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부동산 시장은 과연 부풀대로 부풀어오른 거대한 거품인가, 아니면 아직도 전망이 좋은 건전한 시장인가. 지난 5년여간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내 주요 지역 주택값의 지칠 줄 모르는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져오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두고 ‘거품이다’‘아니다’의 상반된 평가가 팽팽하게 공존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지나치게 과열된 주택값이 급락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폭락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양쪽 주장의 근거와 배경, 전망을 분석해 본다.
“그렇다”
집값 하락은 시간문제
위험한 모기지 급증
일부지역 투기 과열
닷컴 붕괴와 닮은 꼴
부동산 시장의 버블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최근 변동 모기지 급증과 일부 지역의 지나친 투기 수요 등을 경고 신호로 보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일부 지역 부동산 시장은 실제 거품이 끼어있다”고 지적한 이후 연방 정책당국자들도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자만 지불하거나 미니멈 페이먼트만 내도 되는 다양한 모기지 상품의 이용이 급증하고 있는 것 자체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어 최근의 뜨거운 집값 급등에 거품이 잔뜩 끼어있다는 증거라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주택 구입자들의 소득 수준은 사실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도 이같은 모기지 상품을 통해 실제 구입 능력을 초과하는 주택을 구입하고 있어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열기를 타고 모기지 렌더들이 집값의 90∼100%의 융자도 너무 쉽게 내주고 있는 상황도 부동산 버블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연방 금융감독 당국도 이자만 내는 모기지를 포함한 변동 모기지가 전체의 3분의 2에 달하고 가주의 경우 이자 온리 상품 점유율이 61%나 되는 등의 상황을 지적하며 보다 엄격한 모기지 대출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나서기도 했다.
또 곳곳에서 나타나는 투기 현상이 부동산 시장의 버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주택 구입의 30∼40%가 실제 거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가격 상승을 기대한 투기 수요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부 과열 지역에서는 신축주택이 채 지어지기도 전에 매매가 이뤄지는 현상도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남가주와 라스베가스, 뉴욕, 플로리다 등 일부 지역의 주택 경기는 5∼6년전의 닷컴 열풍 때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닷컴주식 붕괴 사태도 실제 일어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믿지 않았던 만큼 일단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경고다.
“아니다”
수요 꾸준 폭락은 없다
여전히 낮은 금리
인구유입 증가세
90년대와는 상황 달라
부동산 버블은 없다는 전망에는 여전히 낮은 모기지 이자율과 고용 및 소득 증가 추세, 그리고 베이비붐 세대 및 인구 유입 증가 등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지난 90년대초 부동산 침체 때와 상황이 다른 점이 많아 그때와 같은 급락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상승률이 둔화될 수는 있어도 폭락은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론을 일축하는 측에서는 가장 큰 이유로 저금리를 꼽고 있다. 장기금리가 아직 6% 이하에 머물고 있는 수준에서는 주택구입 수요가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기지 이자율의 기준이 되는 장기 금리는 국채수익률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달러화의 약세 속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미국 국채 시장에 전 세계의 투자금이 몰리고 있어 잇단 단기금리 인상 조치에도 불구 장기 금리가 낮게 유지되고 있다.
또 몇몇 지역에서 투기 수요가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반적인 경제 펀더멘털은 현재 부동산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는 분석도 많다. 모기지 이자율이 낮을 뿐 아니라 고용 및 소득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주택 구입력을 가진 베이비붐 세대가 건재하기 때문에 집값 폭락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캘리포니아처럼 이민자 등 인구 유입이 많은 지역에서는 항상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불균형 상태가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다.
지난 몇 년간 경제학자들이 부동산 거품 붕괴를 예고해 왔지만 하나도 들어맞지 않았다. 그 사이 주택가격은 이같은 ‘거품론’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늘 높은줄 모르고 계속 치솟았다. 부동산 거품 우려로 미리 집을 판 사람들은 그만큼 손해봤다는 생각이 들게도 된 상황이다.
유니온 뱅크 오브 캘리포니아의 경제학자인 케이타로 마쑤다 같은 전문가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캘리포니아 부동산의 가격 급락 조짐은 없으며 거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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