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란<주부>
인간관계는 참 복잡하고 미묘해서, 오래도록 친분을 나눈 사이라도 말 한마디로 금이 가서 관계가 깨지기도 하고, 몇 십년동안 미워하던 사람들도 말 한 마디로 오랜 시간동안 가슴속에 쌓였던 원망과 감정의 앙금이 녹아 내리기도 한다.
이런 말 한마디, 대화의 방식이 인간관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또한 인간 관계가 어떻게 변화되는지 다양한 상담 사례를 통해서 일깨워준 책을 최근에 읽었는데, 상대방의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관계를 호전시키는 단어가 반복되어 나왔고, 그 단어는 다름 아닌 ‘그래, 그랬구나!’였다.
누군가 나에게 불만이나 힘겨움을 말할 때, 전적으로 그 사람의 심리 상태를 읽고 동의를 해주면, 그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상대방이 알아준다는 것 만으로도,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마음속의 분노를 풀고, 나아가 자신이 잘못 생각했던 점도 스스로 알게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 하소연을 할때 ‘너 그런 일로 왜 그래?’ 하면서 설득하려 든다던가, 잘못을 따지기보다는, 먼저 ‘그래, 그랬구나. 그래서 네가 속상하구나’ 이렇게 단순히 동의해주는게 대화에 훨씬 효과적이며, 말을 한 사람은 상대방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자신이 이해된다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느끼고,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왜 그러냐? 라는 말보다는 나는 당신이 그러면 속상해져요. 이렇게 자신의 심정을 설명해 주는 것이 상대방의 반감을 얻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해준다기에, 나도 여러 상황에 부딪쳤을때, 이 대화 요령이 효과적일까 시험해 볼 기회라 여기고 써보았더니 정말 효과적이었다.
사람들은 어떤 위치나 상황에 있어도, 아무 걱정 없어 보이는 아이들도 그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그때 왜 그리 힘겨워했지 하는 생각이 들어도, 바로 그 시기를 거치는 사람에게는 힘겨운 것인데, 일반적으로 그 시기을 지난 사람들은 그것이 무슨 고민이냐면서 무시하거나, 또한 충고하거나 훈계하려 든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당신하고 무슨 말을 하겠어? 내가 입을 다물고 말지. 엄마하고는 대화가 통하지 않아.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어느날 부터 자녀는 엄마를 보면 입을 다물며 문을 닫고, 배우자는 상대방을 피하기 시작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헤아려준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것인가? 우리 모두는 자신을 소유물로 여기며 지배하려는 사람보다는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해주고,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그리고,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상대방에게 사람들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애써 입을 열고 싶어하지 않는데, 진정한 대화가 없는 사이는 형식적인 관계가 되고, 그렇게 되면 그 관계는 이미 끊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타인에게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조심하는 말을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끼리 얼마나 많은 언어 폭력을 휘두르고, 시간이 흘러도 서로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멍을 들게 하는가?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상대방도 듣고 싶어한다. 언제 들어도, 아무리 많이 들어도 기분 좋고, 듣고 싶은 말,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리고, 최근에 알게된 그래, 그랬구나! 상대방의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이런 마법의 말들은 언제 시도해도 결코 늦지 않은 말들 일 것이다. 가장 가까이 있기에, 더욱 소중한 사람들에게 먼저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떨까?
비록 그 시도에 대한 대답이 ‘엄마, 요즘 이상해요. 그냥 예전처럼 야단치고 소리 지르는 게 제 마음이 더 편해요’ 라든가, ‘당신 요즘 왜 그러지? 사람이 변하면 갈 때가 된거라는데, 요즘 불안하네. 당신 나 몰래 뭐 사고쳤어?’ 일지라도, 가장 가까운 사람과 대화가 끊겨서, 외롭고 쓸쓸한 노후를 맞이하는것 보다는 지금 이 순간 이런 말을 듣는게 덜 후회되지 않을까?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위한 노력, 어렵지만 인생에서 정말 가치있는 일중 하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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