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원들이 학생의 필요와 형편에 맞춰 등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 얼마든지 경제적으로나 시간 면에서 융통성 있게 사교육을 활용할 수 있다. 타운의 한 학원에서 학생들이 부족한 부분을 보충 받고 있다.
미주 한인 가정의 과외수업 실태와 지출 비용을 보면…
방학땐 평소보다 2배
부모중 한사람은 일 못해
수입까지 줄어 이중 타격
“평생 돈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한 적은 없었다”는 김모씨(50). 그는 요즘 “최근 들어 스스로 빈곤함을 느낄 때가 잦아 원인이 뭔가 곰곰 생각해 봤더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아이들 사교육비가 중요 원인이더라”고 한다.
10학년과 7학년의 두 자녀를 둔 김씨가 방학동안 학원비와 각종 레슨비 등 사교육비로 한 달에 지출하는 돈은 1,800여 달러. 학기 중에 드는 사교육비 보다 600∼700달러가 더 든다. 맞벌이이긴 하지만 가장이 반달에 한 번 받아오는 페이롤첵이 1,500달러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부담이 아니다.
올 가을 고교 진학 예정인 정모씨(47·LA 거주)네 외아들도 방학 중 사교육비가 월 1,200달러 정도. “그나마 올 여름엔 서머스쿨에 등록해 적게 드는 편”이라는 그는 “친척에게 거저 배우다시피 하는 클라리넷 레슨과 주중 매일 가는 검도, 그리고 방과후 픽업해 점심식사와 1시간30분 짜리 영어 보충 클래스를 제공하는 학원에 보내는 것이 전부지만 서머스쿨 대신 캠프라도 보낼라치면 액수는 금새 2배 가까이 불어날 것”이라고 벌써 내년이 걱정이다.
자녀의 사교육비 부담이 4년 전에 비해 80%나 늘었다는 한국의 사교육비 문제가 남가주 한인들에게도 더 이상 강 건너 불 구경이 아니다. 바람직한 자녀 교육을 이유로 이민 온 미주 한인들도 해가 다르게 불어나는 사교육비에 휘청대는 것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해 여름 방학 고교생 딸 둘을 한꺼번에 SAT 학원에 보냈더니 4,000달러 정도가 우습게 나가더라는 직장인 조모씨(48·라미라다 거주)나 외동딸의 명문 사립대 진학을 위해 투입한 학원비와 상담비용이 연 4만 달러에 이르렀다는 백모씨(50·행콕팍), 심지어 미시시피강가에서 스왑밋을 하면서 여름방학에 6,000달러짜리 동부 아이비리그 캠프에 자녀를 보냈다는 뉴올리언스 한인의 사교육비 이야기가 이제 더 이상 남 이야기가 아니다.
게다가 사춘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는 자녀교육 때문에 일하는 시간을 줄여 경제부담은 가중된다. “방과후 어른이 집에 없으면 아이들끼리 몰려다니며 혹 나쁜 길로 빠져들까 봐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부모 중 한 명은 반드시 집에서 맞이해 함께 지낼 것을 원칙으로 세워 지난해부터 아내가 하던 일을 줄였다”는 한 한인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교육비는 늘어나는데 일을 줄이니 덩달아 수입도 줄어 가계는 이중 타격”이라고 토로한다.
SAT학원, 월 380~460달러
단과반은 180~280달러선
통합프로그램 최고 2,000달러
학원비가 전반적으로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있다. 타운 학원들의 SAT I 수강료는 주 4회 수업과 테스트를 포함해 월 380∼460달러선. 독해·작문·수학 등 단과반은 주 2회 수업에 과목당 월 180∼280달러선이다.
“하지만 상담을 해보면 여름방학 패키지처럼 상호보완적인 통합 프로그램을 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것이란 판단에 달랑 한 과목만 할 수 없는 현실이라 1,700∼2,000달러는 족히 들게 마련”이라는 게 학부형 김영란씨(39·LA)의 의견이다.
김씨는 11학년이 되는 아들의 오는 10월 SAT 시험에 대비해 이번 여름방학 동안 LA의 한 SAT학원 총정리반에 약 1,600달러를 내고 등록시켰다. “평소 LA지역 공립학교에 보내는 외에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았지만 알아서 공부하는 편이라 마무리하는 셈 쳐 큰 맘 먹고 쪼들리는 살림에 보내고 있다”며 “남들 다하는 마당에 이것마저 안 했다가는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지만 가격이 세긴 세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우수 강사진의 확보와 강사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정기적인 최신 정보 트레이닝, 학습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면학환경 조성 등 최소한의 학원 운영비와 “무엇보다 수강생 개개인의 결과를 따져 본다면 결코 과한 가격은 아니다”는 게 학원 측 주장이다.
엘리트학원 LA 브랜치의 김원아 매니저는 “물론 패키지 프로그램도 있지만 각자의 필요와 형편에 맞춰 수강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얼마든지 경제적으로도, 시간 면에서도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많은 학부모들과 때로 학생 본인의 의지로 필요 이상의 프로그램까지 등록하기 때문에 학원비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주변에서 하니 안 하면 불안하다’는 것이 미주 한인사회의 사교육비 상승을 조장하는 ‘공공의 적’이라는 비난도 있다.
천문학 학습위해 터키로
미술사 견학차 프랑스로
과도한 사교육 자제해야
사립학교 다니며 또 과외′ 연간 수만달러 들기도
이런 사교육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모든 교육비가 곧 사교육비”라는 부촌 지역 한인 가정의 사교육비는 같은 남가주라도 자릿수가 다르다.
브렌트우드에 거주하며 고교생과 초등학생 두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낸다는 김모(43·주부)씨는 6개월 단위로 등록하는 5학년 아들의 독서·작문 학원비로 1,400달러, 월 4회 한글과 산수를 가정 방문해 개인지도하는 데 250달러, 테니스 레슨이 두 달에 180달러로 월 사교육비가 총 570달러 꼴이지만 “가톨릭계 사립학교의 연 학비가 8,200달러니 작은 아이 한 달 사교육비로 약 1,500달러를 지출하는 셈”이라고 말 했다.
또 “10학년 큰 아이는 평소 학교 밖에서 따로 받는 사교육은 없고 여름 방학동안 넉 달간 1,700달러를 내고 주 2회 SAT 학원에 가는 것이 전부지만 연 학비가 2만4,000달러니, 월 사교육비 지출이 4,500달러, 즉 두 아이 사교육비로만 월 6,000달러 정도가 든다”며 더욱이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 명문대 진학을 확실시하기 위한 전문 컨설팅 비로 많게는 수만 달러까지 든다고 하니 걱정이다”고 전했다.
사교육의 종류도 가지각색. 영어, 수학, 예체능 등 교과목 학습에서 요리, 매직, 토론, 모형비행기 만들기, 두뇌개발 등 각종 취미 레슨과 테스트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많은 방학중엔 바운더리가 없다.
팔로스버디스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주위의 한 한인 학부형은 방학이면 천문학 학습 차 터키로, 미술사 견학 차 프랑스로 보내기도 한다”며 “내 아이의 적성을 파악해 도움이 될 만한 뒷받침을 줏대와 소신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자녀교육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사립학교에 보내던 두 초등학생 자녀를 올 가을부터 공립학교로 전학시켰다는 랜초 팔로스버디스에 사는 임모(39·CPA)씨는 “좋은 동네 사는 이점 중 하나가 우수한 공립학군인데 굳이 사립에 보낼 이유가 있는가”고 반문하면서 “세계 최고의 공교육 시스템을 자랑하는 미국의 학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십분 활용할 계획”이라며 “대신 사교육비와 시간을 아껴 여행이나 봉사활동 등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이벤트에 투자할 생각”이라고 뜻을 밝혔다.
기초실력 부족땐 학원등서 보충
장기적으론 자습력 저해 역효과
전문가 조언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 무턱대고 자녀에게 튜터를 붙여주거나 학원에 보내는 것은 오히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자습력을 저해해 장기적으로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선배 학부모들의 하나같은 조언이다.
자녀 셋을 모두 아이비리그대학에 보낸 학부모 김명순(51·라크레센타)씨는 “특정 과목에 대해 자녀 스스로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실제로 성적이 떨어질 때마다 잠깐씩 학원에 보내 부족한 부분을 받쳐주었더니 고비를 넘겨 제 페이스를 유지하더라”며 “상급학교로 진학해 내용과 환경에 변화가 있을 때 특히 어려워했던 것 같았고 그런 식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 그 다음은 곧잘 따라갔으므로 그 이상은 할 필요도, 또 했더라면 오히려 튜터링에 의존해 스스로 공부하는 학습 습관을 해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LA고교의 지경희 카운슬러는 “기초실력이 부족해 도저히 진도를 따를 수 없는 학생이 사설학원의 도움을 받는 것은 권장할 만 하지만 무턱대고 학원에 가면 성적이 오르리라는 막연한 기대나 과신은 학부모에게도, 학생에게도 절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2년간 연년생 남매가 UCLA와 UC버클리에 연이어 입학했다는 학부모 정기은(48·밸리)씨는 “주위 친구들과 선배들이 하는 대로 9∼10학년부터 SAT I, II와 PSAT 등 시험을 앞둔 방학 때마다 학원에서 응시요령을 터득한 후 시험을 치르곤 했다”는 등 융통성 있는 사교육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경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