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로 각광을 받고 있는 황우석 박사에게 10년 동안 1등 항공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황 교수가 그 많은 해외여행 때 항상 일반석(Economy class) 만을 사용해왔었다는 사실이다. 하루 4시간만 자고 연구에 몰두한다는 그의 근면성에다 겸손성마저 엿보이는 부분이다. KAL의 결정은 또한 PR에 있어서 국제적 수준급임을 보여준다. 황 박사가 며칠 전 LA로 올 때 처음으로 1등석을 타게 되었다는 게 또한 뉴스로 보도되었으니까.
최근 몇 해 동안 KAL을 타본 결과 다른 나라 국적기들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기장이나 승무원의 영어 안내방송부터 내용이나 발음이 썩 훌륭했다. 또 승무원들의 태도 역시 좋은 인상을 주었다. 현재의 KAL을 생각하다보니 이승만 정부 시절 신용욱 씨가 경영하던 대한민항공(KNA) 생각이 났다. 미국 취항은 꿈도 못 꾸고 국제선이라고는 김포와 동경 하네다 공항만 왕래하던 KNA의 조종사들은 전부 미국인들이었다. 국내선 KNA를 납북하던 범인들이 “Turn the Nose to the North”(기수를 북으로 돌려라) 라는 영어 협박 쪽지를 조종사에게 보여주었던 시절이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 경제규모로 11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에 걸맞게 항공 분야도 국제수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내가 가진 KAL에 대한 호감은 아마도 1등석은 아니지만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해서 여행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신용카드를 물품구입에 항상 쓰기 때문에 KAL에서 카드를 발급 받아 주로 그것을 많이 사용했더니 소위 마일리지가 상당히 쌓여 비즈니스 클래스를 탈 수 있었던 것이다. 1등석(First Class)이야 물론 더하겠지만 비즈니스 클래스에서는 승무원들의 서비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내식도 비빔밥, 쇠고기 서양음식 메뉴, 생선 메뉴 등 3가지 중 택일이고, 그것도 마음에 안 들면 라면 하나를 끓여다 달라고 해도 된다.
3월달 잠깐 서울에 갔을 때는 한동안 대통령감 이라던 이인제 씨 부부가 눈에 띄었다. 박정희를 가장 닮은 사람으로 당시 여당의 9룡들 중 선두주자이다가 이회창 씨에게 경선에서 패하자 경선불복으로 대선에 출마하여 김대중 씨 당선의 변수 역할을 했었던 사람이다. 2002년 대선 때도 그가 민주당 후보로 제1순위에 꼽혔지만 노무현 씨의 황색돌풍으로 낙마한 후 선거자금 관계인지 뇌물 관계 때문에 잠시동안 옥고를 겪기도 한 이 씨가 부자집 아이들이면 초등학생들까지도 타고 다니는 비즈니스 클래스에 탄 것을 보고 ‘사람팔자 시간문제’라는 표현이 생각났다. 이인제 씨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에는 분명 First Class를 타고 다녔을 뿐 아니라 경선 패배 때 참고 기다렸다면 아마 노무현 씨 대신 청와대의 주인이 되어서 대한민국 1호기를 타고 다니는 신분이 되었을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나쁘다, 연 성장률이 5%미만이다, 서민생활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해도 대통령의 외국 행차는 나라 체면상 일류일 수밖에 없다. 재벌급 경제인들이 수행하는 정상회담 나들이는 최고의 의전수준일 것으로 짐작된다. 4, 5년 전만 하더라도 노무현 씨가 그 주인공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을 못했을 것을 생각하면 이인제 씨 등을 포함하여 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듯하다.
나도 First Class를 한 번은 타보았다. 하와이에 살던 시절 우리는 질 나카가와 란 PAN AM 항공사의 직원을 안 적이 있었다. 그가 학회 참석차 시애틀로 가는 내 비행기표를 일등권으로 업그레이드해 주었기 때문이다. 당시로서는 비행기표가 비싼 시절이라서 여행을 자주 할 수 없었지만 심지어는 우리 아는 사람들의 비행기표도 그리 해주어서 그는 아주 고맙고도 유용한 존재였었다.
그런데 어떤 언론 사주 집안의 내 후배가 하와이에서 1년 동안 취직하다가 귀국하면서 짐이 몹시 많았는데 그것을 나카가와 여사에게 부탁해서 무료로 가져가게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가는 식으로 고지식한 내 후배가 PAN AM 본사에 전화를 걸어 질 나카가와 란 직원이 규정량을 초과하는 짐짝들을 돈 더 내지 않고 가지고 갈 수 있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확인하려 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더는 나카가와 여사의 혜택을 볼 수 없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남선우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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