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니트멘’의 역사는 2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73년 보스턴 차 사건 이후 아메리카 식민지에 대한 영국의 강압정책이 점점 심해지자 보스턴 차 사건의 주역인 새무엘 아담스와 존 핸콕등 애국파들은 협의회를 결성하고 영국군의 감시를 피해 콩코드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거기서 선언했다 - “식민지인들의 생명과 자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주민 각자가 무장할 것을 결의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Minutemen”이다. 유사시 ‘1분안에 뛰어오는 군인’이라는 뜻의 민병대다. 미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저력은 영국의 반이민정책에 대항해 생존권을 지키려고 무섭게 결속한 이들 미니트멘의 활약이었다.
‘미니트멘’이 다시 뉴스의 각광을 받고 있다. 역사속 자랑스런 태생과는 달리 위험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있다.
4월 한달동안 애리조나와 멕시코 국경지대는 다소 소란스러웠다. 무장한 민간 자원봉사대가 자신들이 직접 밀입국자들을 단속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니트멘 프로젝트’로 자칭한 이들은 SUV에 총과 망원경, 정원의자를 싣고 대형 성조기를 휘날리며 애리조나 국경지대로 모여들었다. 센세이셔널한 사건에 목말라하는 미디어 덕분에 미니트멘의 국경집결은 미 전국의 핫뉴스로 떠올랐다.
장담과는 달리 실제론 수백명이 번갈아 머무른데 그친 해프닝에 불과했고 부시대통령 조차 무모한 ‘자경대’라고 반대를 분명히 했으며 이민단체들은 ‘인간 사냥꾼’이라고 강력 비난했고 국경수비대도 방해만 된다고 싫어했다.
그런데 이들에게 뜻밖의 원군이 나타났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다. 애리조나 국경에서 미니트멘의 활약이 “훌륭했다”고 치켜세우며 캘리포니아 국경에도 와달라고 초청한 것 이다.
자신이 이젠 ‘이민의 천국’ 캘리포니아의 최고 공복이란 사실을 깜빡 잊어버리고 터미네이터로 되돌아간 것일까, 무모한 자경대와 코드를 맞춘 저의가 무엇일까. 이민출신 주지사에 대해 이민사회 전체가 느끼는 배신감을 그가 알기나 하는지…지난 몇달 계속된 실책과 실언 때문에 폭락한 지지도 만회의 계기로 ‘불체자’란 새 타겟을 찾았느냐는 비판에도 그는 아직 묵묵부답이다.
2천마일에 달하는 미-멕시코 국경수비를 연방정부가 제대로 못한 것은 사실이다. 매년 1백만명의 밀입국자를 적발하지만 1만명도 못되는 수비대원으로는 역부족이다. 불체자가 내는 70억달러 소셜시큐리티 세금은 연방정부로 들어가는데 그들의 복지는 주정부가 부담한다. 주민들의 반감도 덩달아 높다. 이번 애리조나 국경으로 달려간 무장민병대중 상당수가 캘리포니아 주민이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이 가진 제도적 모순 탓이기도하다. 그 해결책으로 주지사가 가장 힘없는 집단을 희생양 삼아 비생산적인 감정싸움에 편승하지 않아도 사태는 그릇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불체자에 대한 운전면허를 원천봉쇄하는 리얼ID법안의 5월중 입법화가 확실해진 것이다. 운전면허 발급시 합법체류신분증명을 의무화시킨 국가신분증제도다. 미니트멘이 국경수비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듯이 리얼ID 법안도 불체자 문제의 정답이 될 수 없다.
운전면허를 주든 안주든 불체자들은 운전을 한다. 일을 나가야 먹고살기 때문이다. 리얼ID 법안은 무면허 운전 급증으로 거리만 위험하게 만들 것이 뻔하다. 불법이민의 유입은 막지 못한다. 불체자는 일자리를 찾아오는 것이다. 어떤 제한이 가해져도 그들은 온다. 이유는 신대륙을 찾아왔던 청교도들과 다를 바 없다. 자기나라 보다는 미국에서 더 잘 살 수 있다는 아메리카 드림이다. 혹 이민출신국가들의 생활수준이 좋아진다면 밀입국 불체자는 저절로 사라질지 모른다.
초기이민들이 ‘보다 나은 삶’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으로 미니트멘을 창설한 이듬해, 아메리카 식민지는 독립선언서를 채택했다.
토마스 제퍼슨이 작성한 독립선언서에는 지금까지도 변치않는 아메리칸 드림이 새겨져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 미국역사학자 케네스 데이비스는 “그 꿈을 성취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도, 또 앞으로도 결코 끝나지 않을 긴 여정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불체자 색출에 총들고 나서겠다는 미니트맨들도, 그들을 캘리포니아에 불러들이겠다는 슈워제네거 주지사도 되새겨 보아야할 말이다.
박 록
주 필
rok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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