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미국에서도 공교육을 불신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그렇다고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자니 경제적 부담만 커질 뿐이다. 이에 따른 대안책의 하나로 최근 부모가 가정에서 자녀들을 직접 교육하는 `홈스쿨링(Home schooling)’이 큰 인기를 끌면서 한인 학부모들의 관심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홈스쿨링 등록생 증가 원인 분석 및 뉴욕주 홈스쿨링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본다.
홈스쿨링(Home Schooling)은 의무교육 연령에 해당되는 자녀들을 공·사립학교에 보내는 대신 부모가 가정에서 직접 자녀들의 학업을 책임지고 교육시키는 제도로 간략히 요약할 수 있다. 약 20년 전만 해도 미국내 대다수 주에서는 홈스쿨링을 불법으로 간주했던 탓에 일부 학부모들은 몰래 숨어서 자녀를 교육시켜야 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내 홈스쿨링 인구가 큰 증가를 보이면서 지역별로 관련 협회나 학부모 모임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일반학교처럼 지역 홈스쿨링 협회를 통해 나름대로 졸업식도 갖고 있고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기도 한다.
홈스쿨링 인구가 점차 늘고 있는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면 우선 26~40세 연령에 속하는 소위 미국의 X 세대들이 이전 베이비부머 세대와는 달리 자녀와 함께 가정에 머무르려는 경향이 높아진 것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자녀를 돌보며 가사에 전념하는 전업주부 인구가 13% 증가해 같은 기간 아동인구 증가의 3배나 많은 비율을 기록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며 재산을 늘려 나가는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직장생활에 맞춰 가정생활을 유지하는 경향이 높았으나 X 세대는 이와 반대로 가정생활에 맞춰 직장생활을 조절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홈스쿨링 인구 증가도 자녀와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X 세대의 이 같은 성향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사실 일반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가정에서도 부모는 파트타임 홈스쿨링 교사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단지 홈스쿨링을 하는 가정에서는 부모가 풀타임으로 자녀의 교육을 담당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예전에는 홈스쿨링을 하는 부모가 혼자 감당해야 하는 교육적 책임과 부담이 컸지만 이제는 인터넷이나 지역내 관련 협회를 통해 각종 정보와 지원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 훨씬 편리해졌다. 지역에 따라서는 홈스쿨링 학생들이 학군내 공립학교나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부분적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특별활동 참여도 허용하고 있다. 인근 공립학교의 교육 기자재나 교과서를 대여 받거나 도서관이나 체육관 등의 시설물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한 홈스쿨링 학생들은 공립학교의 서머스쿨 프로그램 등록도 가능하며 홈스쿨링 학생들을 위해 시영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는 체육수업을, 박물관에서는 과학, 미술, 역사 교육을, 동물원이나 수족관에서도 과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각종 지원이 뒤따르고 있어 교육 혜택의 기회가
넓어진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홈스쿨링이 누구에게나 적합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자녀와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오히려 부모가 더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고 개인시간 투자, 커리어 성공에 대한 욕심, 소득감소 등을 모두 감수하면서 자녀교육에 매달려야 하는 희생이 부모에게 너무 버거운 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간 홈스쿨링은 백인 중산층 가정의 전유물이었지만 최근 한인 등 소수민족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뉴욕주에서 홈스쿨링이 불법은 아니지만 홈스쿨링 학생들에게 고교 졸업장은 발급되지 않는다. 정식인가를 받은 고교에서 4년간의 교과과정을 이수한 학생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홈스쿨링 학생들은 대학 진학에 앞서 고교 학력 인증시험인 GED 시험에 합격해야 고졸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뉴욕주 고교 졸업 필수인 리전트 5개 과목시험에 합격해 4년제 고교 교과과정과 동일한 수준의 교육과정을 이수했고 표준이상의 학업성취도를 달성했다는 것을 입증하면 된다. 대학에 따라서는 홈스쿨링 학생의 입학을 허용하지 않는 곳도 있으므로 미리 충분한 시간을 두고 조건에 맞는 적합한 대학을 알아보는 것도 요령이다. 대학에 입학신청서를 접수할 때에는 그간의 학업성취도를 입증할만한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함께 제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뉴욕주에서 홈스쿨링을 시작할 수 있는 법적 연령은 그해 12월1일 이전에 6세가 되는 어린이로 해당 연도 9월부터 홈스쿨링 교육을 받을 자격을 갖게 된다. 홈스쿨링은 일반학교와 달리 수업시간에 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주중은 물론, 주말이나 저녁시간을 이용해도 무방하지만 주당 학습시간은 공립학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 홈스쿨링 교사를 위한 별도 자격증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다. 홈스쿨링 학습계획안은 부
모가 작성하도록 되어 있으며 교과내용은 자유롭게 구성하되 매 분기마다 과목당 주당 몇 시간씩 수업했는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홈스쿨링은 굳이 부모가 아니더라도 개인 학습교사를 고용해도 문제되지 않는다. 또한 홈스쿨링 학생들이 그룹으로 개인 방문교사의 지도를 받아도 무방하지만 단체수업의 비중이 커질 경우 이는 인가 받지 않은 사립학교의 교육으로 간주돼 금지된다. 홈스쿨링 프로그램에서는 제2외국어 교육이 필수가 아닌 대신 체육수업은 필수로 요구되며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학생이 홈스쿨링을 할 경우 영어수업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홈스쿨링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결과가 전국 표준기준의 33% 미만으로 하락하면 유예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이때 지역학군은 홈스쿨링 가정을 방문할 수 있으며 방문 3일전에 미리 서면 통보가 있어야 한다. 또한 홈스쿨링 학생들은 일반학교 등록생과 달리 예방접종 규정에서도 제외된다. 다만 인근 지역학교에서 전염병 예방을 위해 긴급한 예방접종이 시행될 경우 인근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거나 특별활동에 동참하는 홈스쿨링 학생이라면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홈스쿨링을 하던 학생들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공립학교로 편입도 가능하다. 이때 해당 학교에서는 교장의 권한으로 홈스쿨링 학생의 학년을 배정할 수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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