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합뉴스) 옥 철 강건택 기자 = 한국축구가 중국과 아쉬운 무승부에 그쳤고 북한은 일본을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강철체력’으로 무장한 북한은 김영준의 통렬한 한방으로 월드컵 예선에서 일본에 두번이나 당했던 패배를 깨끗이 설욕했고 본프레레호의 답답함에 실망했던 팬들은 북한의 승리에 아낌없는 환호성을 보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5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개막전에서 후반 7분 순샹에게 선제골을 내줘 패배 위기에 몰렸으나 후반 28분 막내 수비수 김진규가 30m 캐넌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뽑아 1-1로 비겼다.
대회 2연패를 위해 반드시 잡아야할 상대를 놓친 한국은 중국에 충격적인 첫 패배를 당할 뻔한 순간을 모면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국은 후반 30분 이동국이 페널티킥을 실축해 역전 기회를 날렸다.
한국은 중국과의 역대전적에서 78년 이후 26경기 무패(15승11무)속에 공한증(恐韓症)을 이어갔고 본프레레호 전적은 10승7무4패가 됐다.
월드컵 6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뤄낸 본프레레호는 국내파로만 나섰으나 결정력 부족과 수비조직력 불안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다시 한번 노출하며 졸전을 벌였다.
더욱이 안방에서 그것도 중국이 전반 초반 1명이 퇴장당하고 후반 2명이 더 퇴장당해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역전에 실패한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공한증을 떨쳐려 거친 플레이로 나온 중국은 전반 5분 프리킥 몸싸움에서 유경렬을 손바닥으로 가격해 공격수 가오린이 퇴장당했다.
실제 유경렬을 때린 것은 수비수 리웨이펑이었으나 심판 착오로 가오린이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천수 이동국 김진용을 스리톱으로 세운 한국은 새내기 김진용이 전반 37분 결정적인 왼발 슛을 날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정경호를 투입하고 이천수를 오른쪽으로 돌린 한국은 후반 7분 수비 뒤쪽 공간이 뚫려 선제골을 내줬다.
순샹은 골지역 왼쪽 사각으로 쇄도하며 왼발 강슛을 때려 이운재와 골포스트 사이를 뚫었다.
패전 위기에 몰린 한국은 김두현 최태욱을 투입해 반전을 노렸고 후반 27분 김진규의 한방으로 체면을 살렸다.
김진규는 미드필드 오른쪽 프리킥 찬스에서 오른발 아웃사이드 강슛을 때렸고 볼은 강하게 바운드된 뒤 네트 왼쪽 구석을 세차게 파고들었다.
한국은 후반 37분 이동국의 중거리포가 크로스를 맞고 나온 뒤 김동진이 문전을 돌파하다 가오양이 다리를 걸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가오양은 퇴장당했다.
키커로 나선 이동국은 숨을 고른 뒤 오른발 킥을 때렸으나 방향을 읽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한국은 중국의 리웨이펑이 두번째 옐로카드로 또 퇴장당한 뒤 막판 역전골을 따내기 위해 대공세를 폈으나 무위로 끝났다.
김명성 감독으로 사령탑을 바꾼 북한은 15년 만에 밟은 남녘 땅에서 이변을 연출했다.
젊은 피로 세대교체를 단행한 북한은 전반 26분 게임메이커 김영준이 네트를 갈라 한수 위로 평가돼온 일본을 1-0으로 제압했다.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일본에 1-2, 0-2로 패했던 북한은 일본에 3연패 끝에 설욕전을 펼쳤고 역대전적에서 4승2무5패로 대등한 수준에 근접했다.
북한의 정신력과 체력이 ‘지코재팬’의 허를 찌른 한판이었다.
전반 중반 프리킥 위기를 육탄방어로 넘긴 북한은 전반 26분 일본 수비진을 단숨에 무너뜨린 삼각패스로 선취골을 뿜어냈다.
일본 수비수가 어정쩡하게 걷어낸 볼을 낚아챈 김명철은 문전 왼쪽을 돌파한 뒤 중앙의 김철호에게 내주자 김철호는 뒤에서 달려들든 김영준에게 패스했고 이날의 히어로 김영준은 강력한 오른발 땅볼 슛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왼쪽 네트가 출렁이는 순간 골키퍼 가와구치도 멍하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후반전의 사나이’ 오구로를 앞세운 일본은 반격에 나섰으나 몸을 아끼지 않는 북한의 육탄수비를 뚫지 못했다.
수비수 남성철은 전반 골문안으로 빨려드는 볼을 헤딩으로 쳐낸 데 이어 발로도 한골을 막아냈고 골키퍼 리명덕은 후반 41분 오구로의 결정적인 리바운드 슛을 몸으로 막아내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브라질과 비겨 상승세를 탔던 일본은 북한의 기동력에 막혀 첫 패를 떠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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