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 언 대
▶ 이병희 <워싱턴 6.25참전유공자회장>
국가와 민족을 보존하기 위해 자신의 몸과 목숨을 희생한 순국선열과 국가 유공자들인 6.25전쟁, 베트남전쟁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애국정신을 기리는 ‘호국 보훈의 달’을 맞이했다.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6.25전쟁의 비극적 역사 앞에 자못 숙연해지는 6월은 순국 선열과 호국 영령들을 기리고 추모와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달이기도 하다. 국가 보훈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며, 조국을 사랑하는 보훈정신이 없을 때 군인은 자신들의 사명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강한 국가에는 항상 뿌리 깊은 보훈문화가 심어진 역사 배경을 볼 수 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앞선 보훈제도의 정통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보훈문화의 특징은 ‘기억의 정치’(la Politique dumimoire)라고 할 수 있다. 군인들과 전쟁 희생자들의 국가에 공헌하였고 따라서 이들이 국민의 이름으로 인정받고 보호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키고, 지원을 국민적 합의 위에서 실행하고 있다.
일찍이 영국의 지도층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국민들의 앞에 섬으로써 과거부터 지금까지 애국정신을 솔선 실천해 왔다. 포피데이(Poppy Day)란 제1차 세계대전의 격전지였던 프랑스 북부 지역에서 참화에도 불구 무수히 돋아난 붉은 양귀비꽃을 보고 지은 존 맥크리어 대령의 시(詩)가 사람들의 입으로 전파됐다. 이 시에 감명 받은 한 미국인이 붉은 양귀비꽃을 사서 자신의 옷에 꽂고 나머지는 친구들에게 팔아 그 돈으로 기금을 마련, 재정적인 도움이 필요한 제대 군인을 도왔다. 이런 운동이 영국에도 전해져 1921년 11월 11일 첫 포피데이가 열려 전국적인 대성공을 거두었고, 이때부터 국민들이 모조 양귀비꽃을 사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이 용사를 돕는 자발적이고 국민적인 보훈행사로 정착되었다.
호주의 대표적인 보훈행사로는 안자크(ANZAC)의 날(4.25) 및 현충일(11.11)등이 있으며 호주 보훈정신의 근본은 동료애(mateship)이다. 동료애란 다민족간의 인종분쟁, 문화적 갈등을 녹이는 용광로와 같은 연대의식이다. 오늘날에도 동료애 정신은 이웃간의 인사에서 “하이-메이트”로 인사할 정도로 생활화된 호주인의 국민 정신이다. 애국심을 함양하는 각종 기념 행사는 전쟁 기념관에서 이루어지며 제1차 대전 중 터키군과 싸워 큰 희생을 남긴 안자크(ANZAC)전투를 기념하는 4월25일 행사를 크게 치르고 있다.
미국 보훈문화의 특징은 한마디로 국가는 국민(보훈대상자)에게 최대의 예우를, 국민은 국가에게 최고의 신뢰를 보여주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전쟁터에서 공격을 앞둔 병사들에게 지휘관은 “생사는 보장 못하지만, 시체는 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6.25전쟁 55주년을 맞는 지금까지(최근 유해 발굴 중단) 미국이 북한 지역 참전 미군 유해 발굴 송환을 위해 10년 동안에 제공한 돈은 ‘현금 1,500만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의 보훈문화는 어디쯤 있는가. 광복이후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서 국토 분단과 뒤이은 동족 상잔의 6.25전쟁 등 엄청난 민족의 희생을 치러야 했다. 지난 수십 년간은 오로지 경제 발전에만 매달리고 또한 정치적인 소용돌이 과정에서 달려오느라 진정 나라를 위해 공헌하고 희생을 바친 분들의 고귀한 뜻을 기억하고 널리 펴는 일인 보훈문화 사업에 관심과 여력이 없었다. 생존 문제로 힘들었던 60, 70년대까지 상이 용사들의 상처받은 모습을 본의 아니게 외면하듯이 덮어 버리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과거를 잊고 기억하지 않는 민족은 세계역사에서 보듯이 미래 역시 준비 할 수 없다. 90년대부터 점진적이나마 호국 영령을 위한 현충일을 비롯, 보훈가족의 생활안정, 의료, 취업 등 일반적인 보훈문화 확산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으나, 참전 군인 유공자의 명예 선양, 이름 모를 6.25전사 장병들이 하늘을 바라보게 되는 유해발굴, 죽음만을 기다리는 국군 포로의 귀환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보훈문제가 산적해 있다. 따라서 현충일과 6.25의 날 만큼은 경건하게 호국 영령을 기리고 추모하는 마음, 이웃의 참전 용사들에 대한 존경심과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 국가 유공자 유가족을 위로하고 도와주는 마음을 실천하여 우리 가슴속 깊이 애국심에 불을 지피고 민족정기를 바로 잡는 일, 그리하여 보훈문화가 일상 생활 안에 활짝 꽃피는 사회 기풍이 조성되는 길만이 그분들의 고귀한 공헌과 희생에 보답하는 것이라 믿는다.
이병희 <워싱턴 6.25참전유공자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