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부모에게 자식이 아픈 모습을 보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큰 수술이던 작은 감기 기운이던 간에 부모로서는 속상하고 자식 대신 아파줄 수 있다면 하고 바라게 된다.
어려서부터 치아가 약해 치과를 내 집처럼 드나들었던 나는 이제는 “얼마나 아플까” 보다는 “얼마나 비용이 많이 들까”를 생각하게 된 장년의 딸인데도 우리 어머니는 여전히 나보다 더 속상해하시고 마음 아파하신다.
하지만 신체적인 상처는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수 있고 얼마나 아팠는지도 먼 기억으로 희미해지기 때문에 시간이 약이라고 알려주신 것도 어머니이시다.
신체적인 상처가 시간이 약이라면, 부모와 자녀간에 서로에게 주고받은 언어적 상처엔 어떠한 약이 있을까? 학부모 상담 때 한 어머니가 호소했다. “얘가 나한테 화가 나면 뭐라고 빠르게 영어로 해대는데 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아무튼 기분이 너무 언짢아요.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한국말로 해!라고 해도 들은 척도 안하고 무시하지요. 한번은 어디서 배웠는지 한국말로 나한테 욕을 했어요. 잘못은 자기가 했는데 오히려 부모에게 욕을 하다니 너무 충격이었어요. 아직도 너무 화가 나서 아이하고는 말을 안하고 있어요.”
부모에게 상스러운 소리를 한다는 것은 우리의 문화정서로는 용납되기 어려운 일이다. 아마도 그 욕은 부모의 가슴에 큰 못으로 박혀서 나중에 뽑아진다 하더라도 못 자국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반대로,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언어적 상처는 무엇일까? “너 한번만 더 그러면 정말 가만히 안둔다”는 식의 부모의 공갈 협박, “아니 왜 저 모양이야? 뭐가 되려고 그래? 바보같은 녀석” 등의 무시하는 소리, “너 때문에 내가 못살아. 자식이 아니라 원수야 원수”등 홧김의 막말, “내가 너때문에 이 고생을 한다”식의 탓하는 말 등은 자녀의 가슴에 상처로 남기 마련이고 나아가서는 “우리 부모는 나를 미워해. 귀찮아해. 상관하지 않아”등의 말도 안되는 엉뚱한 결론을 내리게 부추길 수 있다.
부모와 자녀 모두가 상대방의 언어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 때 으레 그러려니, 며칠 있으면 슬그머니 분위기가 나아질테니 하고 그냥 있으면 우리 엄마는 원래 저런 식이라는 태도가 굳어가기 때문에 더욱 상처를 악화시키게 된다.
또한 저번보다 행동이 개선되지 않거나 자꾸 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이에 비례하여 언어는 더욱 거칠어지게 된다. 다시 말해 신체적 상처는 흐르는 시간이 약이 될 수 있지만, 언어적 상처는 시간이 흐를수록 독이 되어 더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자녀에 대해 화가 날 때 그것을 자녀에 대한 인신공격식의 막말로 표현해서는 안된다. 자녀의 그릇된 행동을 지적해주어야 한다. 자녀의 말대꾸에 대해 ‘지금 뭘 잘했다고 대드느냐’는 식의 자녀의 태도문제로 확대하여 감정적인 반응을 하는 것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이전에 자녀를 몇 번 봐주었는데 매번 지키지도 않는 약속만 한다는 과거 중심형에서 벗어나 현재의 문제 상황 행동에 중점을 두어야한다.
또한 “너무 화가 나서 아이가 말을 걸어도 말을 안한다. 며칠 내가 화난 것을 보여야 자녀가 얼마나 잘못했는지를 더 잘 알게 된다’는 부모의 믿음과는 정반대로 자녀는 ‘대체 몇 번을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해야 부모의 마음이 풀어지느냐. 계속 화만 낸다’는 식으로 해석한다는 것을 아셨으면 한다.
겉돌기식의 간접적으로 화내는 방식은 구체적인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직접적으로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가, 반복되는 문제가 있다면 지금까지 어떻게 문제를 다루어 왔는가, 앞으로는 어떻게 다르게 문제를 풀 것인가하는 ‘갈등해결 기술(conflict resolution skill)’을 함께 응용해야 한다.
물론 실행하기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자녀가 신체적으로 아플 때 너무도 가슴아파하는 우리네 정 많은 부모님들이 아닌가.
어렵다고 속단하지 말고 위에서 제안한 것처럼 이번에는 막말을 줄이고 다음에는 과거를 들먹이지 않는 식의 점차적 노력을 기울인다면 언어로 인한 상처가 점차 작아질 수 있도록, 그리하여 부모와 자녀가 서로 위하는 속마음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신혜선/KYCC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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