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시의 숙원사업인 다운타운 ‘그랜드 애비뉴 프로젝트’(Grand Avenue Project)가 본궤도에 올랐다.
시와 카운티가 공동으로 구성한 그랜드 애비뉴 위원회가 보름 전 다운타운을 남가주의 상징으로 띄우기 위한 이 프로젝트의 매스터 플랜을 승인한 것이다.
이 플랜에 따르면 그랜드 애비뉴 인근에 호텔, 오피스, 콘도, 아파트 등으로 쓰일 총면적 280만-380만스퀘어피트의 고층건물 5동(30-50층)이 9에이커 부지에 건축된다. 이중에는 무려 2,100-2,600개 유닛의 주거시설이 포함돼 있다. 인근에 세워질 40만스퀘어피트 상가에는 극장, 갤러리, 서점, 고급 마켓, 식당 등이 입주하고 5,500대 수용 가능한 공공 주차시설도 들어서 앤젤리노들을 도심으로 흡인한다.
여기에 거대 시민공원이 푸르름과 여유를 더한다. 뮤직센터와 LA시청을 잇게 될 16에이커 공원에는 예술, 공연 등을 즐길 수 있는 정원, 잔디밭, 테라스, 광장 등이 조성되고 에스컬레이터가 방문자들의 발품을 덜어준다. 주변 도로도 새 단장하고 ‘보행자의 거리’로 다시 태어난다. 프로젝트는 빠르면 내년말 착공돼 그로부터 5년 뒤 완공될 예정이다.
200년 시 역사상 최대 규모중 하나라고 불리는 야심찬 계획이다.
야심의 크기에 걸맞게 매스터 플랜이 통과된 날 위원회는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거창한 자축 기자회견을 갖고 이를 널리 자랑했다. 보기 드물게 리처드 리오단, 제임스 한,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등 과거, 현재, 미래의 LA의 시장 3명까지 총출동, 마이크를 잡았다.
이 자리에선 꿈이 와르르 쏟아졌다. “세계적인 패션가 파리의 샹젤리제 같은 곳을 이제 우리도 갖게 된다” “뉴욕의 라커펠러 센터, 타임스 스퀘어, 센트럴 팍 등을 합한 공간이 될 것이다” “월드시리즈 우승 같은 경사가 있을 때 도시 전체가 모일 수 있는 자리” “놀고 쉬고 즐기고 샤핑할 수 있는 장소가 생긴다” “LA는 24시간 열려 있는, 밤이 살아 있는 도시로 거듭난다” “약 5,000개의 영구적 일자리와 연 5억6,500만달러의 세수 창출이 기대된다”…. 찬란한 수식어를 동원한 예찬론이 입이 침이 마를 정도로 열정적으로 펼쳐졌다.
LA시의 의도는 구슬을 꿰어 하나의 보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연결고리로 삼아 디즈니 콘서트홀, 뮤직센터, 성모후 대성당, LA현대미술관(MOCA) 등 인근의 랜드마크들을 하나로 묶음으로써.
이는 우리 한인 이민자들도 느끼듯 다운타운이 너무 볼품없고 마음기댈 매력 없는 이 회색도시에 ‘가슴’을 달아주겠다는 시도로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비판적 시각도 있다. 자칫 잘못하면 몰과 고층빌딩 몇 개가 전부인, 인근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나 길 잃은 관광객 정도나 두리번거리는 장소를 만드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주장도 그중 하나다. LA를 ‘맨해턴화’ 하려는 불필요한 노력이라며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이 프로젝트로 만들어질 공간 없이도 LA는 지금까지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수도로, 패션산업의 중심지로 잘만 성장해 왔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프로젝트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 시는 이같은 반대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포인트는 또 하나 있다. 139년만에 라티노 시장이 탄생했을 정도로 인종 구성이 빠르게 다양화되고 있는 지금, 이 시설의 컨셉을 정하고 디자인하고 입주 상인과 주민을 선정하고 그후 이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인종 융합을 실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럴 때라야 콘도의 20%는 중간 및 저소득층에게 분양돼 빈부가 함께 어우러지는 곳이 될 것이라고 말한, 이번 프로젝트의 ‘하나됨의 정신’은 비로소 빛을 발할 것이다.
도로와 빌딩과 스카이라인으로만 구도 잡히는 공간이 아니라 모든 인종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정신이 도도히 흐르는 도시. 이런 LA를 꿈꾸며 그랜드 애비뉴 프로젝트(Grand Avenue Project)를 통해 인종화합의 ‘대로’(grand avenue)가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장섭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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