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되는 정의는 거부되는 정의다”(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란 말이 꼭 맞는다. 6월 21일 3명의 민권운동 참여자들이 미시시피 주 네쇼바 군에서 쿠 클럭스 클랜(KKK) 단원들에 의해 무참히도 살해되고 암매장된 지 꼭 41년만에 그 흉악한 사건의 주모자가 유죄판결을 받았다.
제임스 체이니라는 흑인, 그리고 마이클 스워너와 앤드류 굿맨이란 두 백인 청년들은 1964년 당시만 하더라도 철저히 참정권을 거부당하는 흑인들을 투표권자로 등록시키기 위한 자진봉사자들이었다. 에드가 레이 킬렌은 그 군의 군청 소재지 필라델피아에 사는 KKK 두목 중 하나였다. 그가 그의 졸개들을 시켜 흑인교회 하나를 불태우고 신도들을 때리는 만행을 저지른 것은 그 세 명의 민권운동 청년들을 필라델피아로 조사하러 오게 유인하기 위한 짓이었다. 우선 경찰은 속도위반죄로 그들을 체포했다가 석방시킨 다음 수순에 따라 KKK 단원들이 길에서 그들의 차를 멈춘 다음 잔인하게 죽인 것이다.
일부 정치인, 판사, 변호사, 경찰이 언필칭 백인친목사교자선단체라는 KKK 단원들이었던시절이라 킬렌 자신이 자기가 그 살인계획의 주모자라고 자랑하고 다녔어도 1964년의 미시시피에서는 그를 비롯한 살인범들을 처벌하려는 기미조차 없었다. 1967년에 가서야 연방 정부는 당시에는 그와 같은 사건에 있어서 연방살인죄목이 없었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민권박탈 혐의로 그 일당들을 연방 재판에 회부했지만 미시시피 소재 연방 법원의 배심원들도 미시시피 사람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몇 명은 유죄판결을 받았고 주모자 킬렌을 포함한 열 한 명은 무죄판결 아니면 배심원의 교착상태로 자유로운 몸이 된다.
킬렌이 그후 미시시피 주에 의한 재판을 한번 더 받기는 했지만 역시 무죄판결이 되었다. ‘불타는 미시시피’(Mississippi Burning)이란 영화의 소재가 된 사건이었다. 형제사랑의 도시란 의미의 필라델피아가 도무지 정반대의 행동을 해온 것이다. 그동안 미시시피도 많이 변했다. 흑인 아이들이 백인 아이들과 나란히 학교를 다니고 어린이 야구경기장에도 흑백이 섞여 있을 뿐 아니라 과거에는 범죄로 처벌대상이 되었던 흑백 부부들마저 있기 때문이다.
현재 80세의 킬렌은 백인 9명과 흑인 3명으로 구성된 배심원에 의해 고의적인 제1급 살인죄(Murder)가 아니라 보통살인죄(Manslaughter)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41년이나 지난 다음 있은 재판이라서 검찰이 증거제시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은 불문가지라 하겠다. 그가 3명의 살인을 계획하고 지시는 했지만 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증언할만한 사람들이 없었던 것도 ‘불완전한 판결’의 한 이유였을 것이다. 41년 전의 악몽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는 킬렌의 공범들 중 아직 생존하고 있는 네 명의 혐의자들도 법정에 세우고자 하던 검찰의 노력이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대배심에 의해 거부되었다는 사실이 있다.
필라델피아의 어떤 침례교회의 평신도 설교자로서 소위 유지였던 킬렌이 그나마 죽을 때까지는 감옥에서 보낼 수밖에 없게 된 이번 판결의 배후에는 네쇼바 군 검사장 마크 던컨의 노력이 크다고 하겠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판사의 부모들의 장례식을 킬렌이 주관했다는 작은 도시의 종횡무진한 연줄로 보아 더욱 그렇다.
1964년 여름 양식있는 미국인들이, 특히 백인들과 정치인들이 인종관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반성하게 만든 체이니, 스워너와 굿맨의 의로운 희생은 그해 연방의회로 하여금 민권법안을 통과시켜 존슨 대통령이 서명하도록 만든 근인 중 하나였다. 사실 21세기 초반에 미국에 살면서 미국 제도가 불완전하니 뭐니 하면서도 소수민족들에 대한 법적인 차별이 예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살고 있는 이민자들이나 그들의 후손들은 흑인 민권운동의 선구자들과 백인 지지자들의 자기희생적인 노력을 감사히 인식하면서 살아야 될 것이다. 어떤 미시시피 기자의 말대로 ‘Mississippi Burning’이 아니라 변하는 미시시피(Mississippi Turing)인가? 반드시 그렇지만 않은 이유 중에는 킬렌을 감옥에 보내는데 걸린 세월이 41년이라는 점이 있다. 그리고 그 동네 사람들을 인터뷰한 기자들에 의하면 아직도 흑인들에 대해 마음속으로 심한 편견을 갖고 있는 백인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물론 이 세상에서 완전한 정의를 기대할 수는 없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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