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주 아름다운재단 자원봉사자들 ‘아름다운 습관’을 이야기하다
6월29일 간담회
금력과 권력의 유혹을 뿌리치고 ‘나눔 전도사’로 나선 박원순 변호사야 늘 그 말을 입에 달고 다니므로 새삼스러울 건 없었다. 그런데, 북가주아름다운재단이 창립신고식을 하던 그날(6월14일) 시애틀에서 날아와 공짜로 축하강연을 해주고 애써 쓴 자신의 책까지 기부경매에 내놓고, 시장바닥 셈법으로 치면 완전히 도시락 싸들고 찾아와 밑지는 장사를 하고떠난 ‘컴퓨터 바이러스 퇴치전문가’ 안철수 박사도 그 말을 했다. 원래는 비즈니스가 적성에 맞는다 혹은 그래야 더 큰 돈을 벌 수 있으리란 걸 알고 있었지만 은퇴한 다음에 RV(레크레이션차량)를 몰고 좋아하는 여행을 실컷 다니면서 무료로 진료봉사를 해주고 그러면 끼니마다 밥 한그릇쯤은 얻어먹을 수 있지 않겠나 싶어서 치과의사가 됐다는 석중섭 박사도 그 말을 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 지난 6월29일 산타클라라 재단사무실에서 마련된 자원봉사자 간담회 참석자들도 한결같이 그 말을 합창했다. 저녁에 시작해 밤에 끝난 이날 간담회는 돈 다루는 솜씨 못지 않게 말 다루는 솜씨도 보통이 아닌 이원창 재단이사(유니온뱅크 프리몬트지점장)의 사회로 시종 웃음이 넘치는 가운데 진행됐다.
창립식 때 사회보기 자원봉사를 한 왕년의 방송인이자 재단의 초대감사인 홍현우 공인회계사의 부인인 최충자 여사는 말했다. 자선단체가 북가주에 하도 많이 생기는데 그게(북가주아름다운재단이) 또 뭐냐 이러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줘야 되겠기에 공부를 좀 했어요. 그러면서 아름다운재단이 우리 북가주에 꼭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깊어졌고, 그래서 사회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자원봉사를 한다는 기분으로 참여했어요.
북가주이화여대 동창회(재단 자원봉사자의 주축은 이들이다) 회장인 박명순 여사가 순서를 이어받아 자신에게 다짐하듯 완곡하게 주문했다. 시작이 이렇게 좋았으니까, 보는 눈이 많은 만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해볼라 그럽니다. 모두들 자신의 다짐으로 받아들인다는 신호로 박수를 쳤다. 박 회장는 나중에 이런 말도 했다. 그날(창립식날) 가보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찾아서 하니까 (할일이) 있더라고요.
내가 가진 재산 1% 네가 가진 재능 1%
나누고 모으고 나누면 아름다운 세상이
뒷줄에 자리잡은 박원순 변호사도 불려나왔다. 늘 해온 ‘나눔의 전도’를 시작했다. 책에 보니까 한번 기부한 사람들한테 또 가서 부탁을 드려라 그래요. 한번 해본 사람이 그 기쁜 마음을 알기 때문에 또 할 가능성이 많다는 거예요…기부를 꼭 돈으로만 한다, 그게 아닙니다. 이렇게 시간기부도 하시고 탤런트(재능)도 기부하시고…10년후 50년후 100년후 우리가 (세상을 아름답게 바꾼 초창기 사람들의) 흑백사진 속에 남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창립식 전날 서울나들이에서 돌아왔다가 최충자 여사의 전화를 받고 쉬지도 못한 채 행사장을 찾아 음식정리 등을 거들고 기부경매 때 딸에게 줄 옷을 웃돈까지 얹어 샀던 양승희 여사는 재단이 생겨서 돈이 모이면 그 돈이 어떻게 쓰여지는지 의문이 있는 분들이 많이 있으시더라고요. 그런데 변호사님 말씀을 듣고 (아름다운재단) 책을 읽어보니까 감이 오는 것 같아요. 앞으로 봉사 많이 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천주교 봉사단체 ‘레지오 마리애’ 일원으로 지난 6년동안 봉사활동을 해온 김영순 여사가 말을 이었다. 한달전에 애리조나에 갔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유니폼 입고 이리 가라 저리 가라 안내를 하시길래 여쭤봤더니 발런티어(자원봉사자)라고 그러시더라고요. 참 아름답게 느꼈습니다.
(행사장인) iPark이 다른 건 다 좋은데 음향시설이 좀 안좋아서 좀더 좋은 소리를 전해드릴 수 있도록 창립식 때 새벽부터 트럭에다 음향기기를 잔뜩 싣고가 마이크를 설치하고 스피커를 달고 볼륨을 조절하고 몸살이 날 정도로 봉사를 한 산호세 알파사운드 윤창주 사장은 USC대학원 진학을 앞둔 딸(윤리라)과 함께 참석했다. 해본 사람이 해본 기쁨을 알기에 또 하게 된다는 말 그대로 한국 아름다운가게에서 봉사한 경험을 되살려 남편 따라 미국온 뒤 재단창립 소식에 임신중임에도 달려나왔던 하유미 새신부도 자리를 같이했다.
5년 이상된 고객의 자녀 이름으로 각각 100달러씩 나눔펀드(Five Diamond Fund)를 만들어줘 기부와 나눔을 습관을 길러주는 데 앞장서기로 한 석중섭 치과의사도 이날 병원문을 서둘러 닫고 간담회장을 찾았고, 우리말을 잘은 못하지만 그 아름다운 뜻은 속속들이 알고 받아들인 임마누엘 김 새청년도 내내 뒷자리를 지켰다. 다른 일 때문에 일찍 자리를 뜨거나 마침 사진을 찍는 그 순간에 물을 나르고 커피를 나르느라 신문에 난 사진에 찍히지는 못했지만, 아름다운 이름들은 송현미, 제이미 도, 제니 한…. 실은 그 자리에 참석은 못했으되 마음은 한가지인 이름들은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을 터. 그러므로 이날 간담회의 결론은 ‘희망’일 수밖에 없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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