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물 비운의 신라왕족 맡아 첫 사극멜로…5년만에 스타덤 올핸 원없이 연기
오지호 화보
‘다비드 조각상’ 오지호는 깎아놓은 듯한 완벽한 마스크 때문에 때론 석고상처럼 메마르고 차가워보인다. 실제 모습도 그러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앞세워 만난 그는 의외의 ‘무기’(?)인 ‘살인 보조개’를 날리며, 개구장이 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느새 차가운 조각상의 이미지는 사라져버렸고 오지호는 소년 같은 천진난만함으로 돌변해 있었다. 배우에게 차가움과 따스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것은 매우 큰 강점일 터. 그래서일까? 그가 연기한 MBC ‘신입사원’의 ‘완벽남’ 이봉삼도 언뜻 엿보이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샀다.
오지호는 스스로도 “외적 부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나만의 강점들이 있다”며 “이를 잘 살려 맡은 배역들을 새롭게 탄생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젠 ‘탔犢玲阪??봉삼이가 아니라, SBS ‘서동요’의 신라 왕족 사택기루로 다시 태어날 준비 중이다”며 씩씩하게 웃었다.
# 슬럼프 극복하고 진짜 배우로!
오지호는 지난해 KBS 2TV 드라마 ‘두 번째 프러포즈’와 올해 MBC 드라마 ‘신입사원’을 연속 히트시키며 ‘연기자 오지호’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지난 2000년 영화 ‘미인’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뒤 오지호는 ‘연기자’란 이름을 얻기까지 5년이란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정말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뭘 해도 안 되던 때가 있었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연기자의 길을 계속 가야 하나 고민했을 정도였다.”
오지호는 2003년 영화 ‘은장도’마저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마음을 완전히 비우기로 결심했다. 오지호는 “고등학교 때도 반에서 성적이 어중간한 20등 정도였다. 제대로 놀아본 적이 그 때껏 한 번도 없었다는 생각에 한 번 제대로 쉬어보자고 생각하고 여유를 갖기로 했다. 그 뒤 2004년부터 일복이 막 터지기 시작하더라”고 말했다.
오지호는 그 덕분에 올해 원없이 연기에 빠져 살 작정이다. ‘두 번째 프러포즈’ ‘신입사원’에 이은 작품은 바로 ‘상도’ ‘허준’ ‘대장금’으로 유명한 이병훈 PD의 54부작 시대극 ‘서동요’다.
주위에서 페르시안인 같은 외모 때문에 사극에 안 어울릴 것 같다고 놀리기도 한다. 하지만 연기자로서 평생 사극을 안 할 순 없지 않은가. 이번 작품을 통해 정말 ‘연기자 오지호’로 인정받고 싶다.”
# 멜로 남, 변신 완료!
오지호의 요즘 일상은 몸 만들기와 사극 연기 준비하기 뿐이다. 운동이야 평소 연예인 농구단 ‘피닉스’의 일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일상적이지만, 사극에 대해서는 아직 낯설다.
“원래 사극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작품을 선택하면서 TV를 봐도 꼭 사극만 보게 된다. ‘불멸의 이순신’의 김명민 선배의 연기를 보고 사극과 트렌디 드라마의 차이점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같은 상처받은 영혼이 등장하는 소설도 읽으며 극중 캐릭터를 그려내고 있다.”
오지호는 ‘서동요’에서 유일한 가상인물인 신라의 왕족 사택기루 역을 맡았다. 다른 배역들은 역사서 등을 참조하며 캐릭터를 연구할 수 있지만 사택기루는 오롯이 스스로의 상상력에 의존해야 하므로 책임감이 막중하다.
“선화공주를 돕기 위해 라이벌인 서동을 돕지만, 결국 사랑도 못이루고, 나라에서도 버림받는 비운의 인물이다. 사극이면서도 멜로가 강한 캐릭터여서 감성 연기가 가장 솔직히 신경 쓰인다.”
하지만 오지호는 이병훈 PD와 함께 호흡하게 됐다는 사실만으로 “벌써부터 감성이 꽉 차는 느낌을 받는다”며 “자신감이 붙는다”고 말했다. 오지호는 “사실 영화 ‘미인’도 멜로 연기였지만, 그 땐 연기에 대해 전혀 모르고 도전했다. 극중 사택기루처럼 사랑하면서 상처받은 경험도 있어 멜로 연기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지호는 서동과 선화공주 캐릭터의 캐스팅이 완료되는 대로 7월 드라마 촬영에 돌입해, 오는 9월께 ‘서동요’로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인경기자 lik@sportshankook.co.kr
/사진=홍기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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