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이란 대선에서 강경보수파로 알려진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48) 테헤란 시장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전세계가 이란의 움직임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이란이 현재 핵문제 등으로 국제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고 내부적으로 개혁요구가 분출하고 있는 중요한 국면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인 대통령의 등장은 이란 안팎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흐마디네자드는 핵 이용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와 협상에서 완강한 입장을 견지할 뿐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더욱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이란 핵 갈등 = 전문가들은 아흐마디네자드의 당선으로 이란의 핵 활동이 재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아흐마디네자드는 이란 핵 협상가들이 너무 무르다며 유럽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불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아흐마디네자드는 유럽 3국에게는 힘들고 벅찬 협상 상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종전과 같이 핵 문제의 최종 결정권을 종교지도자들의 손에 맡겨둘 것임이 틀림없다.
하미드 레자 아세피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4일 대선결과와 상관없이 우라늄 농축활동을 결국 재개하게 될 것이며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이란이 우라늄 농축활동을 영구중단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측도 25일 이란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이란 핵 프로그램 논란이 단기간에 정리될 가능성은 적다며 장기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 대미 관계 개선 = 미국은 서방과의 핵 갈등을 적극 해소하겠다는 의욕을 보인 아크바르 하셰니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을 선호했으나 아흐마디네자드의 당선이 근접권에 들어서자 크게 실망하는 눈치다.
대선기간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아흐마디네자드는 미국과의 관계가 최우선 사항은 아니라며 선을 긋고 미국이 먼저 자산동결 해제 등 추가적인 호의조치를 먼저 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대이란 관계를 핵문제의 해결과 직접 결부시키고 있기 때문에 핵분쟁이 선결되지 않는 한 미국에게 이같은 호의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미국은 `악의 축’의 하나로 지목한 이란이 테러단체 지원을 중단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정책을 버리는 한편 중동 평화과정을 수용하지 않는 한 관계 개선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란으로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해 미룰 수 없는 과제이지만 미국의 기피인물인 자칭 `근본주의자’ 아흐마디네자드의 당선은 이를 더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게 중평이다.
◇ 이란 내부 개혁 = 아흐마디네자드는 최근 수년간 모하마드 하타미 현 대통령의 개혁노선에 공공연히 반대해온 인물로 현 정치현실을 감안한 제한된 개혁을 희망하며 이슬람혁명 가치와 신정체제를 신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개혁진영에서는 이란의 개혁추진이 주춤거리면서 1979년 이슬람혁명 초기 억압의 시대로 회귀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있다. 테헤란 시장 재직 시절엔 개혁주의자들이 세운 시설을 폐쇄하는 등의 조치로 반발을 산 적도 있었다.
그러나 상당수 이란인들은 대선의 가장 큰 현안이 석유ㆍ가스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침체 일로에 놓인 경제라며 아흐마디네자드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제철공의 아들인 아흐마디네자드는 이란 최고 재벌가문을 이끄는 라프산자니와 비교해 자신을 `서민’의 대표로 표방하면서 저소득층 가계자금 확대, 농촌 개발기금, 건강보험 확대, 여성복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란의 공식 실업률은 16%이나 실제로는 30%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아흐마디네자드의 대통령 당선은 석유판매로 얻은 부(富)를 보다 공평하게 나누겠다는 그의 약속으로 실현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만큼 향후 이란에서 이슬람적 가치에 기반을 둔 서민지향 경제정책이 주종을 이룰 전망이다.
◇ 중동지역 영향 = 시아파 이슬람의 종주국인 이란의 대선결과는 새로 출범한 이라크 시아파 정권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고 여기에 종교적으로 더욱 편향된 아흐마디네자드의 당선은 이라크 문제에 또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흐마디네자드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선봉을 맡았던 혁명수비대의 교관을 지낸 경력을 감안하면 시아파 이슬람의 팽창노선을 통해 이라크 내정에 개입하려 시도할 수 있고, 또한 이는 미국의 반발을 살 수 있다.
한편 종파적으로나 민족적으로도 주변 아랍국과 이질적인 이란이 핵무기 보유로 역내 전략적 균형을 깨거나 무력충돌이 벌어지는 상황을 주변국은 최악의 상황으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 전쟁이후 중동 전역의 질서재편 과정에서 아랍국들은 이란의 부상을 내심 경계해왔다.
그러나 아랍국들은 아흐마디네자드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대 아랍관계에는 획기적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란이 핵 의혹을 해소하고 대미관계를 개선, 지역안정 구도가 정착되길 기대하고 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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