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경제가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 미주 한인이란 정의가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는데다 시민권자, 영주권자, 주재원, 유학생 등 법적 범위도 다양해 공식적으로 한인경제를 측정할 수 없다. 하지만 타운내 한인 은행의 거래규모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산하면 대략 남가주 한인 경제의 규모는 한국경제의 40분의 1까지 이른다.
양적인 성장과 함께 주목해야할 점은 한인경제가 이미 그 자체로 돌아가는 자립 경제체제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한인경제는 이민경제다. 이민경제는 이민사회 밖으로부터 자금의 유입이 없으면 성립이 안된다. 이주자나 유학생이 돈을 본국에서 들여오든지 타운 밖에서 돈을 벌어와야만 경제가 돌아간다. 이때 밖에서 버는 돈이 타운을 지탱할만큼 될 때 한인경제가 자립된 단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미 한인경제는 자립의 단위로 발전했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자립된 경제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타운외부로부터의 부가가치를 만드는데 기여한 산업은 리커 마켓등의 소매업과 세탁소 청소업등의 서비스업이 있었고 나중에는 제조업과 대형 유통업등 여러 분야로 다양화해졌다. 최근 들어서는 부동산업도 규모가 커지면서 한인경제의 중요 구성원으로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산업중에서도 한 분야가 집중적으로 성장하면서 미국내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브랜드시장까지 진출한 의류업은 가히 한인경제의 주축돌이라고 하겠다. 의류업이 한인경제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한인경제 외부로부터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규모가 한인사회 내부의 소비와 서비스업을 뒷받침할 만큼 대단하다는 점이다.
봉제라는 하청에서 시작한 의류시장은 점차 봉제의 윗단계인 제조로 연결되고 원단과 염색의 기초 분야까지 확대되면서 한인경제의 젖줄로 성장한다. 이 의류업의 성장은 최근 들어 년간 매출 6억 달러 대를 넘는 소매 체인점을 만들어 미 주류시장도 주목하는 자체 브랜드까지 가질 정도로 발전해 이제는 한인경제를 넘어 당당한 미 주류사회의 주요 구성원이 되었다.
의류업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우선 경쟁이 심했었다. 조금만 성공해도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로 진입하는 경쟁자들 때문에 끊임없는 개발과 무한한 노력이 없으면 어느덧 소리도 없이 사라지는 약육강식의 세계가 한인 의류업계의 풍토였다. 80년대 국가 경쟁력이론으로 경영학계에 새 바람을 일으킨 하바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가 말하는 경쟁력 형성의 필수요건인 치열한 경쟁무대가 다운타운에 있었던 것이다. 살기 위해 또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한 결과 어느덧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이 생긴 것이다.
두번째로 다운타운에는 성장초기에 미국으로 재이민온 남미 이민자들의 힘이 있었다. 남미에서 축적한 의류업의 지식 및 자본과 함께 무엇보다도 서로를 도와 같이 커나갈 수 있는 신뢰가 있던 남미출신 이민자들은 동료들의 연관산업 진출을 도와주었다. 포터 교수가 제시한 경쟁력 형성의 두번째 주요 요소인 연관산업의 발전이 남미쪽 재이민자들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빠른 시기에 이루어짐으로써 향후 미 서부 의류시장의 주류를 형성하는 토대가 되었다.
세번째로 90년대에 생성된 한인 팩토링 금융이 한인의류업의 성장을 성숙시켰다. 자금의 공급이 훨씬 큰 규모로 이루어졌고 동시에 팩토링에서 요구하는 자료의 투명화에 대한 주문 때문에 의류업의 내부관리가 강화되고 회계가 점차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상품경쟁력과 연관산업의 발전 및 내부관리 개선으로 한인의류업계는 구매와 판매 면에서 또 자금면에서 부족함없는 경영여건을 조성해 미국내 명실상부한 의류거점으로 성장하면서 대규모의 부가가치를 외부로부터 창출해 한인경제에 공급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내부적으로는 소비산업의 고급화가 이루어지고 전문직의 대형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부의 관리영역인 금융과 부동산의 성장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차기 평통회장에 내정된 인사가 바로 한인경제의 젖줄을 만들어낸 의류업의 주역이어서 시대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본국과의 정치적 교감이 필요한 자리에 의류업계의 사람이 내정된 것은 한인경제의 위상이 한인사회의 중심이 된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인경제도 자부심을 가질만큼 성장했다.
최운화
커먼웰스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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