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톤 <어린이 사랑회> 정맹철 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빵공장지원 대표단은 2005년 6월29일부터 7월2일까지 평양을 방문하고 력사적인 6.15 공동선언 리념 밑에 민족의 단합을 이룩하려는 일념으로부터 금성콤퓨터수재양성센터에 빵공장을 설립하기로 하였다...’
평양을 떠나기 하루 전인 7월1일 고려호텔 회의실에서 사랑선교회와 북한 금성컴퓨터수재양성센터 산하 금성학원이 맺은 ‘잠정 합의서’의 전문이다. 종교적 의미가 있는 ‘선교’라는 단어를 삭제해 달라는 북측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단체명은 ‘어린이 사랑회’로 바뀌었다. 정맹철은 정 목사의 본명이다.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금성컴퓨터수재양성센터 산하에는 금성학원과 금성제일중학교 등 4개의 학교가 있고 재학생은 총 4,000여명. 김정민 부국장 등 북측 대표들은 빵공장이 4,000명 모두에게 빵을 지급할 수 있는 규모이길 바랬지만 사랑선교회는 원래 1,000명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다.
평양에 들어가기 전 북에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결국 양측은 금성학원에 재학중인 청소년들을 포함 2,500여명에게 돌아갈 수 있는 양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계획보다 두 배 이상 많았지만 정 목사는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상호 신뢰가 쌓이고 빵공장 운영이 순조롭게 되면 곧 전체 학생을 먹일 수 있는 간식용 ‘사랑의 빵’을 만들 수 있는 공장 규모로 확대할 것이라는 의사도 전달했다.
사랑선교회 2차 방문단이 최종 서명할 때부터 효력을 발생하는 합의서는 평양 빵공장 운영이 무상지원의 형태인 만큼 금성학원 보다는 사랑선교회의 의무조항이 상세히 명기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따르면 1인당 하루 100그램의 빵을 9월1일부터 생산할 수 있도록 사랑선교회가 발전기 두 대, 기타 설비와 자재, 원료와 연료를 북 측에 제공하며 필요한 기술 지원도 사랑선교회 몫이다.
또 원료와 자재, 기름 구입 및 수송에 필요한 자금(인건비 포함)은 3개월마다 한 번씩 제공해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을 제시했다.
사랑선교회가 예상하고 있는 기계 설비 구입 비용은 5,000달러 정도. 중국에서 구입할 경우다. 2,500명 분의 빵 생산에 필요한 예산도 한 달에 4,000-5,000 달러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어린이 지원사업에 관심있는 후원자들을 모으고 한인사회 및 교계에 도움을 호소하면 운영이 별로 어려울 것이 없을 것으로 사랑선교회는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북한 지원 사업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되는 ‘투명성 확보’를 위한 모니터링 절차 합의는 처음부터 의견충돌을 일으켰다.
사랑선교회는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중국 조선족 사랑선교회 관계자가 방문해 빵공장을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북측은 난색을 표했다. 해외동포원호위원회 최순철 참사의 말을 빌자면 “전례가 없다”는 것이었다.
일년에 한 두 번 정도 워싱턴에서 후원자들이 견학을 오면 충분하지 않느냐는 주장이었다. 사랑선교회 대표단도 “워싱턴 후원자들에게 빵공장 운영 실태를 보고할 의무가 있을 뿐더러 지원사업 확대를 위해서도 이 정도의 모니터링은 최소의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재료 공급과 맞춰 석 달에 한 번 정도 빵공장을 돌아볼 수 있는 선까지 사랑선교회가 양보했지만 예민한 사항인 만큼 최종 합의 때 세부적인 절차를 결정하기로 하고 잠정합의서에는 아예 문구가 빠지고 말았다. 북한 지원 사업은 도와주는 쪽의 좋은 의도만으로는 성사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계속>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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