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백핸드 일색에서 신무기로 부상
페더러·에닌 등‘한손’으로 정상 호령
파워와 스피드가 지배한 지난 20년간 세계 프로 테니스에서 최대의 무기는 대포 서비스와 막강 포핸드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가지가 추가됐다. 신종 살인무기는 바로 빅 원핸드 백핸드 스트로크. 상당수의 남녀 프로 선수들이 예리한 각도와 파괴력 넘치는 중량을 실은 막강한 한손 백핸드 스트로크를 코트 구석구석으로 뿜어대며 상대를 몰아 세운다. 양손 백핸드가 수적으로 주류지만 한손 백핸드도 전혀 꿀릴 것이 없다. 오히려 최고의 성적을 내는 선수들은 한손 백핸드 선수들이다. 최근 프랑스 오픈 테니스에서 저스틴 에닌-하딘이 여자 타이틀을 따냈고 로저 페더러는 남자 테니스를 수년간 압도하고 있다. 비단 이들 메이저 대회 챔피언들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한손 백핸드는 이젠 더 이상 약점이 아니다.
라켓 기술 발달로 파워 밀리지 않고
더 넓은 커버리지·다양한 테니스 가능
한물 간 것으로 치부됐던 한손 백핸드가 신종 무기로 부활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핸드 백핸드로 올해 프랑스오픈을 제패한 저스틴 에닌-하딘은 “강력한 힘을 실어낼 수 있는 훌륭한 라켓이 있다는 것은 내게는 행운이다”라고 말한다. 라켓 테크놀러지의 발달로 한손으로 때려도 얼마든지 빅 샷을 생산해낼 수 있다는 것.
에닌은 키 5피트6인치로 가냘픈 체구. 하지만 한손으로 치는 백핸드는 정확도와 각도 뿐 아니라 파워면에서도 매우 강력하다. 작은 체구에서 한손으로 때리는 스트로크는 놀랍도록 세고 날카롭다. 라켓이 워낙 좋아졌기 때문에 한손으로 쳐도 얼마든지 막강 백핸드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에닌이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에닌은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자신보다 훨씬 체구가 크고 두손으로 백핸드를 때리는 메리 피어스를 6-1, 6-1으로 완파했는데 백핸드 맞대결에서 에닌의 한손 백핸드가 피어스의 양손 백핸드를 무너뜨린 것이 승인의 하나였다.
한손 백핸드가 막강한 선수는 에닌 뿐 아니다. 남자 세계 1위 라저 페더러와 지난해 프랑스 오픈 우승자 개스통 가우디오, 프랑스의 십대 테니스 천재 리처드 개스케, 전 여자 1위 아멜리 모리스모도 한손으로 백핸드를 친다. 이들 선수들에게 한손 백핸드는 약점이 아니라 뛰어난 성적을 내는 무기다. 백핸드를 두손이 아니라 한손으로 치기 때문에 더 날카로운 앵글로 공을 보낼 수 있고, 탑스핀으로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슬라이스를 먹여서 변화무쌍하고 영리한 테니스를 구사할 수 있다.
한손 백핸드 부활에 라켓 테크놀러지의 발달이 큰 몫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요인도 있다. 프랑스 오픈을 3회 제패한 한손 백핸드의 달인 브라질의 구스타보 쿠에르텐은 “라켓 덕도 크지만 선수들이 팔과 복부 힘을 더 강하게 발달시킨 것도 한손 백핸드가 부활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지적한다.
선수 개인의 정신 자세도 한 요인이다. 샘프라스가 13세 때 잔디코트인 윔블던을 제패하기 위해 한손 백핸드로 바꾼 것은 유명한 일화. 한손 백핸드를 구사함으로써 네트로 전진, 발리 공격으로 전환하기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샘프라스는 백코트에서는 상대를 제압하려고 시도도 안했다. 공격 스타일을 바꾸는데 한손 백핸드로의 전환은 필수적이었던 셈이다.
올해 28세인 쿠에르텐은 어릴 적 9세에서 12세 사이에는 투핸드를 사용했었지만 공격의 다양성이나 코트 커버 범위, 파워 면에서 한손이 유리할 것이라는 코치의 권유를 받아들여 백핸드를 바꿨다. 쿠에르텐의 한손 백핸드는 파워 스트로크가 위력을 발하는 프랑스에서 오히려 더 빛이 났다.
한손 백핸드는 지난 1970년대 지미 코너스와 비욘 보그, 그리고 크리스 에버트 등 탑 플레이어들이 백코트에서 양손 백핸드를 뻥뻥 뿌려대면서 세계 테니스를 지배하면서 양손 백핸드에 밀려났다. 뒤를 이어 트레이시 오스틴, 안드리아 예거, 안드레 애거시, 그리고 짐 쿠리어 등이 막강한 양손 백핸드를 뿌려대며 정상에 오르며 양손 백핸드의 계보를 이었다.
그러나 이 스타일은 경기 스피드에서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페더러와 에닌이 보여주고 있듯이 한손 백핸드는 투핸드 보다 리치가 몇 인치 더 길기 때문에 양손 백핸드가 미치지 못하는 공을 살려낸다. 또 앵글을 용이하게 숨길 수 있고 드랍 샵을 구사하기도 더 쉽다. 또 스핀도 아래 또는 위로 변화 있게 구사할 수 있다. 라켓이 좋아졌기 때문에 힘은 같아졌고 다양성에서 더 나은 것이다.
그러나 한손 백핸드가 모든 선수에게 이로운 것은 아니다. “안드레 애거시의 경우 백코트에서 강력한 백핸드를 때리는 것이 무기인데 한손 백핸드라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ESPN해설자인 패트릭 매켄로는 말한다.
투핸드가 유리한 면은 분명 있다. 특히 서비스 리턴에서는 양손 백핸드가 확실히 유리하다. 매켄로는 “한손을 더함으로써 라켓에 안정감이 더해져 대포알처럼 강력하게 튀어 오르는 공을 되돌릴 수 있으며 세컨드 서비스는 후려쳐서 리턴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패트릭 매켄로는 그 자신 뛰어난 양손 백핸드 선수였지만 “뛰어난 투핸드와 뛰어난 원핸드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로서는 원핸드를 택하겠다”고 말한다.
린지 대븐포트도 원핸드를 탐내는 말을 한다. “내 백핸드가 만약 원핸드였다면 훨씬 다채롭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손 백핸드의 위력이 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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