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정 하야시 후원의 밤 ‘그후’
=================================
국보급 유도스타 하형주 교수(동아대). 81년 세계선수권·84년 올림픽·86년 아시안게임 우승 등 전성기 약 10년동안 거의 세계챔피언으로 군림한 그는 은퇴 이후 더 바쁘다. 얼굴만 비쳐달라는 초청장 중 대폭 솎아내고 응할라쳐도 스케줄은 늘 빡빡하다.
SFSU 교환교수로 와 있는 동안에도 마찬가지다. 이 대학 저 학회 특강 등으로 영일없이 보냈고, 지금은 플로리다주 원정특강을 위해 자료정리·영어공부와 씨름중이다. 그가 지난 18일 저녁 샌프란시스코 BOA 빌딩에서 열린 메리 정 하야시 후보(주하원 제18지역구 민주당 예비선거 출마자) 후원의 밤에 나타나 함께 박수치고 더불어 건배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깨 백번 굴리는 것보다 호박 한바퀴 굴리는 기(게) 낫는깁니다(나은 것입니다).
누구 말대로 우리끼리 지지고볶는 것보다 주류 정치무대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줄 대변자가 한사람만 있어도 우리 한인사회에 얼마나 큰 그늘이 되는지에 대해 그가 내뱉은 비유는 ‘한판승의 사나이’답게 호쾌했다. 무슨 사족을 더 붙이랴. 표현은 달라도, 그날 저녁 그 자리를 지킨 70명 가까운 참가자들 생각도 대개 그랬을 것이다.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와 찬조연설을 하고 건배제의를 한 새크라멘토의 김익창 박사 부부도 그렇고, 늘 조용한 성품인데다 스스로 고백했듯이 본인은 공화당원임에도 민주당 소속 메리 정 후보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낸 윤무수 상항한인연합장로교회 장로도 그렇고, 고교생 신분으로 대학(오클랜드 레이니칼리지) 조교를 하면서 몇푼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가난한 소수계를 보고 이들을 돕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 예비대학생 제니퍼 최 양(콜럼비아대 진학예정)도 그렇고….
그런데 이상하다. 그런 자리라면 만사 제쳐놓고 참가할 것 같았던 인사들, 1.5세 2세 한인들이 보다 많이 주류사회 정·관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침을 튀겼던 인사들이 무더기로 안보였다. 물론, 불참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중 몇몇’의 행태는 좀 그렇다. 자신들만 빠지면 그만이지 다른 사람들도 못가게 했다는 풍문은 듣기에 민망하다. 동냥은 못줄망정 쪽박을 깨려는 심보다.
불참이유 또한 가관이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그 자체에 대한 논의는 미뤄두자.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개중 몇몇’이 그 말을 한다면 글쎄다. 딱 깨놓고 그들은 관심 정도가 아니라 온통 정치, 그나마 칙칙한 모사와 얍삽한 줄서기가 판치는 ‘정치 아닌 정치’ ‘정치일 수 없는 정치’ 쪽으로 꽤 실력발휘를 하는 것 같다.
메리 정 하야시 후보의 남편(데니스 하야시·인권변호사)이 왜 하필 일본계냐고? 각도를 틀어 살펴보자. ‘개중 몇몇’은 그럼 재팬타운에서 비즈니스하는 한인들을 친일파쯤으로 본단 말인가. 그렇게 따진 적이라도 있는가. 오클랜드시의회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일본계 데이빗 카키시바 후보 후원만찬(4월29일)에 참석해 격려하고 후원금을 전달한 EB한미상의 전동국 회장·강승구 부이사장·배성준 차세대분과위원장·류원석 재무이사와 SF태권도협회 심효섭 회장 등에게 크로스 커뮤니티 유대를 위해 잘했다고 칭찬은 못해줘도 그런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가.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개중 몇몇’은 하야시 변호사가 과거 한인들이 다수 포함된 SF공항 단순노무직 근로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앞장서 투쟁한 일을 모를 리 없을텐데(모른다면 그들이 자랑스럽게 내미는 명함은 사기요, 알고도 그런다면 배은망덕이다) 그때 민족적 자존심을 내세워 그의 도움을 거부하고 한인 인권변호사 섭외를 위해 발벗고 나서본 적이 있는가.
메리 정 하야시 후보가 지금까지 한인사회를 위해 한 게 뭐냐고? 몇차례 소개됐듯이, 그는 20여년동안 LA한인타운 식당 등의 무보험 종업원들을 위한 무료(또는 저가) 보험혜택, 아시아계 여성들과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보장, 저소득층을 위한 교육기회 확대를 위해 헌신해온 일꾼이다. 민주당 텃밭에서 민주당 유력후보로 떠오른 것은 그 덕분이다. 그게 한인과 한인사회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게 아니고 무엇인가. 진작에 그런 인물을 키워내지는 못했을망정 스스로 성장해 주류정치무대 문앞까지 온 그의 등을 힘모아 밀어줌으로써 마지막 문턱 하나 넘는 것만큼은 좀 수월하게 해주는 것이 도리 아닌가.
’개중 몇몇’에 대해 잘 아는 동료기자는 말했다. 메리 정이 현역의원이거나 당선자신분만 됐어도 그 사람들은 x떼같이 몰려들었을 것이라고. 또 다른 어떤 사람은 덧붙였다. (한국에서) 000 장관 같은 실세가 왔다면 그 사람들은 오지 말라고 철조망을 치고 지뢰를 깔아놔도 도시락 싸들고 덤벼들어 악수하고 사진찍고 법석을 피웠을 것이라고.
<정태수 /편집부국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