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 그라이브’ 사건에 대한 이 국방부 감찰실장의 최종보고는 쓰디쓴 입맛을 남긴다. 아니 입속이 쓴 정도가 아니라 이라크 포로 학대에 대한 1년에 걸친 ‘조사’ 끝에 발표된 보고서는 미국 역사에 크나큰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테러리스트들을 다루는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그들을 적절히 심문해서 주모자들을 색출해낸다든지 다음에 있을 테러를 예방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어떻게 입을 열게 할 수 있는가가 취조관들이나 헌병 간수들에게 주요한 관심사일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도 뇌리에 생생한 아브 그라이브 감옥에서의 고문 장면들은 지독히도 처참하다. ‘린디 잉글랜드’라는 여성 헌병 1명이 벌거벗은 이라크 죄수의 목에 개줄을 매어 끌어당기는 장면, 벌거벗은 남성 죄수들의 성기를 손으로 가리키는 장면 등 철저한 인권유린 장면들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그 사진들은 알 카에다 조직이 테러분자들을 모집하는데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디어, 세계인권단체, 그리고 미군 자체의 여러 조사 결과 그런 사진들은 빙산의 일각임이 판명된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관타나모 베이 감옥에서 수백 건의 고문과 학대 사건이 있었으며 몇십 명은 의문의 죽음까지 당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또 모슬렘 교도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혐오하는 개들을 사용해서 위협한다든지 족쇄를 채우는 등의 인권유린적인 취조방법이 국방장관을 포함한 지휘관들에 의해 승인되었다는 문서들도 발견되었다. 심지어는 물에 포로 머리를 처박아놓고 익사시키기 직전까지 하여 공포심에 떨게 하는 방법이나 통증에 시달리는 포로에게 약품 공급을 하지 않는 방법이 당시 부시 대통령의 고문 변호사이던 현 알베르트 곤잘레스 법무장관이 주재하는 백악관 회의에서 CIA가 승인했던 것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자들은 여자 준장 하나를 빼고는 문책을 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도날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유임되었을 뿐 아니라 여전히 부시의 큰 신임을 받고 있으며, 곤잘레스는 영전이 되었고, 은퇴한 조지 테네트 전 CIA 국장은 최고의 훈장을 받기까지 했으니 모슬렘권에서 미 정부의 최근 발표를 회칠한 무덤 정도로 보고있을 것이 뻔하다. 민주주의다, 투명사회다, 인권의 존중이다 등의 미국 구호들이 아랍권 사람들만이 아니라 양식있는 세계인들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이라크 주둔 총사령관을 포함한 고위 장성들은 다 연루되지 않았다면서 아브 그라이브 감옥의 책임자이던 여성 준장만은 대령으로 강등되었고 아브 그라이브 사건의 사진들에서 볼 수 있는 7명의 사병들을 포함한 졸병들만 재판을 받았거나 재판 계류 중이다. 그들 중 일부는 상부 지시에 따라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실형을 받았는데 변호사와 군검찰이 유죄인정 합의를 했던 린디 잉글랜드의 경우는 군법재판 판사가 그 합의서를 인정하지 않아 다시 재판에 회부되든지 또는 벌을 면하게 되든지 될 것이다.
이 사건을 다룸에 있어서 죄와 벌이 걸맞지 않게 되었기에 앞으로의 역사 교과서는 부시에게 혹평을 내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계 미국인들은 놔두면서 일본계 미국인들은 애리조나 등지의 강제수용소로 송환했던 사건이 미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큰 오점을 남긴 사실로 보아 그렇다. 물론 미국 정부의 과오는 나치 독일의 600만 유대인과 기타 민족들의 학살사건이나 일본군의 남경 약탈로 인한 30여만의 피비린내 나는 학살사건, 일본 관동군의 중국인과 한국인들에 대한 끔찍한 생체실험 등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애당초 아브 그라이브 가혹행위가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것도 양심적인 병사가 동료들의 만행을 고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정말 민주주의의 꽃임을 증명하려 했다면 특별검사나 의회의 청문회를 통한 철저한 조사 끝에 적어도 럼즈펠드의 사직이나 곤잘레스의 민간인 환원쯤의 결과가 있고, 몇이든 고위 장성들의 불명예 퇴역쯤이라도 있었어야 마땅했을 것이다.
(지난 주 칼럼에서 로비스트 아브람슨은 ‘아브람오프’를 필자가 잘못 기억했던 것이라 바로잡습니다.)
<남선우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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