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업계 ‘생존권 위협 악법’ 반발
한의사들의 환자 진단을 완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정법안(SB233)이 가주 상원 소위원회를 통과해 한인 한의업계를 비롯한 가주 한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리즈 피게로아(10지구·프리몬트) 주 상원의원이 낸 이 수정법안이 통과될 경우 가주내 2,000여 한의원의 생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돼 업계의 대책도 절실하다. SB233 수정법안의 내용과 이에 대한 업계의 대책을 진단한다.
한의사 권한 축소 ‘침구사’수준 전락
업계, 상원 통과하더라도 ‘하원선 저지’
항의 서한 보내기 시위 등 대응 모색
▲SB233, 어떤 법안인가
SB233의 핵심 골자는 가주 정부 산하 독립 기구였던 ‘침구사 위원회’(Acupuncture Board)를 폐지하는 것. 침구사 위원회는 그 동안 한의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한의사 행정을 독자적으로 관할해왔으나 SB233은 침구사위원회를 2006년 7월까지 폐지하고 침구사 활동 및 규제를 소비자 보호국에 맡기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의사들의 권한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 SB233은 최근 “어떤 신체적 또는 정신적 질병도 진단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된 수정법안이 제출돼 상원을 통과했다. 이 수정법안이 통과돼 한의사들이 환자를 진단할 수 없게 되면 진단 결과에 따른 치료를 할 수 없게 되고 한의사들은 말 그대로 ‘침구사’(acupunc-ture)로 전락, 의사(Medical Doctor) 위탁 아래서만 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즉 물리치료사나 간호사들이 독자 치료행위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된다.
▲SB233, 왜 나왔나
한의사들의 진단권은 줄곧 문제의 소지가 됐었다. 지난 1975년 한의사들의 의료행위를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한의사들의 진단권에 대한 규정은 없었기 때문이다. SB341의 경우 침, 뜸, 부황, 마사지 등 한의사의 치료 범위만 규정해놓고 있다. 이 때문에 3차례에 걸친 시험과 레지던트 과정을 통해 진단 자격을 획득하는 양의사들의 강한 반발을 사왔다.
이번 법안도 가주양의사협회(CMA)가 피게로아 의원을 상대로 강력한 로비활동을 벌인 결과로 풀이된다.
▲통과 가능성
SB233 수정법안은 일단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법안을 상정한 피게로아 의원이 상원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원의원들이 대체로 이 법안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법안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상원 뿐 아니라 하원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하원 의원 중 상당수가 이미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어 통과가 쉽지 않은 전망이다. 하원에서는 또 SB233과 배치되는 ‘진료 범위 내에서 진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AB1113)이 심의 중에 있다.
▲업계 대책
한의업계 쪽에서도 상원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정하고 하원 통과를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가주한의사협회 김이주 수석부회장은 “이 법안은 한의학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는 양의사들의 로비로 탄생한 악법”이라며 “항의 서한 보내기 운동과 시위 등을 통해 이 법안의 하원 통과를 저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가주한의사협회 인터뷰
“중국업계 등 연대 강력 투쟁”
SB233에 “한의사는 어떤 신체적·정신적 질병도 진단할 수 없다”는 내용이 추가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가주한의사협회(회장 이용섭)가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김이주 수석부회장(사진·오른쪽)과 빌리 남 사무국장은 13일 오전 내내 타운 내 한의원을 돌며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반대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오는 16일 새크라멘토 주의사당에 있을 공청회에 우선 반대 서명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이주 부회장은 “한의원 환자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히스패닉이나 백인 전문직 종사들인데 이들도 법안 반대 서명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또 중국 한의업계와도 연대, 서명운동을 하며 한의업계 입장을 적극 지지하는 주디 추 하원의원과 리랜드 리 하원 등과 긴밀히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가주한의사협회는 5월말 열릴 예정인 3차 공청회 때는 가주 전체 한의사와 한의대생들을 총동원, 의사당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남 사무국장은 “법안이 통과되면 30년 이상 쌓아온 한의업계의 실적이 모두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한의업계 모두가 위기감을 갖고 있어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대용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