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미혼모 학생, 취학전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엄마, 뚱 하고 말을 안하는 고등학생 아들을 둔 중년의 어머니. 지난 7년간 내가 담당한 학부모 상담 의뢰인들은 이렇게 연령별로 10대에서 60대까지 매우 다양하다. 워낙 다양한 연령차이 때문에 이들 부모들 사이에는 자녀 양육에 관해 별로 공통 관심사가 없을 것 같지만 두 가지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모든 부모들의 공통점은 “언제쯤이나 자녀가 철이 들을까. 스스로 앉을 자리 설 자리 구별할 수 있게될까.”를 알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프리스쿨 어린이의 어머니는 초등학생을 둔 어머니를 부러워하며 “이제는 일일이 애들하고 놀아주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놀잖아요. 우리 애는 심심하다고 놀아달라고 하고 하나하나 다 챙겨주어야 하니까 더 바쁘지요.”라고 한다.
초등학생의 어머니는 “이전에는 네하고 대답도 잘 했는데 지금은 슬슬 말대꾸하고 말을 잘 안들어요. 어렸을 때가 훨씬 편했어요. 벌써부터 이러니 사춘기는 어떻게 보내야할지 걱정이네요”라고 한다. 반면 고등학생의 어머니는 “자기가 대학가지 내가 가나요. 매일같이 숙제 독촉해야 하고 제발 그놈의 컴퓨터 좀 끄라고 해야 말을 들으니까요. 내가 매번 꽉 잡아주어야 하니 피곤합니다. 대학에 가면 좀 나아지지 않겠어요”라고 반문한다.
둘째로, 대부분의 부모들은 “내가 자녀를 잘 이끌고 있는 것일까”하고 막연히 불안감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부모는 장차 자녀에게 득이 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자녀가 싫어함을 알면서도 잔소리를 한다. 자녀에게 싫은 소리를 한바탕 하고 난후엔 자녀가 과연 부모 마음을 알고나 있을까하는 물음표가 떠오른다.
또한 현재 자녀가 공부를 잘하고 모든 면에서 남들이 부러워한다고 하더라도, 부모로서는 “쟤가 계속 잘 해야 할텐데”라던가 “다 좋은데 사회성이 좀 부족하다”라던가 “계획성이 없다” 등의 옥의 티가 눈에 보이기 마련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지금 저렇게 사회성이 부족하니 나중에 쟤가 사회 생활 할 때 뾰족뾰족 모가 난 성격 때문에 문제가 크겠다. 저렇게 덤벙거리니 회사에서 그 누가 좋아할까”등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현재 상황을 매우 앞서 나가게 되어 부모의 불안감을 더욱 부추기게 되지 않을까.
만약 “자녀는 만 몇 세가 되면 부모가 전혀 걱정할 필요없이 완전히 성장할 것입니다”라는 보증서가 있다면 자녀 양육은 훨씬 수월해 질 것이다. 앞으로 몇년 후면 상황이 좋아진다는 희망(?)이 있으니 마음고생도 덜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보증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법적으로는 만 18세가되면 성인이 되므로 더 이상 부모가 법적 보호자가 되지는 않지만 자녀가 만 18세가 넘었다고 전혀 자녀 걱정을 하지 않는 부모는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결국 자녀가 각 연령 단계마다인지, 사회성, 정서, 언어 및 신체 발달에 맞게 성장해가는 것과 발 맞추어 나가는 속도이고 부모의 일생에 걸쳐 지도하는 과제인 것이다. 각 발달 단계마다 다른 대안을 배우도록 지도하는 것, 보다 성숙하게 갈등 해소를 해결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결국은 자녀가 스스로 자신에 대해 책임감을 지는, 자립적인 성인으로 자라도록 돕는 모습이라 하겠다.
부모가 자녀를 잘 이끌고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특정 이론에 맞추어 정해진 방법론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 혼자만 자녀를 잘 이끌고자 열심히 동분서주하는 것도 아니다. 자녀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가지되 “지금 이러니 나중에도 그저그럴 것이다”는 식의 선입견적인 걱정으로 껑충 치닫는 것도 아고, 자녀가 부모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여길 때 이에 대해 비난조나 자기 방어적이지 않는 방식으로 자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하고 긍정적인 삶의 모델 역할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부모 상담 시간에 한 어머니가 “요즘 세상에 애들 키우는 것이 대통령 되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말했다. 이 역시 세상 모든 부모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명언이지 않은가?
신혜선/KYCC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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