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이 선호하는 장거리 단체여행중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 바로 유럽 8박9일 여행이다. 런던, 파리, 스위스, 이탈리아 등을 도는 이 상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간단하다. 짧은 시간에 유럽 주요 관광지를 한꺼번에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동안 LA에서 영국에 도착 첫날 런던을 관광하고 유명한 해저터널을 초고속 기차 ‘유로스타’를 이용해 지나 파리에 도착한다.
이어 스위스로 TGV를 타고 이동하고 알프스의 절경을 감상한 다음 이탈리아 밀란으로 이동한다. 이후 베니스, 베로나, 플로렌스, 로마 바티칸시티 등을 돌아보고 귀국하는 것이 이 상품의 기본 코스이다.
어느 여행이나 장단점이 있지만 특히 유럽 단체여행은 장점과 단점의 차이를 너무나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긴박하게 스케줄이 진행된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지만 바쁜 이민생활에 어렵게 유럽 여행을 떠나면서 볼 수 있을 만큼 보고 오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지구촌 여행사와 함께 유럽 단체관광을 다녀왔다. 이번 주는 유럽 여행 첫 순서로 런던과 파리 여행기를 소개한다.
초고속 전철 유로스타 타고…
런던 출발 해저터널 3시간후 파리 도착
런던
체류 6시간…‘반대로’혼돈
우측 운전대-자유로운 휴지버리기 등 이색
영국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등장한 ‘런던 아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알려진 타워 브리지.
말이 필요 없는 도시다. 자욱한 안개와 바바리 코트, 검은 우산과 애완견, 셜록 홈즈가 떠오르는 도시가 바로 런던이다. 런던을 보면 영국을 보고 유럽을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런던은 영국의 심장인 동시에 유럽의 축소판이며 역사와 전통의 도시이다. 1066년 윌리엄 1세 이후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영국의 중심지 역할을 했고 또한 유럽의 중심지이기도 한 곳, 670만여명이 런던에 살고 있다.
LA 공항에서 떠나면 비행기로 11시간 후 도착하는 런던은 히드류 공항에서부터 그 분위기가 달랐다. ‘신사의 나라’의 관문 히드류는 그동안 만났던 50여개의 국제공항 중 가장 초라하게 보였다. 섬나라 자메이카의 공항보다도 시설은 떨어졌지만 다른 나라 공항의 그 왁자지껄한 소음은 없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점이 모든 차의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것.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도 아니데 괜히 맞은편에서 자동차가 오면 불안해진다. 대형 관광버스는 좁은 런던 시가지를 잘도 빠져나간다.
음울한 날씨 때문인지 거리를 지나는 영국인들의 표정은 대체로 무겁다. LA 주민들의 얼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마일은 이 곳에서 좀처럼 찾기가 힘들다. 거리도 지저분하다. 안내를 맡은 한인 가이드는 “런던의 도심지는 아무 데나 버리는 담배꽁초나 노상 방뇨, 쓰레기로 지저분하다”며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문화는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관광 중 휴지를 버리고 싶으면 그대로 길에 던지라고 한다. 휴지를 숨기지 말고 일부러 잘 보이는 곳에 던지는 것이 청소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런 저런 이유로 런던 관광은 사람 구경이 아니라 시 곳곳에 있는 고색 창연한 회색빛 석조건물과 금빛 찬란한 아름다운 궁전, 도심지를 녹색으로 만드는 널따란 공원들을 돌아보는 것 등이 중요하다. 미국 특히 LA에서 온 사람들에게 런던은 도시 전체가 건축 박물관 같은 인상을 준다.
관광은 바쁘게 진행된다. 비행기에서 내려 런던에 있었던 6시간 동안 웨스트민스터 사원, 빅벤 시계탑, 한때 교도소로 사용됐던 런더 타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는 타워 브리지, 엘리자베스 여왕이 거주하는 버킹검 궁전, 대영 박물관, 국회의사당, 다이애나 비가 이혼할 때까지 살았던 켄싱턴 가든,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가 결혼식을 올렸던 세인트 폴 성당, 대법원, 해저터널로 프랑스 파리까지 기차로 3시간에 도착하는 워털루역, 도보인만을 위한 흔들다리 밀레니엄 브리지, 유서 깊은 빅토리아 역, 유명 오페라가 연일 공연되는 로얄 알버트 극장 등 역사적인 건축물들과 테임즈강, 트라팔가 광장, 하이드팍, 그린팍, 세인트 제임스팍 등을 모두 돌아본다. 중간에 점심식사까지 마쳤으니 얼마나 빠르게 움직였는지 상상이 갈 것이다.
이중 가장 비중이 쏠리는 곳은 역시 고대 유물과 전 세계 인류 문화재를 거의 다 끌어 모아놓은 250년 역사의 대영 박물관이다. 박물관에는 입을 쩍쩍 벌어지게 하는 각종 문화재나 유물, 예술품들이 거대한 박물관 지하와 건물을 가득 가득 메우고 있다. 외국에서 온 방문객뿐 아니라 런던이나 영국 각지에서 온 초·중·고교생들까지 합쳐져서 이 박물관은 연일 북새통이다.
또 다른 기억에 남는 관광지는 런던의 센트럴 공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하이드팍(Hyde Park). 넓은 호수에 한가하게 떠다니는 오리들과 오래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이곳에는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알버트 공작의 황금 동상이 공원 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다.
좁고 구불구불한 미로, 차선이라고는 한두 개가 고작인 거리 때문에 교통사정이 유럽에서 최악이지만 빨간색의 택시, 런던의 명물인 이층버스, 지하철(언더그라운드, 또는 튜브라고 함)을 잘 이용한다면 런던의 속내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저녁 해가 질 무렵 파리로 들어가는 ‘유로스타’ 기차에 몸을 실었다. 해저터널을 지나 시작되는 프랑스 농촌의 목가적인 풍경이 기차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빠르게 지나간다.
유로스타는 영·불 해저터널을 통해 런던~파리간을 3시간만에 주파한다.
런던 거리를 질주하는 빨간색 2층 버스.
현대와 과거의 건축물들이 한곳에 어우러져 있는 런던.
파리
‘노터데임 곱추’는 어디갔나
소설 ‘다빈치 코드’인기로 루브르 방문객 급증
파리에서 제일 높은 지점인 몽마르뜨 언덕.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야경.
해저터널로 인해 런던의 이웃도시가 되어버린 파리. 파리만큼 낭만적인 도시는 없다. 에펠탑과 루브르, 세느강 등 파리 관광의 명소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국제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들이다
파리의 첫 관광은 프랑스의 자존심이라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시작됐다. 루브르는 중국계 미국인 페이가 디자인한 피라미드를 통해 입장하게 된다.
루브르는 돌아보는 데만도 2시간이 족히 걸린다. 유명한 그림과 조각만 찾아도 그렇다. 최근에는 소설 ‘다빈치 코드’의 인기로 방문객이 더욱 늘어났다. 비너스상과 모나리자가 있는 곳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몰려 있다.
작품의 감상보다는 프랑스의 문화적 힘을 느낄 수 있는 기회 정도로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다음 목적지는 파리에서 제일 높은 지점인 몽마르트 언덕. 숱하게 많은 관광객을 이 곳에서 다시 만난다. 언덕 위에서 보니 파리가 참 넓고 평평했다. 산도 아닌 몽마르트 언덕은 해발 100미터가 조금 넘는다고 하는데 파리 시내의 전경이 거의 다 보였다. 피카소도 왕년에 여기서 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었다는데 지금은 완전히 관광 명소로 초상화 그려 주는 사람들만 한몫 보는 것 같았다.
관광버스는 바쁘게 노터데임 성당으로 향했다. 계단으로 탑 위로 올라가면 전망이 아름답다지만 갈 길이 바쁜 여행이라 성당 안의 멋진 스테인드 글래스 만족해야 했다. 같이 간 유치원생 아이가 ‘곱추’는 어디 있느냐고 자꾸 물어본다.
파리의 날씨는 유별나다. 맑은 날씨가 계속되었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비를 맞으면서 버스에 오르자 버스는 개선문이 보이는 콩코로드 광장으로 향했다. 이집트에서 기증 받았다는 4미터에 이르는 오벨리스크는 기원전 13세기의 것이다(이집트측에서는 프랑스가 오벨리스크를 빼앗아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광장에서 프랑스 대혁명 후 마리 앙트와네트를 비롯한 1,343명이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단다.
약간 언덕에 위치한 개선문을 중심으로 12거리가 있는데 샹제리제 거리는 그 명성만큼 볼거리가 많았다. 세계의 유명 명품들, 유명 사치품들이 즐비한 거리는 정말 활기차고 멋진 모습이었다. 거의 200년 전에 만든 거리와 건물이 지금도 잘 활용되고 있다.
콩코드 광장에서 개선문을 지나 라테팡스를 잇는 도시의 축이 파리의 도시계획의 뼈대가 된다. 라데팡스는 현대식 건물로 구성된 신도시로 빌딩 사이는 광장과 분수로 보행자의 천국을 이루고 있고 그 밑으로 지하철과 자동차가 지나가고 있다. 중앙의 보도 광장은 신 개선문까지 이어져 있고 주변엔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가 따로 마련돼있다.
파리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에펠탑으로 향했다. 에펠탑은 정말로 경이로운 구조물이라고 할 수 있다.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 때 세운 탑으로 그 당시 가장 높은 철골구조로 명성을 날렸으며 마천루의 효시가 됐다. 전망대로 오르는데 구간별로 차등요금을 받는데 좀 비싸긴해도 갈만하다. 다음날 행선지는 베르사이유궁. 루이 14세 때 지은 궁전으로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정원은 장대하고 끝이 없으며 인공미의 극치를 나타내고 있다. 조그만 정원의 화단에도 반듯하고 정밀한 손길이 베어 있으며 커다란 나무들이 각을 맞추어 다듬어 있는 광경은 놀랍기까지 하다. 정원 중앙에 있는 라틴 십자형의 호수는 1,000m나 떨어진 세느강의 물을 끌어와 만들었다는데 웬만한 강폭보다도 넓다. 정원 내부로는 미니버스가 운행 중이지만 걷는 게 더 낫다. 운치 있는 오솔길과 아름다운 조각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궁내부는 온통 황금빛으로 빛났고 정원만큼이나 장식이 화려했다. 그 유명한 나폴레옹 대관식 그림이 궁내에 있다.
파리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볼 것도 많은 것만큼 기억에 남는 일도 많았다. 인상 깊은 곳도 많고 숙소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도 모두 잊지 못할 것 같다.
스위스로 향하는 TGV 열차의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파리의 모습도 점점 사라져 간다.
지구촌 여행사를 통해 함께 동행했던 관광객들.
세느강에서 바라다 본 파리의 야경.
베르사이유 궁전의 정원.
<글·사진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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