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백포도주들
와인을 좋아하거나 관심을 갖기 시작한 한인들은 거의 예외없이 레드 와인, 그 중에서도 카버네 소비뇽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가장 자주 마시는 와인이 카버네 소비뇽이나 메리타지, 피노 누아 등의 적포도주들이다. 그러나 때때로 가벼운 백포도주를 마시고 싶을 때 화이트 와인을 사기도 하고, 전문 시음회나 식당에서 화이트와인을 마실 기회가 있는데 그 때마다 가볍고 상큼한 백포도주의 매력에 새삼 감탄하곤 한다. 얼마전 친구들과 백포도주만 여섯 종류를 사다놓고 시음한 적이 있다. 그 때도 적포도주만 좋아한다던 사람들이 다들 하나씩 맛을 보고 나서는 화이트와인이 너무 맛있다고 놀라워하였다. 화이트와인이 또 좋은 점은 대체로 가격이 적포도주보다 싸다는 점이다. 그리고 알콜도수가 낮기 때문에 그야말로 가볍게 즐기면서 마실 수 있다. 화이트 와인은 몇 년전만 해도 샤도네 외에 일반인들에게 별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와인샵에 가보면 여러 종류, 여러 산지의 백포도주들이 나와 있어 구경하고 탐험하는 재미만도 쏠쏠하다. 지난 번 시음한 와인들을 포함, 7개종 백포도주들의 특징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 셰닌 블랑(Chenin Blanc)
이날 두 번 째로 맛있다고 평가된 백포도주. 평소 잘 접해보지 않았던 와인이었는데 놀랍게 맛있었다. 배, 멜론, 살구, 사과, 복숭아 등의 향이 나며 약간 달게 느껴지기도 하는 풍부한 맛의 백포도주. 프랑스 루아르 지방에서 많이 재배되는 품종이었지만 지금은 캘리포니아를 비롯 칠레, 남아공,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 많이 만들어진다. 남아공에서는 전체 포도재배의 3분의 1이 셰닌 블랑이며 캘리포니아에서도 샤도네와 소비뇽 블랑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재배된다.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Fume Blanc)
샤도네와 함께 가장 유명한 백포도주로 요즘 어느 식당이나 마켓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산도가 높으면서 미네랄 맛과 허브향, 풀 향기가 특이하고 깨끗해 다른 백포도주와 쉽게 구별된다. 프랑스 루아르 지방의 백포도주들(Sancerre, Pouilly-Fume)이 최고급 소비뇽 블랑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푸메 블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게부르츠트라미너(Gewurtztraminer)
‘매콤한 맛’이 특징인 백포도주로 후추 향과 넛멕, 생강 등 이국적인 향도 약간씩 느껴지기 때문에 독특하다.(와인에서 매운 맛이 난다면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냄새를 맡았을 때 톡 쏘고, 마셨을 때 혀가 약간 아릿하고, 목으로 넘길 때 싸하게 느껴지는 맛을 이야기한다) 달지 않고 드라이하지만 바디는 무거운 편. 과일 향과 꽃향기도 산뜻하게 느껴진다. 한식을 비롯해 중국, 타이, 인도음식 등 동양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꼽힌다. 이름은 독어이지만 프랑스 알사스 지방에서 생산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 리즐링(Riesling)
여러 품종의 백포도주들 중 가장 산뜻하고 상쾌한 맛을 가진 리즐링. 프랑스 알사스 지방서 나오는 트림바흐(Trimbach)가 대표적이다.
이날 시음에서 최고 인기를 차지한 와인이다. 드라이하면서도 신맛과 과일맛이 아주 산뜻하고 투명해서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프랑스 북부의 알자스 지방에서 많이 생산되는데 알콜 농도가 8~10% 정도로 낮아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 비오니에(Viognier)
수십년전만 해도 거의 재배되지 않았던 품종이나 최근 들어 재배지역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프랑스 론 지방 북부와 캘리포니아에서 많이 생산되는데 입안을 부드럽게 가득 채우는 풀바디에 리치하고 스타일리시한 맛이 인상적이다. 잘 익은 살구, 사과, 복숭아의 과일향에 꿀을 섞은 듯 달단한 맛도 느껴지며 샤도네의 강력한 도전자로 떠오르고 있다.
■ 피노 그리
(Pinot Gris/ Pinot Grigio)
약간 푸른 빛이 감도는 연한 색 와인으로 프랑스 알사스 지방과 이탈리아의 프리울리, 캘리포니아 오리건에서 좋은 피노 그리가 재배된다. 알사스 피노 그리는 풀바디이지만 이탈리아의 피노 그리지오는 좀더 가벼운 맛을 낸다. 매우 델리킷한 향과 레몬, 애플 맛, 꽃 냄새를 맡을 수 있다.
■ 샤도네(Chardonnay)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팔리는 화이트 와인으로 부드러운 버터와 바닐라 향이 많은 대신 상큼한 과일향이 많지 않고 맛이 튀어나지 않으며 다소 중성적인 성질을 갖고 있어서 와인메이커의 취향에 따라 여러 가지 스타일로 창조될 수 있다. 샤도네는 또 오크향과 잘 맞고 쉽게 흡수하는 친화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크통에서 오래 숙성했거나 발효까지 오크통에서 한 샤도네는 리치한 맛과 향이 압도하게 된다. 음식과 함께 즐기기에는 헤비한 편이다. 이번 시음에서 거의 주목받지 못한 와인이다.
정숙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