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아보카도 위원회가 후원하는 아보카도 홍보 광고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가 누구인지 눈을 번쩍,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프리웨이를 오가다 보면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눈에 띄는 빌보드 광고를 보고는 소주 마신 것도 아닌데 “캬!” 하고 탄복을 했다. 광고의 내용은 네 쪽으로 잘라놓은 아보카도 그림에 ‘내 것, 내 것, 내 것 그리고 남편 것.’ 이라는 문구를 적은 것. 마치 아빠가 사 오신 과자 종합 선물세트를 꺼내 “나 하나, 큰언니 하나. 나 하나, 작은언니 하나.” 하며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배분을 했던 막내 동생을 보는 것 같아 한참을 웃어제쳤다.
라디오 광고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아보카도 중독자 모임(Avocado Anonymous, 줄이면 AA로 알콜 중독자 모임인 Alcoholic Anonymous와 똑 같은 데서 아이디어를 따왔다)이란 존재하지 않는 지원 그룹의 회원들이 그 좋은 아보카도의 맛으로부터 도저히 해방될 수 없음을 고백하는 광고를 들으며 미국 땅을 처음 밟아 아보카도를 맛보던 순간을 떠올렸다.
특이하게 생긴 건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호기심 많은 고양이’인지라 마켓에서 본 희한하게 생긴 아보카도의 껍질을 까서 대단한 맛을 기대하며 한 입 꽉 베어먹은 순간, 뱉어버리고 말았다. 물컹물컹, 밍밍한 맛. 웩! 이게 도대체 무슨 맛이야?
사람이란 게 뭔지, 그 요상한 맛의 아보카도가 그렇게 몸에 좋고 피부에도 좋다는 말을 듣고 나자 바뀐 것 없는 맛이 좋아지기 시작하는 거다. 아니, 어쩜 그 맛의 비밀은 어떤 요리 부재료와도 잘 어울리는 부드럽고 마일드 한 맛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멕시코와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아보카도는 기원전 900년께부터 아즈텍, 잉카, 마야인들에 의해 건강과 미용재료로 이용되었고 포로가 된 왕의 몸값으로 상납할 만큼 귀한 과일이었다. 열매는 구형, 타원형 등 여러 모양인데 서양 배 모양의 것은 악어 배(Alligator Pear)라고도 불린다. 껍질은 녹색, 자흑색, 드물게는 노랑도 있고 표면은 매끄럽거나 거칠다. 녹색을 띤 크림색의 과육은 버터같이 부드럽고 촉촉하고 담백하며 진한 기름 맛이 느껴진다. 다른 재료와 함께 어울려 고소하고 독특한 맛을 낸다.
보통사람들이 맛볼 기회가 드물었던 아보카도가 일반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848년 캘리포니아에 재배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비옥한 토양, 연중 따뜻한 날씨, 좋은 햇볕, 깨끗하고 풍요로운 물. 캘리포니아 주는 크림처럼 부드러우며 맛있는 아보카도가 자랄 수 있는 모든 요건을 갖추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되는 아보카도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하스(Hass)종이다.
과일 중 가장 많은 영양분이 함유된 아보카도는 기네스북에 올라있을 정도로 영양 만점의 건강식이다. 비타민 11종과 미네랄 14종이 들어 있는데 특히 비타민 E가 풍부해 노화방지에 좋으며 칼륨과 인도 많이 들어있다. 100그램당 140칼로리를 내는 고칼로리 식품으로 16%의 지방 가운데 80%는 리놀산 등의 불포화 지방산이어서 혈중 콜레스테롤 치수를 감소시킨다니 아보카도를 두고 ‘생명의 과일’이라 부를 만하다.
아보카도는 바로 요리할 거라면 악어가죽처럼 울퉁불퉁하면서 진보라색이 날정도로 검은 껍질에 손으로 쥐었을 때 약간 물렁할 정도로 잘 익은 것이 좋다. 며칠 후 사용할 거라면 단단한 것을 골라 신문지에 싸서 실온에 익힌다.
껍질이 너무 검고 주름이 생겼거나 꼭지가 건조한 것은 과육이 거무스름하게 변한 것이 많다. 껍질을 벗기면 바로 검게 변하므로 먹기 직전에 껍질 채 4~6등분해 씨에서 분리한 다음 개별적으로 껍질을 벗긴다.
아보카도는 샌드위치, 샐러드, 해산물 등 어떠한 요리에도 잘 어울리는 요리 소재다. 껍질을 벗겨 자른 다음 야채샐러드에 넣어도 좋고 과카몰레로 만들어 멕시코 요리에 곁들여 먹기도 한다. ‘캘리포니아 롤’의 속 재료로 사용되면 김, 와사비 간장과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레몬이나 식초와 같은 신맛과 잘 어울리고 마요네즈, 생크림과도 조화를 이룬다.
수프, 생선 요리 소스, 무스, 젤리, 아이스크림 등을 만들어도 부드러운 맛이 살아난다.
아보카도 과카몰리.
아보카도 프룻 샐러드.
아보카도 샌드위치.
터키 베이컨과 아보카도 랩 샌드위치
(Turkey Bacon and Avocado Wrap Sandwich)
▲재료(3인분): 또띠야 6장. 아보카도 1개. 터키 베이컨 또는 닭 가슴살 햄 12장. 토마토 1개. 양상추 적당량. 레몬즙. 흰 후춧가루. 소스(토마토케첩 3큰술. 핫소스 1/4티스푼. 호스래디시 1/4작은 스푼. 파슬리가루. 소금)
▲만드는 법: 또띠야를 프라이팬에 아주 살짝 굽는다. 양상추는 아보카도와 같은 길이, 크기로 썬다. 토마토는 크게 다져 넣는다. 소스 재료를 넣고 잘 섞는다. 아보카도는 만들기 바로 전 1/6등분으로 잘라 하나씩 껍질을 벗긴 후 레몬즙을 뿌려둔다. 베이컨 슬라이스를 깔고 또띠야에 소스를 바른 후 야채, 아보카도, 토마토를 넣는다. 후춧가루와 소금을 살짝 뿌린다. 또띠야에 돌돌 말아 기름종이로 싼 후 반으로 자른다. 아보카도는 감칠맛 나는 새우, 마요네즈, 식초, 이탈리안 드레싱 등과도 그 맛이 잘 어울린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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