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얼마나 널 생각하는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본능이 아닌 관계이다”라고 말한 심리학자 페어베언의 일갈처럼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관계를 추구하면서 산다.
질투하는 아이. 이 용어는 살랑살랑 봄바람 같고 말랑말랑 오렌지 속살 같은 아이의 살결만큼이나 귀여운 단어지만 인간관계의 근원을 생각게 하는 심각함을 내포하고 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의 질투는 ‘나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을 찾기 시작하는 2세부터 시작된다. 불같은 질투심을 작은 가슴에 안고 사는 프리스쿨러(2∼5세)들. 더구나 그들은 그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어떻게 다루어서 인간관계에 접목시켜야 하는지 배운 바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아이의 질투심,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
엄마-아빠 포옹·갓난 동생에 ‘화내고 토라지고’
‘나’에 대한 정체성 갖는 2∼5세에 심해
자연스런 감정… 긍정적으로 풀어내도록 신경을
아빠가 엄마의 등을 감싸안으려고 하면 ‘도끼 눈’을 뜨고 가운데 끼어 들며 “엄마에게 손대지 말아요. ”라며 엄포를 놓는 3살박이 사내아이. 엄마를 아빠와 공동소유하기 싫다는 소유욕의 발동이자 엄마 마음이 아빠 쪽으로 기울지도 모르는데 대한 강한 질투심이다.
온 집안의 사랑과 애정을 독차지 하다가 동생이 생기면 그 쇼크로 말을 더듬는 아이도 있다. 자신은 우유병에서 멀어진지 오래인데도 동생의 우유병을 냅다 뺏어 옆에 같이 벌렁 드러누워 우유병을 빠는가 하면 부모가 보는 데서는 동생을 이뻐하다가도 부모가 등돌리고 방을 나서면 아기동생을 꼬집기도 하고 밀치기도 하며 자신에게 향하던 엄마 아빠의 사랑과 애정을 빼앗아 가버린 동생에게 노골적으로 질투심을 드러낸다.
그런가 하면 프리스쿨에서의 싸움은 대부분 질투심에 기인한다. 자신도 때가 되면 생일 파티를 해줄텐데도 친구의 생일파티 때 이유 없이 우는 아이가 있다. 심리학자이며 정신과 의사이자 아이들의 질투에 관한 책인 ‘파티 프린세스(party princess)’의 저자 배니타 브레이버에 의하면 이는 생일 날 주목받는 친구에 대한 질투 때문이라는 것이다.
프리스쿨러 여자아이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클래스에서 제일 키도 크고 이쁘고 팬시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새로운 친구가 들어오면 괜히 적대시하고 신경쓰고 심지어 식욕까지 떨어지는 사례도 있다.
‘일상의 갈등을 관리하는 예술(The Art of Managing Everyday Conflict)’의 저자이자 심리학박사인 에릭 피셔는 질투는 그 자체만으로는 그리 나쁜 것이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 감정을 얼마만큼 긍정적으로 풀어내고 승화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질투는 추할 수도 있고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
■ 샘 많은 아이 다루는 법
관심 다른데 분산시키고
부모와 ‘진한’ 1:1시간을
질투심으로 갈등하고 불같이 화를 내며 곧잘 토라지기도 하는 프리스클러를 대하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 그들의 감정을 부정해서는 안된다.
질투심은 불과 같아서 성냥을 그어대면 폭발적으로 번져 다른 감정을 제압하고 오직 질투심으로만 꽉 차서 파괴적인 행동이 나오기도 한다.
아이가 자신은 베이비 시터에게 맡기고 갓난 아기에게만 붙어있는 엄마 때문에 화가 나서 “저 베이비 시터 쓰레기통에 처넣어 버려 ”라고 했다면 부모는 “무례한 것” “버릇없는 말버릇”이라고 아이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사태의 진원지 파악을 못한 것이다.
아이는 지금 베이비 시터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엄마를 독차지하고 놓아주지 않는 동생에 대해 질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가 동생과 자신 모두를 사랑할 수 있을 만큼 그들의 사랑의 지평이 넓다는 것을 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이럴 때는 “부모는 동생이 태어나기 전과 조금도 다름없이 너를 사랑하고 있으며 단지 지금은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야 하기 때문에 같이 놀아줄 수 없지만 동생이 잠들고 나면 그때 같이 놀자.”라고 말해줘야 한다.
■ 다른 쪽으로도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
동생들의 경우 언니 오빠가 놀이에 끼워주지 않아서 나이 많은 형제 자매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경우는 너무나도 흔히 있는 일이다. 이럴 때는 “너는 아직 어려서 언니나 오빠들과 어울릴 수는 없지만 대신 그들과는 달리 아직 엄마 무릎에 앉을 수도 있잖니 ?”라며 꼬옥 안아주면 날카로왔던 질투심이 사르르 녹아내릴 수도 있다.
■ 관심을 분산시킨다.
프리스쿨러들 중에는 장난감을 서로 가지겠다고 앙칼지게 싸우는 경우가 있다. 그 장난감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상대가 그걸 가지고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에 질투가 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럴 때는 얼른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가서 저쪽으로 가서 같이 놀자고 하면 대체만족감으로 질투심이 사라질 수 있다.
■ 매일 부모와 1대1의 긴밀한 시간을 가진다.
전문가에 따르면 아이들도 사랑과 애정에 대한 질투가 먼저이고 다음이 물건에 대한 질투일 만큼 인간은 원초적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이다. 부모가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는 관계 확립에 대한 흡족함이 있다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그렇게 안테나를 곤두세울 필요가 없다. 문제는 대상이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 엄마면 엄마이지 그 자리를 베이비 시터가 대신할 수 없다. 엄마나 아니면 아빠가 나서서 매일 아이의 가슴에 ‘사랑의 화인’을 찍어주면 아이는 거뜬히 하루를 아니 어린시절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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