기의 감정과 자제력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워싱턴대학의 심리학 교수 존 갓트맨은 밝히고 있다. 그는 45쌍의 커플과 그들의 3개월된 신생아의 감정과 심리상태를 조사 연구한 결과 부부의 결혼문제는 집안의 분위기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아기와 놀아주는 태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그들이 결코 아기 앞에서 싸운 적이 없어도 아기들은 바이러스처럼 깔린 그 긴장을 알아차리고 더 자주 울며 보챈다는 것이다.
그는 파트너간에 주고받는 언어, 바디 랭기지, 얼굴 표정 등을 긍정적, 부정적, 중간 등으로 구분하고 이를 수치로 표식하며 아이의 심리상태와 행동을 비교 분석한 결과 파트너간에 서로 비평적이고 부정적인 커플은 아기와 놀아줄 때도 아기가 정상적인 안정을 찾을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 주지 않고 과잉반응을 보여 아기가 더 쉽게 울고 더 칭얼대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실례로 한 커플의 경우 남편이 아내가 임신했을 때부터 아내가 거대한 고래 같다고 생각하며 불평을 했고 아내는 이런 남편을 못마땅하게 여겼는데 아기가 태어나자 엄마는 아기에게 과잉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아기는 이런 엄마에게서 떨어지려고 노력하는 기색까지 보였다. 아기가 엄마로부터 멀어지려고 하자 엄마는 아기의 머리를 자신 쪽으로 돌려놓는 과정에서 말도 못하는 아기는 울음보를 터트리며 짜증나게 울기 시작했다.
갓트맨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67%의 햇병아리 부모들은 아기를 낳은 후 결혼 만족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젊은 부모들은 자신의 결혼생활의 만족도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를 충분히 인식하고 아이를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키우기 위해서라도 부부 관계를 먼저 반석 위에 세우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갓트맨 교수는 강조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부가 서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여는 동시에 서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런 도움을 서로 칭찬해 줄 수 있는 팀웍이 있어야 아기를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그리고 자제력 있게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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