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희씨의 봄 나물 무치는 비법
봄철 들판에는 생명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새싹들이 파릇파릇 고개를 내밀고 올라온다. 나물 캐는 처녀들이 바구니 옆에 끼고 봄나물을 캐는 풍경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상큼한 봄나물은 잃었던 입맛을 찾아주고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에 바짝 탄력을 준다.
“장모님이 무쳐주시는 나물을 먹으면 피곤함이 싹 달아나요” 홍성혁(42·요식업)씨는 장모님이 나물 무쳐 차려준 상을 대하면 힘이 솟는다고 자랑이다. 그가 입에 침이 마르게 자랑하는 장모님의 나물 만들기를 한 수 배우기 위해 가든그로브의 신무희(68·주부)씨 집까지 나선 오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폴폴 고소한 냄새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다.
신무희씨는 충남 서산, 유지의 딸로 태어났다. 엄청나게 잘 차려 먹는 집안에서 맛있다는 요리 맛보며 자라난데다, 요리솜씨 좋은 어머니를 두어 항상 손님을 치르고 살아온 덕에 요리에 대한 노하우가 겹겹이 쌓였다. 그녀의 시댁도 만만찮은 충청도 양반집. 당시 시어머니들이 어디 요즘처럼 우리 며느리 잘 한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인가. 예외 아닌 그녀의 시어머니는 동네 잔칫집이라도 다녀오실 때면 “그것도 나물이라고 했다냐?” 하시며 간접적으로 며느리의 나물 무치는 솜씨를 칭찬했었다.
남편 신윤철(72)씨도 아내가 만들어주는 맛있는 요리 덕에 더없이 행복한 사내. 모든 요리는 처음부터 준비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은 그렇게 형성이 됐다. 1977년도에 이민 와 반찬 한 번 사먹어 본 일 없이 김치는 물론 장까지 직접 담가 먹으니까.
다른 어떤 요리보다 나물이 18번이 된 것은 신무희씨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가 나물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맛있어질까 쉬지 않고 연구를 거듭하게 됐다. 그녀는 한 달에 한 가지 정도는 새로운 나물 레서피를 개발해 작품을 탄생시키고 인터넷 요리 사이트를 즐겨보며 자기 식 비법을 개발하기도 하는 신세대 할머니다.
그녀는 일주일 전, 한국엘 다녀왔다. “봄이면 달래, 쑥, 냉이의 여린 잎들이 우리가 먹어주길 기다리고 있죠. 어린 쑥을 똑똑 따다 국 끓이고 나물도 무치면 얼마나 좋아요. 미국 야채는 아무래도 좀 억세요. 달래, 냉이 등 봄 내음 퐁퐁 나는 나물을 준비하고 싶었는데 아직 LA의 한국 마켓에는 도착하지 않았더라고요”
나물을 많이 먹어 고운 피부를 붉게 물들이며 그녀가 말한다. 이 기사가 나갈 즈음이면 어쩜 한국에서 직송된 봄나물들이 도착해 그녀의 식탁이 훨씬 풍성해질지도 모르겠다. 자주 해먹는 나물은 새콤한 맛의 해초 나물, 독특한 향기의 깻잎나물, 취나물, 쑥갓나물, 미나리나물, 언제 먹어도 부담 없는 콩나물 등이다.
자, 그럼 나물 무치기 특강을 시작해볼까. 삶아서 무치는 나물들은 우선 색깔이 살도록 잘 삶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꼭 짜서 갖은양념을 넣고 무친 다음 마지막 단계에서 기름을 두르고 살짝 볶아내야 영양소의 손실도 적고 나물이 흐드러지지 않으며 탄력이 있어 쫄깃하다. 그렇게 해야 기름 역시 적게 먹어 담백하다.
봄철에 많이 먹는 취나물을 예로 들어보자. 소금을 넣고 충분히 삶아내 마늘, 후추, 조선간장, 소금, 깨소금으로 양념해 무친 다음 마지막으로 기름을 넣어 볶아낸다. 양념에 파를 넣으면 취나물의 독특한 향을 감소시키므로 넣지 않는다. 이밖에 다른 산채에도 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그 특유의 향을 살리는 방법이다. 들나물에는 파를 많이 넣어도 상관없다.
주재료에 부재료를 적당히 섞는 것도 그녀의 노하우다. 달래의 경우 무를 넣는 것이 비법. 무의 단 맛이 달래 특유의 매운 맛을 중화해준다. 해초 나물의 경우 오이와 빨강 피망을 섞어 무치면 색깔도 예쁘고 씹히는 맛도 훨씬 좋아진다.
나물 무칠 때 다른 양념은 몰라도 생강은 쓴맛이 나기 때문에 넣지 않는다. 화학조미료도 절대 금물. 대신 그녀는 양지머리 폭 고은 육수를 냉장고에 담아놓고 나물 무칠 때 조금씩 사용해 감칠맛을 더한다. 참기름도 쓰지만 대부분의 나물에는 들기름을 사용한다. 고소하고 독특한 향이 나물 맛을 더욱 입맛 돌게 만든다.
파는 음식 따라 다르게 썬다. 곱게 썬 것은 계란찜이나 미소 국물, 묵 간장용으로 쓰고 된장찌개에는 조금 통통하게 어슷하게 썬 것을 이용한다. 샐러드나 무침용으로는 가늘게 채 썬 것이 제격이다. 길고 넓게 썬 것은 전골용, 통 파를 막대처럼 썬 것은 곱창전골처럼 오래 끓이는 요리에 이용한다.
“난 엄마처럼 피곤하게 안 살 거야.” 다짐을 하던 딸 신향희(40, 주부)씨도 요즘 살림하는 것을 들여다보면 꼭 엄마처럼 대물림을 하고 있다.
신무희씨는 나물을 맛있게 만드는 비법에 대한 독자들의 질문에 성의껏 대답해줄 것을 약속했다. 전화 (714)952-1488.
<향긋한 달래무침>
▲재료: 달래, 무, 간장, 고추장, 설탕, 깨소금, 식초, 참기름.
▲만드는 법: 달래는 다듬고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둔다. 무는 채 썰고 소금을 약간 뿌렸다가 물기를 짜둔다. 간장, 고추장을 잘 섞은 뒤 설탕, 식초를 넣고 달래와 무를 섞어 무친다. 양념이 골고루 배었으면 참기름과 깨소금을 버무려 낸다.
<냉이 조개무침>
▲재료: 냉이, 모시조개, 파 마늘 다진 것, 설탕, 고추장, 깨소금, 식초, 참기름.
▲만드는 법: 냉이는 깨끗이 다듬은 후 잘 씻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로 헹궈둔다. 모시조개는 소금물로 씻은 후 끓는 물에 데쳐 조갯살을 발라둔다. 데친 냉이와 조갯살을 함께 섞고 준비된 양념으로 무친다.
새콤한 맛의 해초 나물
독특한 향기의 깻잎나물
봄철에 특히 좋은 취나물
파도 나물과 요리 종류에 따라 다르게 썰어야.
<글·사진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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