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피날레 불꽃놀이 중 ‘독도는 우리 땅’이란 문구가 태극기와 함께 할리웃 밤하늘을 밝히고 있다.
관객들 손에 손잡고 인기가요 따라 불러
‘독도는 우리땅’ 화려한 불꽃놀이에 탄성
“스트레스 확 풀고 갑니다”
23일 6시30분 UCLA 학생들의 사물놀이로 시작된 ‘제3회 할리웃 보울 한인음악대축제’는 4시간 30분의 공연시간 내내 인기가수들의 열창과 2만 관객의 환호가 그치지 않았다.
인기그룹 NRG가 모습을 드러내며 첫 테입을 끊자 10대 소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함성을 지르며 열광하기 시작했고 마야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진달래 꽃’을 부르자 남녀노소 모두가 함게 따라 부르며 환호했다. 또 뛰어난 춤실력과 노래로 무대를 휘어 잡는 인순이의 열창은 1부 피날레를 뜨겁게 장식했다.
2부에 김건모는 특유의 옷차림과 매너로 관객을 사로 잡았고 세븐과 휘성이 잇달아 출연하면서 10대들의 뜨거운 함성은 할리웃을 흔들 정도였다.
이어 설운도와 김수희 등 트로트 가수들이 출연하자 이번에는 어른들의 환호로 바뀌었다. 한인들도 자주 부르는 ‘사랑의 트위스트’ ‘남행열차’가 나올 때는 아예 함께 합창을 하기도 했다.
이날 공연의 대미는 한국 최고인기를 얻고 있는 비가 장식했다. 현란한 춤솜씨로 ‘나쁜남자’ 등 히트곡들을 열창하자 소녀팬들의 열기는 절정을 이뤘다. 가수들의 재치있는 말솜씨도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럼블 피시’의 리더 싱어 채린은 “해외공연은 처음인데요, 너무 호응해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라며 솔직한 말투로 환영을 받았고 마야는 깁스를 한 왼쪽 팔을 보이며 “부상당했지만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또 설운도는 “지금 앵콜하시는 분들은 하는 일마다 대박이 터집니다”는 유모로 관객들의 웃음을 선사했고 김수희는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하늘을 보며 “Stop the rain”이라고 주문하면서 관객들에게 함께 손을 잡고 자신의 히트곡을 합창하자며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수백발의 폭죽이 수놓은 화려한 불꽃놀이로 대미를 장식했다.
한인음악 페스티벌 1부 순서 마지막에 무대에 오른 인순이가 할리웃 보울 관중석을 가득 메운 한인들을 보며 열창하고 있다. <서준영 기자>
“젊은이도 춤을춰요”-한국일보가 제공한 머풀러를 머리에 두르고 야고아스틱을 흔드는 소녀들의 표정이 한없이 밝기만 하다.
■스케치
할리웃 보울 대축제의 백미는 인기 연예인 공연도 좋지만 역시 환상의 불꽃놀이. ‘독도는 우리땅’을 주제로 10분여동안 할리웃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오색의 불꽃들이 너울댈 때마다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한인들도 많았다. 환호와 감동, 2만 한인들의 열광이 용광로의 화로를 방불케했던 공연을 정리했다.
◎…지난해 공연 끝 무렵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피날레 불꽃놀이를 보지 못했던 관중들은 대부분 우산이나 우비를 챙겨 와 ‘올해는 비가와도 꼭 불꽃놀이까지 보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기도. 덕분에 2부 공연도중 약간의 빗방울이 떨어졌으나 미리 자리를 떠나 ‘독도는 우리 땅’을 주제로 한 멋진 불꽃놀이를 놓친 한인은 거의 없었다는 후문.
◎…불꽃놀이의 장관을 보며 낯익은 노래를 외쳐 부르던 한 초등생 어린이는 공연이 끝나고 아버지의 손을 잡고 나가며 어눌한 한국말로 “너무 소리를 질러 목이 아파요”라고 응석. 또다른 중년 여성들도 “오랜만에 실컷 소리를 질렀더니 속이 후련하다”며 내년에 또 오자고 다짐.
◎…미국인들이 한국이 어디에 있는 지조차 모르던 시절 이민 온 한인들에게는 2만명 가까운 한인들이 모인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찡한 감동의 순간이었다. 60년대 이민와 할리웃 보울 입장권이 2달러하던 때 이후 이번이 두 번째라는 닐 강(그라나다힐스)씨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한국 가수들이 한국말로 노래하는 것은 기적”이라고까지 표현할 정도로 감격.
◎…한인음악 페스티벌은 2세 한인들이 한국 정서와 대중문화를 접할 수 있는 뿌리 교육의 한 방편으로도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 지난해 이어 올해도 공연장을 찾은 정이홍(48·채스워스)씨는 “미국에서 태어나 한민족의 흥을 잘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우리 정서를 피부로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이만큼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출연진 말, 말, 말
▲“밥 묵었나”- 설운도, 후배가수인 김건모와 옥주현이 대기실에 들어오자.
▲“첫 테이프를 성공적으로 끊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지요. 처음부터 98%는 먹고 들어간 겁니다”- NRG 공연 첫 순서를 환상적으로 마쳤다고 자화자찬(?) 하며
▲“알아봐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럼블피시의 이 채린. 아직 신인이라 사람들이 모를까봐 걱정했는데 생각외로 환호해 줘서 기쁘다고.
▲“팔을 다쳐서 댄스의 본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아쉬워요”- 마야 공연직후 더 멋진 공연을 펼칠 수 있었다는 아쉽다며
▲“관객들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공연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었다는 인순이.
▲“한국말이 서투른 분들이 한국노래를 이렇게 잘 아시다니...”- 옥주현 2세들이 한국노래를 좋아하는 모습에 놀라며
▲“이모가 뉴욕에 계시기 때문에 이민생활의 애환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인분들 모두 파이팅”- 홍경민 LA 한인들에게 인사를 건내며.
▲“한국말이 서투른 분들이 한국노래를 이렇게 잘 아시다니...”- 옥주현 2세들이 한국노래를 좋아하는 모습에 놀라며
▲“오랫만에 뵙는 LA식구들, 주류사회에서 다진 내공 보여드리죠”- 박진영, 공연직전 워밍업을 하며
▲“타국에서 이렇게 커다란 파워를 발휘하고 계시는 한인들 놀라워요”- 비, 할리웃 무대에 설 수 있어 영광이라는 소감을 밝히며.
스탭·출연진 기념사진도 찍고
■무대뒤 분위기
제3회 할리웃보울 한인음악대축제가 펼쳐진 무대 뒤 백스테이지는 출연진과 스텝들로 북적거렸다.
출연자들의 대기실이 있는 이곳은 가수들과 스텝들이 부산히 움직였으며 곳곳에서 출연진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또 출연진들은 서로 선후배의 공연을 지켜보며 격려해 주는 등 훈훈한 모습들이 쉽게 목격됐다.출연진 중 가장 선배인 설운도씨는 제일 먼저 대기실에 도착, 선배로서의 솔선수범을 보였으며 홍경민도 공연을 마친 후배들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해주는 등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자신의 순서가 다가 올 때면 미리 무대 옆에 나가 심호흡으로 긴장감을 풀었고 백댄서들은 그동안 준비한 춤을 다시 연습해 보는 등 마지막 점검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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