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11기 평통위원들이 발표되었을 때 워싱턴 권역 3개 한인회장들이 입을 모아 친북세력, 빨갱이들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들의 선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사퇴하겠다고 성명서 내고 한국정부에 투서를 보내고 난리 법석을 치더니, 이번에는 신필영 미주 총 부의장 내정에 부적절한 인사 조치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서로의 정치적인 성향이 다를 수도 있어 한인회장 개인적으로 반대 혹은 거부한다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으나 이것이 한인사회의 전체 의견인양 매도하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물론 한인회장 개인의 사견일지라도 직위가 주는 무게를 봐서라도 신중히 처신해야 했을 일이다. 사실 언제 그들이 우리 한인 동포사회의 의견을 듣고 중지를 모아 결정한 적이 있는가? 20여만 워싱턴 동포 중 겨우 2천 여 명의 지지를 얻어, 혹은 무투표 당선으로 한인회장이 된 이들에게 언제 동포사회가 이러한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함부로 결단지으라고 허락해주었단 말인가? 명백한 직권 남용이며 월권행위다.
한나라당 요원들이 오면 가장 앞줄에 서려고 하는 그들이 지향하는 노선이 신씨와 다르다고 회비 미납과 출석률 저조를 이유로 흠집을 내려 하다가 사실이 아님이 확인되자 이제는 벌써 한인사회에서 검증 받은 공금횡령이라는 십 수 년 전의 일을 거론하며 필살의 타격을 가하려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면에는 물론 진실된 다른 이유가 있다. 미주한인회 총연 회장까지 합세한 이번 해프닝은 과거 각 지역 회장 선거에 항상 자신들의 반대편에 섰다는 이유로 신씨를 결사반대하고 공박하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평통이란 무엇인가. 이는 지구상에 유일하게 분단된 우리 모국의 통일을 평화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들의 역량을 모아 실행하는데 힘을 실어주는 지원세력이다. 그러나 우리 워싱턴 지역의 현실은 어떠한가. 평통위원은 영향력있는 단체장들의 퇴임 후 한자리 걸치는 것 쯤으로 여기게 하고 3개 한인회장과 총영사관이 중심이 된 선정위원들이 서로 자신들에게 잘 협조하거나 함께 일하고 또는 자신들의 노선에 동참하는 내편 사람들로 자리를 메워왔다. 이런 평통 본연의 막중한 사명을 인지하지 못한 선정위원들이 한반도 통일에 대하여 한번도 진정한 고민을 한 적이 없는 친위부대 사람들을 대거 천거함으로써 평통이 해야 할 소중한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내 사람심기에 혈안이 되다보니 한인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범죄행위를 저질렀던 자들까지도 검증 없이 선정했고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평통위원직을 빌미로 사업 투자 유혹을 하고 있다는 흉흉한 말들이 전해오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 볼 때 이 지역 선정위원들이 결사반대해 평 위원에도 선정되지 못했던 신필영 씨를 한국 정부가 그간 통일에 대한 열정적인 활동을 인정하여 미주 지역의 총책임자인 부의장으로 임명한 것은 이 지역사회의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상이며 실소를 멈출 수 없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동포사회의 단합을 솔선수범해야할 한인회장들이 자기 개인들의 성향과 다르다고 적대시하고 투서나 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난 4월 26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거행된 독도 지키기 워싱턴 동포 시위도 이 3개 한인회장들의 성향적 분획과 이기주의로 반의 반쪽 행사가 되고 말았다. 애초 그 시위를 함께 하기로 했던 3개 한인회는 신씨가 함께 활동하는 남북통일을 위한 진보단체들이 주도한다는 이유로 불참하며 각 하급 단체에다 참석하지 않도록 종용한 적이 있었다. 이로 인하여 일본 대사관 앞에서의 시위는 아주 초라한 모습이 되고 말았으며 그를 본 일본 대사관 직원들이나 언론들이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념을 초월하고 남과 북을 넘어 함께 투쟁해야 할 이 시기에 워싱턴 사회는 이들 한인회장들의 고착된 냉전 이데올로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항거가 물거품이 되는 좌절을 맛보게 했다. 참으로 우리는 이러한 이들 때문에 극일이 불가능하며 통일의 꿈은 요원하다는 절망을 느끼게 한 분노의 날이었다.
동포사회의 화합과 전진을 위하여 더 이상 분열을 조장하는 일들에 한인회를 남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박춘기 <메릴랜드한인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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