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매맞는 여인 증후군(Battered Women’s Sydrome·이하 BWS)의 내용과 증상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이번 주에는 실제적으로 재판시 어떻게 이 법이 적용되며 또 이 증후군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어떠한 방법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가정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당방위에 의한 범행인가’판단
객관적이고 신빙성있는 증거 필요

살인재판에서 BWS의 관련증거의 관계성

여자 또는 남자가 BWS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저지를 배우자 또는 동거인에 대한 살인재판에서 BWS에 관련된 증거는 세가지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하다.
첫째로 피고의 신빙성 문제가 대두되는데 증거를 통해 배심원들은 과연 특정한 피고가 BWS 피해자인가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게 된다. 사실 누구나 주장할 수 있고 남용할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미 재판이 종결됐지만 스캇 피터슨의 경우도 부인 살해를 인정하고 자기 스스로가 피해자였기 때문에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엉뚱한 피고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캘리포니아에서 정당방위 또는 미완성 정당방위(Imperfect Self-Defense)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피고가 피해자로부터 느낀 생명의 위협이나 신체의 부상이 바로 눈앞에 닥칠 것이라는 정직한 믿음(Honest Belief)을 토대로 범행을 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BWS 관련 증거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제시된 증거를 통해 배심원들은 피고가 주장하는 위험이 곧 닥칠 것이라는 정직한 믿음(Honest Belief)가 과연 객관적으로 타당성(Objective Reasonableness)이 있는 생각으로 살인을 했는가를 판단하게 된다.


전문가 증언(Expert Testimony)

12명의 배심원이 살인 용의자의 심리와 공감하여 과연 이 사람이 BWS 피해자인지 정말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태인가를 판단하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피고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의 증언이 필요하다. 전문가란 주로 임상심리학자(Clinical Psychologist) 또는 정신과의사(Psychiatrist)들이 등장하여 피고가 왜 BWS로부터 고통을 당했는지를 설명한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1970년 후반기부터 법정에서 살인이나 과실치사로 기소된 피고가 자기의 정당방위를 주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전문가를 고용하여 BWS 관련 증거를 배심원에게 설명하도록 허용하는 추세가 증가했다. BWS의 심각성을 사법부가 인식했다는 이야기다.
사실 전문가의 설명없이 일반인들이 폭력적이고 학대적인 부부사이의 심리적 역학 또는 피해자의 떠나지 못하는 심리상태를 이해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초기 반응은 바보같이 왜 맞고 살아 경찰에 고발하던가 떠나면 되지 한다.
그러나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캘리포니아 증거법 1107조에 보면 피고도 전문가 증언을 통해 BWS에 대한 유리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지만 검찰측도 피고의 정당방위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전문가를 고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충분한 사실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으면 양쪽 다 전문가를 통해 증거를 제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BWS 관련 증거법이 입법화되기 전 BWS 피해자인 피고들이 재판을 통해 살인사건에 대해 전문가 증언 없이 유죄평결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심리적, 감정적, 또는 무기력 등을 설명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2002년 1월1일 새로운 법이 발효되어 억울하게 BWS의 피해자인데도 불구하고 살인죄로 복역하고 있는 죄수들에게 사건을 다시 검토해서 기회를 부여하게 되었다.
배우자 폭행은 엄연히 중범죄이며 유죄 평결을 받을 경우 주 형무소에서 장기간 복역을 한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심한 경우는 살인미수로 기소되어 유죄 평결을 받고 인생을 완전히 망치는 사례도 보았다. 피해자들도 초기에 전문가의 상담이나 치료를 통해 폭력적 배우자의 반복되는 악습을 뿌리 뽑아야한다.


김기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