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짜리 한 장으로 1억달러를 버는 행운 - 철 따라 몰아치는 폭염이나 태풍처럼 이젠 미국의 복권열풍도 일상사의 한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요행에 거는 기대가 ‘뉴 아메리칸 드림’으로 서민들의 생활 속에 자리잡은 것이다. 그것은 하룻밤새 백만장자가 된 행운의 주인공들이 심심찮게 등장해서이기도 하다.
9천만달러를 차지한 50대 여공, 1달러짜리 복권 딱 한 장을 샀다가 4천9백50만달러 잭팟을 터뜨린 29세의 여배우, 7백만달러를 받은 하이티 이민, 2천8백만달러를 나눠 가진 청소부, 수백만달러 상금을 받아 본국으로 금의환향한 불법체류자등…이렇게 하여 지난 41년동안 미국에서 생겨난 복권백만장자는 수천명에 이른다.
1986년부터 복권을 판매해온 캘리포니아에서만 1,780명의 당첨자들이 210억달러의 상금을 나눠 타갔다. 나머지 대다수의 우리는 본의는 아니었지만 교육개선을 위해 남보다 조금 더 세금을 냈다는 것에 만족해야했다. 요란하게 각광받은 당첨자들보다 소문도 없이 복권으로 상당한 실속을 차린 것은 주정부였다는 뜻이다.
복권의 보통 명사로 사용되는 ‘lotto’는 원래 이탈리아어로 ‘행운’을 의미한다. 1530년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피렌체가 국고 보조를 위해 발행한 번호추첨식 ‘피렌체 로토’가 성공하면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세기. 건국초기 대륙회의가 독립전쟁 기금을 위해 시작했는데 그후 운영부정이 꼬리를 물자 금지령이 내려졌다가 1964년 뉴햄프셔주에서 부활되었다. 별 호응을 못얻던 복권운영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중반을 넘어서다. 경기불황으로 바닥난 각주정부 재정난이 복권실시를 부채질 한 것이다.
주정부 쪽에서 보면 이처럼 확실한 돈벌이도 흔치 않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복권 한장 값 1달러중 당첨금 몫은 50센트, 16센트가 경비, 나머지 34센트는 주정부 기금으로 돌아온다. 울며 겨자 먹기로 내미는 세금이 아니라 기꺼이 갖다 바치는 기부금, 그래서 복권은 가장 쉽게 거두어지는 ‘감추어진 세금’으로 불리운다.
지난 한해 미국인들이 복권사는데 쓴 돈은 무려 480억달러에 이른다. 이중 주정부 몫이 160억달러, 사용분야는 다양하다. 뉴욕주는 1976년 재정위기를 복권기금으로 벗어났고 펜실베니아는 양로원을 세웠으며 애리조나는 대중교통시설을 확장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공립학교를 위한 예산에 보태진다. 지난 한해동안 33억달러어치 복권이 팔렸으니 우리들은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11억달러의 교육세금을 더 낸 셈이다.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꿈같은 행운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이렇게 건실한 공공기금으로 충당되니 일석이조라는 것이 복권지지자들의 주장이다. 식비도 부족한 빈민층의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반대 비난도 만만치 않지만 미국여론의 80%는 복권 편이다. 실시하는 주가 20년전 17개주에서 현재 40개주로 늘어났다. 복권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마다 압도적으로 통과한 것이다. ‘값 싼 레저인데 나쁠 게 없지 않느냐’는 심리다.
사는 게 답답해지면 복권을 사는 친구들이 있다. 요즘처럼 폭염주의보와 함께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짜증이 날 때도 ‘복권사기 좋은 날’에 속한다. 그래서 나도 함께, 열심히 일해 번 돈 5달러(일반인이 복권 한번 살 때 가장 흔히 쓰는 액수다)를 퀵픽에 투자한다. 물론 몇주째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상금이 수천만 달러대로 올라갔을 경우다. 확률과는 상관없이 잠깐 머리 좀 식히자는 ‘한여름 낮의 꿈’이다. 그런데 막상 사고나면 약간 달라진다. 6개의 숫자조합 5줄이 인쇄된 오렌지빛 종이를 반듯하게 접어 지갑에 넣고 나면 예비 부자가 된듯 마음이 뿌듯해진다. 이번에는 당첨될 것같은, 전혀 근거없는 행운을 느낀다. 그런데 나뿐이 아닌 모양이다.
근거없는 행운에 마음이 들뜬 몇 사람이 서로에게 물었다고 한다. 로토에 당첨되면 무얼 하시겠어요? 빚을 다 갚아버리겠어요. 바닷가로 이사가고 싶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늘 원해 왔던 일을 하겠어요. 멋진 여행을 떠날 겁니다. 날 도와주었던 분들을 도와야죠. 교회에 헌금할겁니다. 가족,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어요. 행복해져야지요…복권에 당첨되면 하고싶다는 희망사항의 대부분은 복권 없이도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로토의 당첨확률은 말할 수 없이 희박하다. 우리 모두는 당첨되지 않는다는 ‘예언’이 절대 틀리지 않을 정도의 확률이다. 수퍼로토의 당첨률은 4천1백만분의 1, 이보다는 하늘에서 벼락맞을 확률이 60배나 높다. 엊그제로 당첨금이 1억2천만달러를 넘어선 메가 밀리언즈의 당첨률은 이보다 훨씬 낮은 1억7천만분의 1에 불과하다. 이번 주말 남가주를 휩쓸 복권열기에 편승하는 대신 5달러를 아껴두는 편이 휠씬 현명하다는 뜻이다. 진짜 폭염이 몰아칠 8월까지는 나도 ‘한여름 낮의 꿈’을 잠시 접어두려고 한다.
박 록
주 필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