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
지난주 연방 검찰제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미 법무부장관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본의 아니게 전직 장관인 애시크로프트(Ashcroft)의 이름이 거론된 점에 대해 한국일보 및 독자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현직 법무부장관의 이름은 알베르토 곤잘레스(Alberto Gonzalez) 입니다. 실수를 지적해 주신 독자님께 감사드리며 좀 더 신중을 기해 기고하겠습니다. 이번 주는 역시 형사 방어의 하나인 duress(강박, 또는 강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협박·위협 받아 저지른 죄는 용서
살인·사형 해당 범죄엔 적용 안돼
Duress
이 개념의 뿌리는 영국 common law에 두고 있는데 정의를 보면 용의자가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자의에 의한 범행이 아니라 외부의 강압에 의해 이루어질 경우 사회가 그 행동을 범법 행위로 간주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 용서한다는 의미다.
기본적인 취지는 용의자가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의 종류가 둘 다 악(evil)한 경우 사회 정책상 덜 악한(lesser evil)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선택한 행동이 범법행위라 할지라도 다른 선택보다 해가 덜 되는 경우를 말한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duress의 개념을 형법 26조를 통해 성문화 시켰는데 내용을 보면 범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충분한 협박(threat) 또는 위협(menace)으로 인해 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경우 합리적인 사람의 생각으로 자신의 목숨을 빼앗길 상황이라고 판단하여 할 수 없이 저지른 범죄라면 면죄를 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그 범행이 사형에 해당되는 범행은 적용이 안 된다.
여기서 알고 넘어갈 용어는 적극적인 행위(positive act)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omission of act(마땅히 취해야 할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경우)도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Duress가 해당되는 구체적인 경우
협박이나 위협이 상당한 수준으로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범행을 하지 않으면 본인의 생명이 바로 즉시 급박하게(immediate and imminent) 위험하다고 판단이 되어 공포에 사로잡히고 또 진실로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자기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생명의 위협이 바로 즉시 급박하게 발생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범행을 하지 않을 경우 향후에 발생할 수 있는 생명의 위협은 캘리포니아 형법상으로는 면죄부를 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자가 B의 등에 권총을 들이대고 바로 앞에 있는 자동차를 훔치라고 명령하며 즉시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총을 쏘겠다고 협박할 경우 할 수 없이 차를 훔칠 경우 자동차 절도범으로 기소되어도 무죄가 될 확률이 높지만 같은 상황에서 A가 B에게 내일까지 자동차를 훔쳐오지 않으면 내일 모레 죽이겠다고 협박하여 공포심에 사로잡혀 자동차를 훔쳤다면 duress 방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
변호인이 duress 방어를 주장할 경우 강압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거증책임(the burden of proof)은 검찰 쪽에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duress 방어는 살인혐의에는 일반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자기 목숨을 건지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합리적이 아니며 또 살인죄에 이 방어가 허락이 되면 오늘같이 갱들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충분히 악용할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 외 형법에 열거되어 있는 범죄중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이 외에 범죄 행위에 대한 방어책 중에 necessity(필요불가결)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다음 주에 구체적으로 다루기로 하겠지만 쉽게 설명하면 기소된 범죄 내용이 더 큰 범죄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필요불가결 했다는 주장인데 언뜻 들으면 duress와 유사하지만 근본적으로 차이점이 있다.
김기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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