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과 매너
여러 인종이 섞여 사는 아파트에 오래 살다보니 한국사람의 특성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사람은 ‘소리 지르는 민족’이다.
‘아무개야~’ ‘엄마아~’ ‘야! 빨리 와~’ 아파트 건물 안팎에서 소리지르는 사람은 반드시 한국사람이다. 마켓이나 상점에서도 큰소리로 떠들며 샤핑하는 사람들을 보라. 언제나 우리들이다.
한국사람은 또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이다. 우리 집 아파트는 1층에 위치해 있어 오가는 사람이 들여다보기 쉬운데 미국사람들은 절대 쳐다보지 않건만 한국사람은 지나가면서 꼭 안을 들여다 본다. 그러한 무례는 식당, 찻집 같은 데서도 늘 겪는 일. 식당에 들어서면 왜 그렇게 사람을 쳐다보는지, 아래위로 훑는 눈길,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길, 마주쳐도 무안한 기색조차 없는 눈길들이 기분 나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한국사람은 또한 ‘자기만 편하면 되는 사람들’이다. 식당에서 신발 벗고 의자에 발을 올린 채 식사하는 사람들이 대표적 예로써 이런 사람들은 모든 매너가 자기네 안방 식이며, 올린 그 발을 손으로 주무르기까지 하는 사람은 ‘공공의 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식사할 때 다 함께 먹는 음식을 자기 숟가락으로 온통 휘젓거나, 먹던 젓가락으로 반찬마다 들척거리는 사람들도 같은 부류. 가족이나 친구처럼 절친한 사이에서 너무 깔끔을 떨어도 밥맛 없지만, 결코 침 섞고 싶지 않은 사이인데 다 뒤적거려 놓는 것은 더 밥맛 떨어지는 일이다.
특별히 한국 ‘남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화장실과 식당, 사무실과 욕실을 좀 분간해 달라는 것이다. 가래를 목에서 있는 대로 끌어 모아 쓰레기통에 크악 뱉는 일, 식당에서 큰 소리로 트림을 꺽꺽 하는 일, 코를 팽 풀어낸 휴지를 먹던 그릇에 담아두는 일, 물 한모금 입에 물고 푸카푸카 양치하는 일… 정말 불쾌하고 창피한 일들이다.
한인타운 8가에서 탑스 아트 서플라이를 운영하는 조애나 박씨는 평소 매너 없는 한인들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교양 있는 주부가 됩시다’ 캠페인이라도 펼치고 싶다는 그녀가 지적하는 한인 노 매너 첫째는 가게 들어오면서부터 셀폰으로 전화하는 것이다.
“뭐하니? 로 시작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계속 하지요. 전화기를 어깨에 낀 채로 물건 고르고, 계산하고, 나갈 때까지 끊지 않아요. 남에 집에 들어갈 때는 하던 전화도 끊고 들어가는 것이 상식 아닌가요? 그런데 이건 들어오면서 걸기 시작하여 계속 떠드니 시끄러운건 둘째치고 사람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라 언짢기 짝이 없지요”
두 번째는 ‘어서오세요’ 인사를 해도 받지 않고 ‘도와드릴까요’ 물어도 아무 대꾸를 않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일부러 “Are you Chinese?”라고 묻는다는데 그래도 아무말 안 하다가 돈 낼 때가 되면 깎아달란 말은 한국말로 한단다.
또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은 남의 가게 뒷문으로 들어와 앞문으로 나가는 사람들. 뒤쪽 파킹랏에 차를 세우고는 한 블럭 돌아가기 싫으니까 남의 가게를 통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지나가면서 ‘지나가도 되냐’고 한마디 물어보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런 사람이 절대 없는 것은 물론 뭐라 한마디하면 ‘다음에 와서 물건 사면 될거 아니냐’고 되레 화를 낸단다.
교회와 학원에서 한국전통 예절을 가르치는 이재정씨는 “한국 애들과 외국 애들에게 똑같이 예절을 가르쳐도 외국 아이들은 너무 좋아하며 잘 배우는데 한국 애들은 이상하게 잘 안 따라한다”고 말한다. 히스패닉이나 다른 동양권 아이들은 한번만 가르쳐주어도 선생님마다 찾아다니며 한국식으로 꾸벅꾸벅 인사하는데 한국아이들은 마지못해 형식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나는 가정교육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집에서 하면 부모가 잘 받아주고 칭찬해주며 자신도 적절한 매너를 갖춰야하는데 많은 한국부모들이 귀찮다고 안 받아주니 아이들이 쑥스러워서 안 하는 것이다. 예절은 매일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교양과 매너란 머리로만 알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 우리의 행동에 배어있어야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쓰고 보니 나는 마치 교양 되게 있는 여자인 것 같아서 좀 그런데, 교양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교양 없다 소리 들을까봐 주의는 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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