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대형교회 중 하나인 토랜스제일장로교회가 내분 끝에 둘로 갈라졌다. 분열된 직후 양측은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한쪽은 소속 교단인 미국장로회(PCUSA) 한미노회를 탈퇴하였다고 발표했고, 다른 한쪽은 교단에 남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그다지 특별한 뉴스가 아니다. 한인교회가 분열될 때마다 늘 있어 온 일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둘로 나뉘어 싸울 때 상급기관인 교단의 노회가 개입하여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면 다른 한쪽은 언제나 교단탈퇴라는 카드를 사용해왔다. 갈보리교회가 그랬고, 나성한인교회가 그랬으며, 나성빌라델비아교회, 미주성산교회가 모두 그런 수순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어느 쪽이 옳고 그른가는 우리가 판단할 일도 아니고, 교회 밖 사람들에게는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교회싸움이 날 때마다 반복되는 ‘교단 탈퇴’라는 행태에 대해서는 한마디하고 싶다.
싸움중인 교회가 교단을 탈퇴하는 이유는 교단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소속 교단의 굴레에서 벗어남으로써 그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것, 한마디로 교단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투쟁방법은 한국의 교회들도 마찬가지여서, 요즘 한국에서는 광성교회, 시온교회, 정릉제일교회, 부안제일교회를 비롯한 여러 교회의 담임목사들이 노회를 탈퇴하고 당회와 대치하며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자신이 속한 상급기관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려면 애초에 왜 그 교단에 가입하고 거기서 안수를 받았는지 궁금하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으로, 필요할 때 가입하고 걸림돌이 되면 떠나버리는 것이 성경적인가? 성경은 오히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굴복하라”(로마서 13:1)고 가르친다.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의 정하신 바이므로 이를 거스르는 것은 하나님의 명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사도 바울은 기록하고 있다.
교회가 특정 교단에 가입해 그 일원이 되었으면 교단의 권위를 인정하고 모든 결정에 순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톨릭 교회와 연합감리교회들이 여타 개신교단의 교회들보다 분쟁이 적은 이유는 제도가 튼튼하고, 소속 교회들이 제도의 권위를 인정하며 그 명령에 순종하기 때문이다.
권위란 무엇인가? 김진홍 목사는 ‘아침묵상’ 글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권위란 명령과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리이다. 권위는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여 나감에 있어 핵심적 가치이다. 민주주의사회는 의견이 언제나 나누어지게 되고 논쟁은 끊임없이 벌어지게 되기 마련이다. 이에 공동체가 어떤 선택을 해야할 경우 권위가 요청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단위- 국가를 포함해 교회, 학교, 기업, 단체, 심지어 가정에서도 권위는 필요하고도 인정해야하는 힘이다. 권위주의적이어서는 안되지만 권위는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교단 탈퇴한 교회를 다른 교단이 받아준다는데 있다. 외국의 경우 교단의 무질서를 막기 위해 해당 노회에서 면직된 목사나 교회는 타 교단에서도 수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 교계에는 그런 장치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몸집 불리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군소 교단과 노회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기 때문에 어느 교단에서 탈퇴한 교회들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다른 교단에 가입할 수 있다.
간혹 교회와 교단의 대립 가운데 정치싸움으로 인하여 힘없는 약자가 희생되는 일도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크리스천이라면 그러한 ‘상황에 대한 순종’조차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말로는 세상의 모든 일이 하나님의 뜻 가운데 일어난다고 하면서도, 자신이 처한 상황만큼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며 순종하지 않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옳은 자세가 아니다. 설사 불의한 판결이라도 일단은 따르고 나서 그 안에서 해결하려는 몸부림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교회에서 뿐 아니라 우리 국민은 대체로 자신의 뜻과 맞지 않거나, 어떤 제재가 가해지는 경우 무조건 그 관계에서 탈퇴하려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판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탈당과 창당이 같은 이야기요, 군대 안 가려고 우르르 국적 포기하는 것도 바로 그 이야기이며, 수백개로 갈라진 개신교계의 교파분열이 모두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교단들은 소속 회원교회들이 함부로 탈퇴하지 못하도록 스스로 권위를 세울 수 있어야겠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요구되는 것은 내가 원치 않는 결정이 내려진다 해도 질서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는 성도 한사람 한사람의 성숙한 신앙자세일 것이다.
정숙희 부국장·특집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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