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 쪽씩만 먹어도 “만병통치?”
고기·생선 잡냄새 잡아주는 향신료 으뜸
얇게 썰어 볶음밥 위에, 살짝 구우니 웰빙
커다란 상추 위에 노릇하게 구운 삼겹살, 편으로 썬 생마늘 몇 개 얹어 쌈장 듬뿍 찍어 먹는 모습을 보면서 ‘매운 생마늘을 먹을 수 있으면 어른이 되는 건가보다’라고 어렴풋이 느꼈던 어린 시절의 마늘은 매운맛 그 자체였다.
하지만 하얗고 통통한 마늘 한 알에는 혀끝 아리는 매운맛 외에도 ‘암에서 감기까지’ 다양한 효능을 발휘하는 고마운 성분이 담뿍 담겨 있다. 마늘을 매일 한쪽씩 먹으면 위암과 결장암을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춰 심장병, 뇌혈관 질환, 동맥경화 등 각종 혈관 질환에 효과적이며, 몸이 차고 혈압이 낮은 사람의 몸은 따뜻하게 데워준다. 이밖에도 마늘을 즐겨 먹으면 몸의 노폐물 배설을 촉진하여 비만 예방과 다이어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그야말로 ‘만병통치’ 식재료다.
건강에 좋은 마늘의 위력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요즘은 마늘 특유의 향 때문에 먹기를 꺼려하던 사람들까지 마늘 먹기에 열심이다. 미국 푸드 채널의 인기 셰프인 에메럴 라가시(Emeril Lagasse)는 그가 만드는 요리마다 마늘을 넣기로 유명한데, ‘뱀(bam)’하며 특유의 모션으로 요리에 마늘을 뿌리듯 넣을 때마다 방청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는 것을 보면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이미 마늘은 인기 먹거리가 된 듯.
사실 마늘은 한국 음식을 만들 때 빠져서는 안될 ‘감초‘같은 존재다. 국 끓일 때, 나물 무칠 때, 김치 담글 때 주로 곱게 다진 마늘을 넣어 맛을 내는데, 주재료가 무엇이든 그것과 잘 어우러져 전체 요리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양념 구실을 톡톡히 한다.
고기를 양념에 재거나 생선 요리를 할 때 사용하는 마늘은 맛을 내는 양념뿐 아니라 고기와 생선의 잡 냄새를 잡아주는 향신료로도 손색이 없으며, 고기를 구울 때 곁들이는 구운 마늘은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훌륭한 사이드 디시가 된다. 특히 삼겹살과 함께 곁들여 먹는 구운 마늘은 기름에 튀긴 듯 바삭하면서도 느끼한 돼지고기의 맛을 상큼하게 정리해 준다.
양념으로, 향신료로, 사이드 디시로의 마늘 외에도 메인 요리로서 마늘의 맛을 즐기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통마늘을 겉껍질만 손질해 윗부분을 조금 잘라 낸 뒤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춧가루 등을 뿌려 오븐에 구워내면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메인 메뉴 전 내오는 근사한 애피타이저가 된다. 주말 저녁 갑자기 생각나는 맥주 한잔에는 마늘 한 톨에 베이컨을 돌돌 말아 이쑤시개로 고정시킨 후 프라이팬에 지져 내거나, 여기에 데리야끼나 바비큐 소스를 넣고 살짝 조려내면 간단하면서도 폼 나는 안주로 손색이 없다.
구운 마늘의 고소함과 담백함을 좋아한다면 볶음밥이나 스테이크 위에 얇게 편으로 썬 마늘을 기름 넉넉히 두른 프라이팬에 튀기듯 볶아 올려 내면 색다른 마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밖에도 버터에 다진 마늘을 넣어 만든 마늘 버터를 발라 오븐에 구운 마늘 빵이나, 적당한 크기의 알감자를 반쯤 쪄낸 후 마늘 버터를 넉넉히 두른 팬에 노릇하게 구워내면 고소한 마늘 향이 건강을 지켜줄 것 같은 웰빙 간식거리로도 그만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우리 입맛에 딱 맞는 마늘 요리라면 새콤달콤한 간장과 식초에 한동안 넣어 두었다가 삭혀낸 마늘 장아찌가 최고. 특히 시원한 물에 만 밥 한술과 함께 먹는 아삭아삭한 마늘 장아찌는 입맛 없는 여름 반찬으로 인기인데, 만드는 방법도 그다지 어렵지 않아 집에서 직접 담가 두고 가끔 꺼내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애피타이저로 술안주로, 간식으로 또 입맛 돋우는 반찬으로 몸에 좋은 마늘로 만든 간단한 요리와 건강에 좋은 마늘 활용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건강에 너무 좋은 식재료인 줄이야…
살을 빼주는 ‘초마늘’
공복에 두 세 쪽씩 하루 세 번 먹으면 다이어트 도움
장아찌 만드는 방법과 비슷하나 식초만 넣고 절인 초마늘은 훌륭한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일명 ‘초마늘 다이어트’라고 불리는데, 식초에 절인 마늘을 공복에 두 세 쪽씩 하루 세 번 먹거나 감식초에 마늘을 담가 두었다가 마늘 촛물을 아침저녁으로 마시는 것이 다이어트의 전부다. 특별히 식사 제한을 하지 않기 때문에 즐겁게 살을 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초마늘은 혈액순환을 촉진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 주며 특히 변비로 인해 하복부에 군살이 있거나 얼굴과 다리에 부기가 있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초마늘을 빈속에 먹기가 꺼려진다면 요구르트와 함께 먹는 것이 무난하다. 강한 마늘 향이 싫다면 요구르트에 마늘가루를 타 먹는 방법도 한번 시도해 볼만하다.
만성 피로에 좋은 ‘꿀탕 마늘’
술 마시기 전에 먹으면 간을 보호해 준다는 보양식
다이어트가 절실한 여자들에게 ‘초마늘’이 있다면, 피로에 시달리는 남성들에게 ‘꿀탕마늘’이 있다.
중국 황제의 보양식으로 알려진 꿀탕마늘은 특히 술 먹기 전에 먹으면 간을 보호해 준다고 알려져 있다.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우선 마늘을 으깨어지도록 푹 삶은 다음 살짝 데운 꿀과 함께 섞어 유리병에 담고 2-3일 정도 지난 후에 아침, 저녁으로 한 숟가락씩 먹으면 된다.
두번째는 마늘을 깨끗이 손질한 다음 커다란 병에 마늘 5컵과 꿀 5컵을 넣고 밀봉하여 한달 간 삭힌 후에 먹는 방법이 있다.
마늘을 이용한 각종 요리들
★베이컨 마늘조림
▲재료: 베이컨 200g, 마늘 20쪽, 참기름 약간씩, 꼬치 적당량 조림장용(간장 1 1/2 큰술, 물엿 1 1/2큰술, 청주 2큰술, 후춧가루 약간, 물 1/3컵)
▲만들기: 통마늘에 베이컨을 감아 꼬치에 끼운다. 냄비에 조림장을 넣고 끓기 시작하면 재료를 넣어 마늘이 익을 때까지 조린다.
양념장이 자작하게 다 조려지면, 참기름을 넣고 고루 뒤섞는다. 접시에 담고 통깨를 뿌린다
★통마늘 오븐 구이
▲재료: 통마늘 4개, 올리브유 5큰술, 말린 로즈메리 약간, 월계수잎 2장,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통마늘은 겉에 있는 얇은 껍질만 제거하고 윗면을 살짝 잘라준다. 오븐 팬에 통마늘을 올리고 그 위에 올리브유와 소금, 후춧가루를 뿌린 다음, 허브를 얹어 화씨 400도로 예열한 오븐에 20분 정도 굽는다.
여기에 올리브유를 살짝 더 끼얹은 후 다시 10분 정도 구워낸다. 색이 너무 진해지는 게 싫으면 쿠킹호일을 덮어 구우면 된다.
★마늘 장아찌
▲재료: 마늘 40쪽, 물 2컵, 굵은 소금 5큰술, 물 1컵, 현미식초 1컵, 굵은소금 3큰술, 진간장 3큰술
▲만들기: 깨끗이 손질한 마늘을 밀폐 유리병에 담고 물 2컵에 굵은 소금을 녹인 다음 마늘을 담은 유리병에 녹인 소금물을 붓고 서늘한 곳에 1주일 동안 둔다.
냄비에 물 1컵, 현미식초 1컵, 굵은소금 3큰술, 진간장 3큰술을 넣고 끓여 완전히 식힌 다음 미리 삭혀둔 마늘에 부어 서늘한 곳에 둔다.
하루가 지난 후에 간장 식촛물만 따라내어 다시 한번 끓여 식혀서 부어준다.
이틀이 지난 후 다시 한번 간장 식촛물만 따라내어 다시 팔팔 끓여서 식힌 다음 병에 부어 서늘한 곳에 두고 먹는다.
■궁금해요
마늘 냄새, 없앨 수 있나요?
아무리 몸에 좋고, 입맛을 돋워주는 마늘이지만 ‘글쎄’ 하고 꺼려지는 건 먹고 난 다음 감당할 수 없는 특유의 마늘 냄새 때문. 마늘을 먹은 후 입안에 배인 냄새를 없애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커피 원두, 땅콩, 우유 등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는다든지, 녹차를 입안에 한동안 머금고 있거나, 사과 한 쪽을 먹으면 된다. 이중에서 사과 한 쪽이 가장 효과적인데 사과 속의 폴리페놀과 효소가 마늘 냄새를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마늘이 녹색으로 변했는데…
간혹 깐 마늘이나 다져놓은 마늘이 녹색으로 변하는데 이것은 마늘 속에 들어있는 효소작용에 의한 것으로 마늘을 저온 저장할 경우 휴면기에 있던 효소가 밖으로 나오면서 활성화되어 나타나는 것. 마늘 성분 자체는 파괴되지 않으며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으므로 그냥 먹어도 무방하다.
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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