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출신 대학원생 조교들이 영어를 못해서 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불평이 많다는 기사가 한달 전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그리고는 며칠 후 한 독자의 편지가 게재되었다. 그가 30년 전 피츠버그 대학 조교였을 때 학생들이 수학과목에 낙제하면서 그 강사의 영어를 핑계로 대며 불평했는데 그 강사의 고향은 미주리 주였다는 것이다.
대학강사인 나도 학기말 수업 평가에서 영어발음을 불평하는 학생들의 글을 간혹 읽는다. 처음엔 자책감과 부끄러움에 잠을 못 이루었으나 10여년이 지난 요즘은 다르다. 한국에서 태어나 20대 중반에 미국에 왔으니 나 스스로 만족치 못한 영어로 강의해 왔으나 같은 수업인데도 과분한 칭찬속에 감사를 표하는 미국학생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학생이던 시절에도 외국인 조교가 많아 같은 문제로 신경을 썼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대학원 입학수준의 토플 성적을 낸 사람들이기에 웬만한 영어실력을 갖추고 있어서 결석없이 강의를 열심히 듣고 복습, 예습을 충실히 하며 면담도 청하는 동안 많이 배우고 좋은 성적도 받을 수 있었다.
대학가의 잡지인 ‘고등교육 크로니클(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4월호에도 같은 소재의 글이 실렸었다.
지난 1월 노스 다코타에서 강사의 영어부족을 서면 불평하는 학생들에 대해 그 과목의 성적을 기록에서 없애주고 수업료 전액을 회수해 주며 전체학생의 10%가 불평할 경우 그 조교를 강의가 없는 직책으로 옮기자는 안이 주의회에 제출되었다는 내용이다.
조교들의 미래를 학생들 손에 쥐여 주자는 이 안은 대학가에 커다란 물의를 일으켰다. 결국 그 안은 수많은 고등교육 전문가와의 모임 끝에, 조교들의 대화 기술에 대한 새 정책을 마련할 것과 학생들의 불평을 공식적으로 처리할 것을 주 고등교육부에 촉구하는 정도로 수정되어 3월에 통과되었다.
잡지 기사에는 1988년 조지아 대학의 도널드 루빈 교수가 대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실험이 소개되었다. 같은 실력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교실에 두고 오하이오 주 중부 발음의 똑같은 강의를 들려주면서, 슬라이드로 한 그룹엔 중국인 강사를, 또 다른 그룹엔 차림새와 태도가 유사한 미국인 강사를 비춰주었다.
강의가 끝난 후 강의 내용의 괄호 넣기 시험을 실시하니 중국인 강사 그룹이 미국인 강사 그룹보다 20%나 저조한 성적을 냈다. 이후 몇 년 동안 실시된 같은 실험들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막연했던 사실을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증명한 그는 이젠 학생들이, 가끔 관사를 생략하거나 ‘R’과 ‘L’ 발음을 바꿔 말하기는 하지만 자신보다 고급의 단어를 쓰는 조교들의 영어를 알아들으려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화 시대에 기업의 성공은 세계에서 쓰여지는 영어를 잘 듣고 이해하는 것에서 비롯된다며 듣는 기술을 졸업 필수 조건으로 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의 실험결과는 대학밖에도 큰 경종을 울린다. 특히 직업상 영어를 필수로 구사해야 하는 이민자와 후세들에겐 공포로 다가온다.
이미지가 주는 선입견은 자연 현상이라 미국인만 나무랄 수는 없다. 미국인들이 노력을 통해 선입견을 바꾸는 동안 우리도 나름대로 그들 가까이 다가가 우리와 우리의 문화를 소개한다면 보다 나은 미래가 보다 빠르게 실현되지 않을까?
기사 끝에서 중동과 남미에 가면 모두들 미국인과 대화해야만 발전이 온다며 어떻게든 미국인과 대화해보려고 기를 쓴다는 구절을 읽으며 한 얼굴이 떠올 랐다.
미국에서 태어나 영문과 대학원을 마친 한인 2세로 한국의 대학부속 한국어 학교를 다니느라 몇년전 한국에 1년간 머물었던 친지였다. 친구도 사귀고 문화도 배울 겸 영어학원 강사모집에 응모했으나 학원은 고등학교를 제대로 졸업했는지도 모르는 미국인을 뽑았다.
영어권 본토인으로만 구성된 영어학원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는 요즘은 더욱 그럴 것이다. 모국에서까지 그런 일을 겪은 그가 얼굴에 자신감을 갖고 있기를 빈다.
김보경
북 켄터키 주립대학
전산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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