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오른 집값으로 인해 집과 우리의 관계는 달라졌다. 엄청난 재산증식을 안겨주었고 소비 행태와 라이프 스타일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남가주의 잔 윌리엄스(40). 본업이 디스크 자키인 그는 최근 수년간 집장사로 팔자가 바뀌었다. 친구들 따라 허름한 집을 하나 사서 고쳐 시장에 내 놨는데 세일 간판을 걸기가 무섭게 팔렸고 그 뒤로도 여러 차례 매입해서 약간 손보고 시장에 내 놓는 식으로 이익을 많이 남겼다. 매매기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금방 이익이 손에 떨어졌다. 그에게 주택은 즉각적인 캐쉬를 남겨주는 마니 머신이었다. “친구들이나 동료들 집을 사고 팔아서 부자가 되는 것 많이 봤고 나도 그렇게 부유해지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미국은 지금 못 말리는 하우스 파티중
크게 늘어난 재산으로 소비 및 삶에 큰 변화
주식은 빌빌거리고 있지만 집은 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다. 아메리카가 부동산 붐으로 몸이 달았다. 주택 가치가 급격히 증대됨으로써 집은 더 이상 예전의 집이 아니다. 단순히 거주와 휴식의 공간을 넘어 그것은 돈을 쉽게 꺼내 쓸 수 있는 돼지 저금통이자 현금인출기이며 은퇴한 뒤 먹고 살 돈을 차곡차곡 쌓아놓는 401(k)이기도 하다. 그리고 집 구경은 다수 미국인들이 무엇보다도 즐기는 ‘취미’가 됐으며 주택 리모델링은 ‘인터테인먼트’인 동시에 투자가 됐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호에서 터질 듯 뜨거운 주택 시장 붐을 카버스토리로 다루며 집은 엄청난 재산 증식과 함께 우리의 일상과 라이프 스타일 마저 변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을 조만간 팔든 안 팔든 급등한 주택 가치는 집에 대한 우리의 사고와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어떤 집을 갖고 있느냐는 자신이 소속되는 사회적 지위를 결정한다. 주택 붐이 있음으로 해서 가진자와 못 가진자가 구별됐고, 누구는 오너가 되고 누구는 세입자로 남았다. 또 뜨거운 마켓과 식은 마켓으로 미국이 2분됐다.
미국의 중간 평균 주택 가격은 4월중 20만6,000달러로 15% 올랐고, 5년간은 55%가 올랐다. 5년전에 15만 달러 집을 20%를 다운하고 매입했을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그 사이 집값이 55% 올랐다면 3만달러를 투자하여 8만2,500달러를 벌었다. 투자이익이 무려 275%에 이른다. 헤매고 있는 주식과는 비교가 안된다.
이건 보통이고 더 뜨거운 지역도 많다. LA는 5년동안 132%가 올랐고 샌디에고 132%, 라스베가스 117%, 마이애미와 워싱턴 샌프란시스코가 각각 128%, 108%, 65%씩 올랐다. 이 정도의 재산을 불렸으니 만약 집이 없다면 집 가진 사람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2005년 판 노다지
사우스 플로리다의 한 투자자는 콘도를 42만5,000달러에 매입하는 계약을 아침에 체결했는데 옆에서 보고 섰던 사람이 사고 싶어해 오후에 52만5,000달러에 팔았다. 며칠 뒷면 57만 달러로 오른다는 소문이 돌아 몇시간 사이에 10만 달러가 더 붙어서 거래됐다.
마이애미서 판매된 콘도의 70%는 전매하기 위해 투자한 것들이었다. 라스베가스에서 최상의 베팅은 카드를 잡는 것이 아니다. 콘도를 사는 것이다. 라스베가스 스트립에 건설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콘도는 일단 사기만 하면 금방 올라 거액이 수중에 떨어진다.
■집 있어 부자, 없어서 빈자
90년대에 집을 사서 지금 가지고 있는 사람은 돈더미 위에 올라앉아 있다. 재산이 엄청 불었다. 우들랜드힐스의 한 주민은 1982년에 26만 달러 주고 산 집을 얼마 전 수십만 달러를 들여 리모델링 했는데 팔라는 에이전트의 문의가 귀찮을 정도다. 동네에 나온 비슷한 집들을 보면 자신의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회심의 미소가 절로 나온다.
산타모니아의 850스퀘어피트의 아파트에 사는 49세의 한 가장. 4명 가족이 비좁은 공간에서 불편하게 지낸다. 지난 1994년 결혼한 뒤 집을 사려고도 생각했으나 “집값이 과하게 올라있다”고 생각해 사지 않았다. 그사이 그의 월급은 크게 올랐지만 집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올라 지금은 집을 도저히 살 수 없는 실정이다. 그는 집값이 싼 오리건이나 워싱턴주로 이주할 생각을 해본다.
지난 세대들도 집을 투자로 생각했지만 그것은 피동적인 의미의 투자였다. 30년간 페이먼트를 내면 은퇴시에는 페이먼트 걱정없이 집을 갖게 되고, 그것을 후손에게 유산으로 넘긴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주택 소유주들이 집에 대해 갖는 생각은 다르다. 주가를 체크하듯이 자신의 집 가치를 매일 알아보는 사람이 상당수가 될 정도로 민감하다. 또 에퀴티 론이나 라인을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집은 중요한 현금 금고다.
2004년의 경우 재융자를 통해 1390억달러를 꺼냈는데 2000년 260억달러에 비하면 급증했다. 이렇게 꺼낸 돈의 35%를 홈 임프루브먼트에 , 16%는 소비재 구입에, 26%는 다른 빚을 갚는데 썼다. 이 돈은 물론 공짜 돈은 아니다. 그러나 은행이자는 파킹미터에 넣기에 알맞을 정도고, 물가는 오르고, 회사 월급은 안오르고, 소셜 시큐리티는 축소될 전망인 상황에서 주택 소유주들에게는 집이야말로 풍요로운 삶의 근거이며 유일한 희망이다.
부자라고 느끼기에 소비 지출이 크게 늘고 라이프 스타일이 럭서리로 변했다. 실제 재산이든 종이위에 쓰인 숫자에 불과한 명목상의 증가이든 재산이 늘면 소비가 는다. 이를 부의 재산 효과라 하는데 전체 소비 증가의 3분의 1이 부동산 가치 증가에 따른 재산효과로 분석되고 있다. 홈디포나 로우 등 홈 임프루브먼트 업체가 큰 덕을 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택 전선 이상 없나?
이는 21세기 들어 처음 맞이한 붐과 관련된 640억 달러 짜리 질문이다. 오늘날의 부동산 붐은 주식시장의 버블처럼 터지고 말 것인가? UCLA의 에드워드 리머는 특히 동서해안 지역에는 거품이 파열지경으로 부풀어올랐다고 본다. 남가주의 경우 지난 3년간 두배나 뛰었는데 그럴만한 실제적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낮은 이자율과 군중심리,투기, 끝없이 상승하는 가격자체가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위험은 크다. 주식시장이 피크였을 때 탑 1%의 투자자가 전체 주식 자산의 33.5%를 갖고 있었는데 지금 주택시장은 탑 1%가 13%를 갖고 있다. 달리 말하면 주택 가치가 내려간다면 그 파장은 나스닥 거품이 파열됐을 때 보다 훨씬 큰 폭으로 전국의 주택소유주들을 강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0% 다운이나 ‘이자만’ 융자, 네거티브 아모타이제이션 등 최근 유행하는 주택융자스타일도 위험요인이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상승하든 내리 박든, 아니면 그대로 가든간에, 그리고 그 시기가 어느 때이든 간에 엄청난 붐을 맞이했던 집은 더 이상 옛날의 집이 아니다. 집과 우리의 관계는 완전히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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