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샤킬 승승장구, 코비·레이커스 초라한 신세
오닐 “건방진 코비, 사기꾼 버스 떠나니 행복하다”
“사기나 치는 LA 레이커스와 건방진 코비 꼴을 안 보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살맛이 난다. 내 왜 진작에 떠나지 않았던고…”
LA에서 마음을 크게 상하고 마이애미 히트로 떠났던 ‘NBA의 기둥’ 샤킬 오닐은 요즘 무척 행복하다. 모든 것이 좋다. 팬들은 자신을 왕처럼 떠받들며 좋아해 주고 팀 관계자나 동료 선수들도 일심동체가 되어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니 플레이도 신이 난다. 샤킬이 가세한 히트는 정규시즌서 졸지에 동부의 최강자로 부상한 이래 PO에서도 연승가도(12일 현재)를 달리며 우승을 넘보는 위세를 떨치고 있다.
반면 그렇게 속을 상하게 하던 LA 레이커스와 코비 브라이언트가 플레이오프에 진출도 못하고 구경만 하고 있는 초라한 신세. 코비로부터 3,000마일이나 멀리 떨어지니 화려한 봄날이 찾아들고 있는 것이다.
샤킬은 마이애미에서 왕이다. 도착하던 날부터 온 도시가 들썩일 정도로 열화 같은 환영을 보여줬고 히트가 승승장구하면서 왕처럼 떠받든다. “지금껏 우리는 샤킬만큼 카리스마가 대단한 리더를 가져보지 못했다”고 한 17세 팬은 말한다. 어디를 가도 환영받고 경찰도 꼬마들도 손을 흔들고 한마디라도 붙여보고 싶어한다. 코트 안이나 밖에서나 무척이나 푸근한 행복감을 느낀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던 LA 시절과는 뚜렷이 대비된다. 8년 시즌을 LA서 보내는 동안 챔피언 반지는 3번이나 꼈지만 결코 행복할 수가 없었다. 많은 시간을 분노에 떨어야 했다.
결국 11개월 전 추악한 모습으로 LA 레이커스와는 결별하고 말았다. 코비가 성추행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오닐도 한 여자의 입을 막으려고 100만달러를 지불했다”고 말한 것이 LA타임스에 보도되면서 결정적으로 갈라서게 됐다. 오닐은 이 혐의를 부인했다.
얼마나 옛 팀과의 인연을 끝장내고 싶었던지 LA 집을 마이애미로 트레이드 된지 일주일만에 팔아버렸다. 사람들 눈에는 코비, 칼 말론, 게리 페이튼 등 명예의 전당에 당연히 포함될 선수들로 짜여진 드림팀으로 비춰졌겠지만 오닐에게는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악몽과도 같은 곳이었다.
LA와 코비도 억울한 점이 있겠지만 오닐은 아직도 사무친 것이 많다. 그는 지난주 USA투데이 1면 커버스토리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레이커스에서 겪었던 상처와 분노, 실망을 거침없이 표출했다. 이 인터뷰는 거짓말 없이 진실만을 말하며 녹음한다는 조건으로 얻어진 것이다.
그는 LA를 말할 때 ‘그 타운’이라고 지칭했다. “LA(LA 레이커스에서 겪었던 일들?)는 정말로, 정말로 사기(fake)였으며 이 곳은 훨씬 진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레이커스 오너 제리 버스를 말할 때는 ‘저 늙은이’(that old man)로, 팀 관계자들을 말할 때는 ‘비겁한 겁쟁이들’(cowards)이라는 말을 썼다. 브라이언트는 이름을 거명하는 것 자체를 가능한 피했다. 꼭 지칭해야 할 때는 ‘그거’(whatchamacalit)라거나 ‘그 자’(that dude), ‘다른 자’(the other guy)로 불렀고 “건방지고 거만하다”(arrogant)고 말했다.
▶악몽 같았던 레이커스
“두 번째 시즌부터 코비와의 관계가 원만치 못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알았다. 그 주위에는 ‘네가 최고다. 그것은 네 팀이다’라고 속삭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관계가 극도로 악화됐을 때, 오닐은 “물리적으로 코비에게 해를 가하지나 않을까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신문 보는 것이 겁이 났다. 코비가 다음에 또 무슨 말을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경영진이나 버스는 브라이언트를 통제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들 코비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레이커스는 종이상으로는 최상의 팀이지만 속으로는 곪았던 팀이었다. 실린더는 제대로 안 움직이고 벨트는 얽혀 있고 배터리는 약하고 스파크 플러그는 거꾸로 튀겼던 팀이었다. 언젠가는 터질 것이었고 결국 그렇게 됐다.”
오닐의 계약 연장과 관련해서. “버스는 게리 페이튼과 칼 말론을 붙잡는데 도와주면 연장 계약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늙은이는 내 면전에서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칼을 붙잡게 도와줘. 게리를 붙잡게 해줘. 난 널 사랑한다. 넌 연장계약을 가질 것이다. 난 네가 여기 있길 바란다라고.”
“그렇게 헐값으로 칼과 게리가 계약하도록 전화한 사람이 누구냐. 난 이들에게 (챔피언 반지를 다 함께 껴보자고) 약속했고, 그런데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내 체면은 뭐가 되냐. 두 사람을 보면 ‘날 왜 데려 왔냐, 왜 이런 인간들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니’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연장계약 대신 오닐은 버스가 필 잭슨과 재계약을 안 하는 것을 알고 즉각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배는 침몰하기 시작했고, 선장 오닐은 차라리 배에서 내려 구명보트를 탔고… 아름다운 마이애미의 섬에 도착했다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잭슨 감독의 레이커스 재기용에 관해서도 한마디했다. “안됩니다. 안돼. 그 아이(브라이언트)는 존경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자입니다. 레이커스가 지금 이 꼴이 된 것이 누구 탓이겠습니까?”
“나 자신이 옳았다고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결국에는 정의가 불의에 이기는 것 아닌가.”
“버스는 자신이 잘못됐음을 자기 자신에게도 고백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행복한 신세계
마이애미 히트 팀과 도시는 처음부터 ‘디젤’을 따뜻한 포옹으로 감쌌다. 같이 지내면서 오닐의 테디 베어 같은 인간성을 더 좋아하게 됐고, 경기장에서는 그리즐리 베어처럼 무지막지하게 힘을 뿜어내는 것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큰 덩치에 팬들과 장난도 즐기는 그의 타고난 성품이 이 곳 사람들과 좋은 화합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오닐이 마이애미로 오는데 힘을 썼던 히트 사장 팻 라일리는 “이 곳 사람들은 오닐에게 큰 신뢰를 보낸다. 팀 동료들도 그렇고, 이 도시도 오닐의 좋은 인간성에 따뜻함을 불어넣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오닐은 이 곳에서 “아주 포근함을 느낀다.” “와이프와 다섯 아이들도 아주 좋아한다.”
그는 이번에 “우승하면 선수 전원에게 스포츠카 다운페이먼트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들 오닐을 좋아한다고 동료 에디 존스는 말한다.
그러나 드웨인 웨이드 만큼 오닐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정규시즌 팀내 득점 1위인 웨이드는 오닐과 함께 팀을 이끌어 가는 핵심. 오닐은 웨이드를 ‘번개’(flash)라고 부르는데 트레이드 직후 그를 불러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잘 들어라. 지금부터 올랜도에 있을 때 나와 페니(하드웨이)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전부 말해주겠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한 시간이 걸렸다. 그 다음. “이젠 코비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전부 말해주겠다”고 이어진 이야기는 두 시간이 걸렸다.
“내가 이렇게 말해주는 이유는 너와 나 사이에는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팀 경기를 하고, 우리는 이겨야 한다.”
오닐이 내장을 꺼내놓고 말한 대화는 통한 것 같다. “첫날부터 그는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멋있는 인물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웨이드와 오닐은 손발이 척척 맞는 찰떡궁합을 보이며 우승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33세, NBA 13년 차인 오닐은 “커리어를 마이애미에서 끝내고 싶다.” 팀과의 재계약은 어차피 비즈니스니까 어찌될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 마이애미처럼 마음을 편하게 해줄 곳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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