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부모가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버리고 여러 가지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들을 복잡한 도심에서 이끌어내기 위해 주거환경을 바꾸고, 환경을 바꾸면서 직업을 바꾸어야 할지도 모른다. 혹은 장소와 직업을 바꿀 때 생기는 변화에 맞추어 삶의 기준을 낮추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명품대신 튜더비에 더 관심을 쏟게 되고 외식대신 캠프비용에 더 중점을 둬야 하는 생활….
이 처럼 부모들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거나 소비수준을 낮추면서까지 자녀를 위해 헌신하지만 못해주는 부분,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맞벌이 부부가 사상최대로 늘어난 현재 방과후 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부모 없는 사각지대, 그 시간대에 청소년들은 집에서 혼자 무엇을 하면서 보낼까 ? 그리고 여기에 대한 우리 모두의 해법은 무엇인가?
탈선유혹 노출, 우리 아이 안전한가
외로움에 컴퓨터게임·채팅 빠지기 쉬워
청소년 범죄발생 오후 3~4시에 최다
부모 관리없는 10대가 성병 감염률 높아
매일 수 백만명의 중고생들이 방과후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 텅 빈집으로 향한다.
초등학교 때는 혼자 집에 있기에는 너무 어려 학교내 키즈 코너나 학원 같은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가하지만 어느 정도 홀로서기가 가능한 중고교생들은 스스로 열쇠를 따고 집으로 향하는 열쇠아동(latchkey kids)대열에 참여한다.
미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풀타임으로 일하는 양부모가 많은 시점이다. 동시에 열쇠아동의 숫자도 당연히 최고점에 달해 있다.
미 전국 취학학생은 총 4,900만명. 이중 30%에 가까운 1,500만명이 1주일에 적어도 3일은 혼자 방과후를 보내는 열쇠아동이다.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혼자 열쇠를 열고 집에 들어가서 점심이나 스낵을 챙겨먹고 숙제를 하는등 어느 정도 혼자 시간관리를 할 수 있는 연령대. 그러나 물론 완벽하지 않다. 숙제를 하고 책을 읽어야 한다고 작정했던 마음은 섹스, 약물, 알콜, 인터넷 음란 사이트, 공격적인 비디오 게임, 위험한 놀이의 유혹에 흔들리기 쉽고 그 중에서도 가장 나쁜 외로움이나 심심함과 맞대면해야 한다.
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어른의 보호관리가 없이 홀로 시간을 많이 보낸 10대일수록 성적으로 활발한 생활을 하고 있으며 성병에 더 많이 감염되고 있다(1,500만명의 10대 중 매년 25%가 성병에 감염되는 추세다). 또 연방 법무부에 의하면 청소년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는 바로 방과후 오후 3∼4시. 역시 그 시간대가 청소년 범죄 피해자도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이기도 하다.
컴퓨터도 안전한 항구가 아니다. 혼자 집에 있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는 부류에 비해 온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웹사이트 서핑도 하지만 친구와 채팅도 하는 관계로 온라인 채팅룸은 오후 3시 이후면 불이 붙는다.
존스 합킨스대학의 인구 및 가족건강 회장 로버트 블럼에 의하면 청소년 비행의 최대 요인은 ‘어른의 관여부족’(lack of adult involvement)이다. 이는 피부색, 인종, 가구수입, 가족구조등 그 어떤 요인보다 청소년 비행에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청소년의 최대의 적은 외로움이나 심심함이라는 것을 부모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는 ‘외로움이나 혼자 있는 시간을 잘 관리할 수 있으면 그는 이미 영웅’이라고까지 표현하며 아직 인격의 골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영웅이 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다 자라지 않은 나무에서 열매를 기대하는 것과 같은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열쇠 아동’관리는
대화통한 관심 공유
알찬 방과후 프로로
방황 요소 줄여야
청소년 비행의 최대 요인이 어른의 관여부족과 할 일없는 심심함이라면 해법을 유추할 수있다. 양이 풍부하지 않은 가운데 질적 향상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맞벌이 부부들은 청소년 자녀가 혼자 있게 되는 시간이 부모와의 결속력이 약해지는데 기여하지 않도록 함께 있는 시간만은 질높게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홈 얼론 아메리카’(Home -Alone America)의 저자 메리 에버스타트는 열쇠아동을 스스로 돌보는 아이들(self-care child)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며 비만, 심리치료 약 복용증가 등 보이지 않는‘숨은 전염병’이 번지고 있는데는 스스로 돌보는 아동이 증가하는 것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이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을 위한 질 높은 방과후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서 현재 등록하지 않고 혼자 집에 있는 1,530만 청소년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부모들은 오후시간에 혼자 있을 자녀를 위해 부정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기분은 어떤지, 저녁에는 무엇을 먹고싶은지 사소한 것이라도 자꾸 질문하고 간섭해 자녀의 삶에 깊이 관여하는 것이 아이의 방황을 잠재우는 한 방법이다.
미시간대학이 작년에 조사한 보고서 발표에 따르면 요즘 청소년들은 학교와 숙제에 보내는 시간이 20년 전보다 주당 7시간이나 늘었으며 부모의 70%가 자녀가 집에 있을 때 일정시간은 공부를 한다고 보고 있으며 25%의 부모들은 자녀가 혼자 있는 시간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부 사실일지도 모른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틴에이저의 성행위가 줄어들었으며 안전한 섹스도 전보다 늘어나고 있다. 알콜과 약물 사용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며 청소년 범죄도 지난 5년간 정체상태로 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 전국학교질병관리센터 소장인 데이빗 새쳐는 “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양보다 질에 충실해야 하고 교육계는 방과후 청소년을 위한 질좋은 프로그램 운용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만이 오늘날 맞벌이 세대가 안고있는 자녀교육 문제의 해법”이라고 보고 있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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