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최대 사건은 유럽의 모슬렘화가 될 것이다.
유럽의 쇠망이 이야기 된지 오래다. 이와 함께 일부에서 제기되어 온 전망이다. 지나치게 과격한 주장 같이 들린다. 기독교 문명의 본산지 유럽이 회교권으로 편입된다니.
유럽이 맞이한 문제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러나 아주 빗나간 생각도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유럽의 문제는 대별해 세 가지다. 성장이 멈춘 경제, 무너진 기독교 전통, 그리고 극히 낮은 출산율이다.
과거 500년, 그러니까 1498년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양 항로를 개척한 이후 최근까지는 한마디로 유럽시대였다. 뭐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 그 유럽시대가 끝났다는 단언이다.
아시아가 추월해서가 아니다. 앞서 열거한 내부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안 보여서다. 따라서 유럽은 이미 쇠망의 길로 접어들었고 그 장래는 더욱 암담하다는 진단이다.
출산율이 특히 문제다. 유럽의 현 출산율은 여성 1인당 1.5명이다. 이 추세로 볼 때 한 세대만 지나도 유럽 인구는 급격한 감소를 보인다. 게다가 인구의 노령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유럽의 인구는 현재 6명중 1명이 65세 이상 노년층이다. 오는 2030년에는 4명중 1명, 2050년에는 3명중 1명이 노년층이 된다.
경제는 그러면 어떻게 되나. 인력부족으로 노년층 부양도 힘들 정도다. 여기서 거론되는 게 이민이다. 그 이민이라는 게 그렇다. 보통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게 아니다.
유럽의 이민은 북아프리카, 터키, 중동지역 등 회교권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 회교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문화, 종교적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어서다.
“유럽은 머지않아 8세기 때의 상황을 맞을지 모른다. 바로 전 세기 로마제국 전체에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결과 유럽의 광대한 지역이 이슬람에게 열리게 됐다. 기독교 지역이었던 레반트 지역, 북아프리카, 스페인 등지가 회교권으로 변모했다.”
한 유럽 쇠망론자의 글을 인용했다. 유럽은 8세기 이후 최대의 회교 인구 유입사태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시기가 유럽으로서는 기독교 전통을 제대로 세우고 이어나갈 수 있을지 한 분기점을 이루었다는 사실이다.
“…롬바르드족, 마자르족, 바이킹, 켈트족, 슬라브족 등 계속 밀려드는 이교도 야만족들을 개종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럼으로써 유럽은 이슬람의 진출을 견제하고 기독교 문명을 지킬 수 있었다.”
계속 이어진 인용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정체성 위기를 맞은 유럽이 결국 기독교 문명으로 남는데 교회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거다. 이게 앞으로도 가능할까.
하기는 한쪽에서 제기되고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유럽 쇠망론은 벌써 오래 전에 나왔다. 그러면 그 구제방안도 제시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 방법이 회교도의 기독교 개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새삼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시선이 모아진다.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을 반대했다. EU의 헌법에 기독교 교의가 배제된 데 유감을 표명했다. 이슬람의 유럽 확산에 우려를 보인 것. 과거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 시절 그가 보인 언동이다.
이런 교황이므로 회교도를 개종시킴으로써 유럽의 기독교 전통을 지키는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한편에서는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적 전망은 그러나 비관 쪽으로 기운다. 출산율이 극히 낮다는 것. 이건 다름이 아니다. 기독교 전통에서 이탈한 유럽인들, 그들의 정서, 그 밑바닥에는 염세주의가, 세기말적인 퇴폐주의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2세를 낳아 기르기조차 번거로운 판이다. 그런데 장래를 위해, 그것도 알 수도 없는 장래를 위해 싸운다. 이건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유럽이 모든 국제분쟁에 무조건적인 평화주의자로 안주하고 있는 근본 이유다.
이 유럽을 타겟으로 회교원리주의자들의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11일 마드리드 열차테러가 시작이다. 1차전은 회교 테러리스트들의 명백한 승리다. 일상의 안일이 깨지자 겁을 먹은 스페인 국민은 곧 바로 정권을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런던에서 파상적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에 이어 두 주만에 또 한 차례 폭탄테러 공격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테러전선의 확산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영적 전쟁의 시작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옥 세 철
<논설위원>
secho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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