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선택한 ‘당당한 걸’ 예쁜여자 보면 질투나요
누드화보집<여자들은 반성하라>로 세상의 이목 집중
중국·일본 등지서 싱글앨범 발표하며 세계무대 진출
트랜스젠드 ‘레이디’ 화보 왼쪽부터 비누, 유나, 사하라, 신애
‘그들’이 용감해졌다. 종로와 홍대 광화문일대에서는 지금 ‘퀴어 절정!’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퀴어 문화 축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로 6번째를 맞는 동성애자들의 축제다. 지난 축제보다 규모도 커졌고 변화도 보인다. 게이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이 축제에 레즈비언을 위한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레즈비언만의 파티가 따로 있을 정도다. ‘사랑과 자유의 절정을 노래’하는 이들 성적 소수자들이 꿈꾸는 것은 분명 사회의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일 것이다.
성적 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받기 위한 몸부림에 사회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트랜스 젠더의 삶과 절규를 집중 조명했던 kbs ‘추적 60분’이나 성정체성으로 혼란을 겪는 10대들의 삶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타고난 성을 거부하는 아이들)에서는 이 땅에서 트랜스젠더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과 사회의 곱지 못한 시선을 보여줬다.
‘나는 트랜스젠더다’라고 밝힌 10대들은 타고난 성은 어쩔 수 없어도 원하는 성은 맘대로 바꿀 권리가 있다고 누구든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당당히 밝히고 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점점 개선되면서 용감하게 커밍아웃하는 트랜스젠더가 늘고 있다. 이미 성공한 하리수와 같은 트랜스젠더 연예인은 신인 여가수 류나인이 데뷔한 후 자신은 성전환자라고 뒤늦게 고백하는데 알게 霽0?버팀목이 되었다.
그리고 ‘여자들은 반성하라’라는 누드화보집을 낸 ‘용감한 여자들’이 또 있다. 그녀들은 ‘어텐션(Attention)’ 이란 곡으로 세상의 시선을 한번에 ‘주목’ 하게 했던 트랜스젠더 그룹 레이디다.
하리수의 도전정신에 용기얻어
“하리수 언니가 있기에 우리가 좀더 용감해 질 수 있었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레이디는 데뷔 전 하리수의 용기와 도전정신이 심정적으로 위안이 되었다.
얼마 전 강남의 한 클럽에서 심야 쇼케이스를 가졌던 레이디는 기대했던 것보다 호응이 좋아서 가수로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팬들이 ‘언니’를 외치며 열광하는 모습에 행복하기만 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를 양성이라고 오해하는 말들에 그녀들은 적잖이 상처받고 있다. “예쁜 여자를 보면 떨리나요?”라는 질문에 “예쁜 여자를 보면 저는 질투나던 걸요”라고 재치 있게 넘어갔지만 레이디에게 그런 질문은 아직 불편할 뿐이다.
“우리가 남성과 여성을 오갈 수 있다고, 성적으로 자유롭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그건 트랜스젠더를 오해하는 질문들이에요. 트랜스젠더는 정신과 몸이 반대인 사람들이에요.”(사하라)
레이디는 태어나서 성 전환 수술을 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자신을 남성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살아가는데 몸에는 혹 같은 거추장스러운 것이 붙어있고 사춘기가 되면서 몸의 변화가 생기고 자연스레 발기와 몽정을 경험하게 된 자신들을 이해 할수 없었다는 것이 트랜스젠더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레이디에게 첫사랑은 당연히 남자다. 성전환 수술하기 전 남성의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성이라는 정신이 남성의 굴레 안에 갇힌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말한다.
팀의 분위기 메이커인 사하라는 “저 남녀공학 다녔어요”라고 말하는데 그녀가 입을 열자 멤버들이 “또 시작이다”라며 우린 모두 남학교를 다녔는데 우리 때문에 학교가 남녀공학이되었다”고 이젠 전체가 능청 아닌 능청을 떤다.
“가끔 짖꿎은 남학생들이 괴롭히면 운동부 학생들이 막아줬어요. 운동부 학생들이 저를 좋아해서 학교를 편하게 다닌 편이죠. 무거운 물건이나 가방 같은 거는 친구들이 들어주는 등 보호받으며 학교를 다닌 편이에요.”(사하라)
“저는 중학교 때 반장이었던 친구와 서로 좋아했는데 그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너가 여자로 보여.’ 그때 ‘내가 여자니까 남자를 좋아하는구나’ 라고 쉽게 저의 성을 받아들였어요.”(비누)
가장 보이쉬한 이미지를 풍겨 도회적이고 쿨한 여자로 보이는 막내 비누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쉽게 받아 들였다. 언젠가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학교를 다닌 시절 하리수가 연예인으로 데뷔를 했고 인터넷을 통해 트랜스젠더에 대한 정보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운 좋게도 그녀는 세상의 인식이 점점 변화고 있을 때 사춘기였다.
“너가 진짜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서로 마음 아파하다가 끝났어요. 첫사랑이 그렇듯이.”(유나)
첫사랑 이야기가 나오자 유난히 눈을 반짝이는 유나. “같은 써클,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였는데 데뷔를 한 후에 전화가 왔어요. ‘너가 잘돼서 행복하다’고, ‘다행’이라고.”
소녀의 눈망울을 한 채 자신의 학창시절을 이야기 하는 유나는 대학을 다닐 때 부모와 상의 끝에 성전환 수술을 했다. 개강을 하자 성이 바뀐 유나를 보고 과친구들은 놀라기보다 그녀를 언니라고 부르며 잘 따랐고 오히려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팀에서 가장 여성스럽다고 소문난 현모양처 스타일의 얌전한 신애도 사랑이야기에 빠질 수 없다는 눈치다. 데뷔전 홍대 근처의 헤어디자이너로 활동할 때 사랑이 다가왔다. “미용실의 손님이었는데 서로 필을 느끼고 좋아했어요. 하지만 저의 한계를 알고 제가 다가서지 못했죠. 마음으로만 좋아하다가 끝난 사랑이 많아요.”
레이디의 첫사랑의 공통점은 모두 그녀들을 ‘여자’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트렌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편견 사라져야
레이디는 트랜스젠더가 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그건 늘고 안 늘고의 문제가 아니라 숨어있던 자신의 성을 이제야 용감하게 말하는 것 일뿐 아직도 사회의 편견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트랜스젠더가 많다”고 말한다.
유나는 학교 정규교육의 문제점을 가장 큰 예로 든다. “학교 교육이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을 가르치는 곳 같아요. 그것이 강박관념으로 다가와 스스로 딜레마에 빠지고 본인이 선택할 권리를 무조건 막아서 자살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 같아요” 라며 성적 정체성으로 혼돈을 느끼는 청소년에게 전환되는 삶을 해결해주는 상담을 통한 교육이 하루 빨리 도입되고 구원의 해결책이 생겨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하라 또한 “이성애자들 입장에선 트랜스젠더나 성적 소수자들이 비정상적으로 보일테지만 어디까지나 다수의 편견일 뿐이에요. 성적 소수자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오길 바래요”라고 말했다.
장애인의 맞은 편에 비장애인이 있고 이성애의 맞은 편에 동성애가 있다. 태초에 ‘몸을 선택할 귄리는 갖지 못했지만 성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 트랜스젠더도 있다.
성적 소수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중립적인 척 하지만 아직 그들 편에 서 있지 못하다. 변화의 몸짓은 과도기다. 거기에 레이디가 서 있다.
여자보다 더 여자 같은 레이디는 처음부터 자신들은 여자였다고 스스로 주장하는 것과 같이 직유가 아니라 이제 은유다. 레이디가 더 여성스럽게 보이는 것은 그토록 갖고 싶었던 여성의 몸으로 재탄생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몸은 그녀들에게 소중하다. 레이디와 함께 한 시간동안 과거에 남성의 몸을 가졌던 사람들이라고 감히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그녀들은 과연 ‘백만불짜리 몸매’였다. 평균 175㎝가 넘는 키와 쭉 뻗은 다리를 보면 몸매 가꾸는 비결을 물어보고 싶어질 정도다. 레이디를 보고 여자들은 반성해야 할지도 모른다.
6월 중순경엔 중국, 홍콩, 일본에서 싱글 앨범을 발표한다는데 그렇게 세계를 무대로 레이디는 여자로서 시나브로 다가갈 예정이다.
유혜성 객원기자 comet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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