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높고 안전도 향상… 고유가 시대 소형차 인기 ‘짱’
GM ‘셰비 아베오’ 도요타 ‘비츠’ 혼다 ‘재즈’ 등 경쟁
‘작은 것이 강한’ 시절이 돌아왔다.
기록적인 유가상승이 지속되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1만4,000달러 이하의 소형차를 대거 선보이며 바이어 잡기에 나섰다. 최근 수년간 불었던 SUV 열풍이 주춤하고 연비 좋은 소형차들이 무대로 복귀하고 있는 것.
전통적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차의 인기는 한마디로 ‘별로’였다. 워낙 덩치 큰 차들이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너무 작아 보이고, 위험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연비뿐 아니라 안전도가 크게 향상되면서 소형차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GM ‘셰비 아베오’
GM이 지난해 초 출시한 ‘셰비 아베오’는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베스트 셀링카’ 반열에 올랐다. 한국서 생산되며 기본가격 9,995달러, 갤런당 30마일 이상의 연비를 갖춘 이 차는 지난 6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무려 66%나 급증, 사이언xA, 기아 리오, 현대 액센트와 같은 경쟁차종을 따돌리기도 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길이 14피트 미만 소형차들의 2007년 판매량은 지난해의 두 배인 연 41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반대로 포드 엑스페디션과 같은 17피트 이상의 SUV들은 최근 개솔린가 상승에 맞물려 판매가 크게 줄고 있다.
도요타 ‘비츠’
이 같은 추세를 도요타와 닛산, 혼다 등 일본의 주요 자동차 3사가 놓칠 리 없다. 도요타는 지금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소형차 ‘비츠’(Vitz)의 미국판을 내년 봄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 재디자인된 비츠는 동글동글한 달걀 모양으로 또 다른 도요타의 소형차 ‘에코’를 대체할 전망이다. 지난 99년 선보인 에코는 당시 개솔린 가격이 갤런당 1달러대로 저렴했던 데다, 스타일이 굼떠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혼다 ‘재즈’
혼다 역시 아시아에서 ‘피트’(Fit)로, 유럽에선 ‘재즈’(Jazz)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 해치백 스타일의 소형차를 내년 봄 미국 시장에 야심차게 선보인다.
닛산이 내년 중 미국 시장 출시를 기획 중인 차는 현재 일본과 중국에서 판매 중인 ‘티다’(Tiida) 라인으로, 닛산의 크로스오버 SUV ‘무라노’와 비슷한 모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닛산의 카를로스 고슨 사장은 “향후 3년 간 ‘센트라’보다 작은 소형차를 최소 2종 이상 추가할 것”이라며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딱 맞는 마케팅전략”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이 소형차들의 가격은 평균 120만~150만엔으로, 달러로 환산하면 1만800~1만3,500달러 선이다. 도요타의 비츠는 105만엔. 이들은 모델과 엔진 크기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개솔린 1리터당 16~20킬로미터, 마일로 따지면 갤런당 약 38~47마일을 주행한다.
일본 회사들처럼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포드와 다임러 크라이슬러 역시 소형차 개발을 고려 중이다. 포드는 지난 몇 년간 ‘신US’(SynUS)라는 이름의 소형 밴 등을 포함, 3가지 소형차 컨셉을 소개한 바 있다. 포드 대변인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차 출시는 우리가 지금 주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GM의 대변인은 “아베오의 성공에 이어 또 다른 소형차 라인을 추가할 계획은 아직 없다”며 한국서 재디자인된 아베오가 조만간 미국 시장에 상륙, 판매열풍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이처럼 소형차들이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자신감에 손색이 없는 수준으로 발전한 것은 바로 안전성 향상 때문이다. 혼다의 피트는 미국 시장에 출시되면서 사이드 에어백과 앤티락 브레이크를 기본 사양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셰비 아베오는 전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 충돌시 안전성 부문에서 별 5개를 받았다.
경제적인 소형차는 미 자동차 시장에서 전체 판매의 1%에 불과한 소형 시장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자동차 업체들은 BMW의 ‘미니’가 기본가격 1만7,500달러의 비교적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거둔 것에 고무됐다. 이보다 앞서 10~20대 초반의 바이어들을 겨냥, 저가 모델로 인기를 끈 도요타의 사이언도 롤모델이 되고 있다. 지난해 BMW의 미니는 미 전역에서 3만6,032대, 사이언은 9만9,259대를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현재 10~24세인 차세대 바이어들을 겨냥, 소형차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미시간의 리서치 전문업체 ‘CSM 월드와이드’는 밝히고 있다. 셰비 아베오의 경우 구매자의 26%는 처음 자동차를 구입하는 바이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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