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트레이더조스서 시판 ‘화제’
“나파 포도로 제조한 와인
그렇게 팔아 이윤 남나”
업계 갸우뚱 소비자는 환영
포도주 한 병에 1달러99센트로 히트를 친 ‘찰스 쇼’에 이어 진짜 나파밸리 포도주가 병당 3달러99센트에 등장,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나파크릭’ 레이블을 단 멀로와 샤도네이가 지난달부터 ‘트레이더 조스’에서 팔리고 있는 것.
캘리포니아 와인 중에서도 최고로 대접받는 ‘나파’라는 이름은 그 한정된 지역에서 자란 포도에서 짜낸 술이 85% 이상 되는 것에만 붙일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니 원산지인 나파에서도 웬만하면 한병에 40달러가 보통인데 4달러라니 소비자는 물론 업계 사람들도 모두 놀라고 있다.
‘나파’라는 이름에 대한 법률적 규정을 둘러싸고 한바탕 법정 투쟁을 벌여온 중가주의 포도주 양조업자 프레드 프랜지아는 자기 소유의 ‘나파크릭’ 레이블을 붙인 이 포도주는 “나파밸리 포도주도 이 값에 팔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가치 있는 물건을 합리적 가격에 사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일부 업자들은 프랜지아가 도대체 그 가격으로 이윤을 남기기나 하는지 모르겠다지만 프랜지아는 “나는 돈벌이가 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부틱 와이너리 ‘루나 비니어즈’를 창설한 마이크 무니는 “프레드가 나파밸리 포도주에 나파밸리 포도를 사용하니 반가울 뿐”이라면서 “이 곳의 재고를 몽땅 사들여 나파밸리에 봉사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프랜지아가 소유하고 있는 ‘브롱코 와인’ 같은 큰 회사는 포도밭부터 배달트럭에 이르기까지 포도주에 관한 모든 것을 컨트롤하므로 원가도 남다르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포도원들은 그렇게 영업할 수가 없다고 ‘와인 바이블’을 쓴 캐런 맥닐은 말한다. 포도주 제조는 아주 돈이 많이 드는 식당업과 같다는 것이다. 우선 나파밸리에서 포도밭을 하려면 땅이 필요한데 땅값이 에이커당 6자리수를 훌쩍 넘는다. 나파밸리에서 카버네 소비뇽 포도의 평균가는 톤당 4,000달러로 캘리포니아주의 붉은 포도 평균가격 600달러와 비교도 안되게 비싸다.
그 외에도 포도를 심고, 수확하고, 병에 담고, 수많은 법규들을 지키는데 또 돈이 들어가야 한다. 또 비싼 참나무 통속에 최소한 3년치 재고는 가지고 있어야 포도주 양조업자라 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포도주 장사는 큰 돈 버리고 작은 돈 번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고 맥닐은 말한다.
프랜지아는 ‘나파’ 레이블을 단 포도주는 나파에서 재배한 포도로만 만들어야 한다는, 나파밸리 포도주 제조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법을 놓고 한참 법정 투쟁을 벌여왔다. 그러한 주법은 비슷한 내용이지만 1986년 이전에 생긴 브랜드는 예외로 인정해주는 연방 규정에 어긋난다는것이 그의 주장으로 그가 소유하고 있는 ‘브롱코’가 사들인 ‘나파리지’‘나파크릭 와이너리’‘러더포드 비트너스’ 브랜드가 모두 그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현행 주법을 지지하고, 연방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그러는 한편 주항소법원은 지난 5월, 그 법이 브롱코사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타주 영업을 방해하며 보상도 없이 소득 기회를 박탈하므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그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 판결이 나온지 며칠 지나지 않아 보란 듯이 4달러짜리 새 ‘나파크릭’ 포도주를 시판한 프랜지아는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우연히 타이밍이 일치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브롱코사 대변인 하비 포저트도 새 포도주를 매장에 내놓으려면 준비작업에 수개월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브롱코사는 그동안 다양한 자사 생산 포도주에 섞기 위해 나파밸리 포도주를 사들여 왔는데 올해는 따로 팔아도 될만한 물량을 확보한 것이 4달러짜리 나파밸리 포도주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아직 나파밸리에서 프랜지아보다 더 싼 가격에 포도주를 내놓으려는 업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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