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나는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의 신학에 대해 석사학위 논문을 쓴 적이 있다. 아일랜드 가톨릭대학 신학생이었던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그 사람의 학문적 깊이였고 또 하나는 그의 신학자로서의 위치가 바티칸 교리 수호 책임자로서의 직책 때문에 가려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세상은 곧 그의 신학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라칭거가 차기 교황이 돼야 할 가장 분명한 이유는 그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의 친분이다. 그의 지지자들은 그야말로 전 교황의 유업을 뿌리내리게 할 적임자로 보고 있다. 전 교황의 전기를 쓴 조지 웨이글은 다음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의 유업을 계승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라고 지난 1월 말했다. “추기경들 사이에 다음 교황의 최우선 과제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심원하고 도전적인 비전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란 의견 합일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라칭거는 이 일을 하기에 합당한 사람이다. 그는 전 교황이 살아 있을 때 어떤 바티칸 성직자들보다 많이 매주 수 시간씩 함께 요한 바오로 2세와 시간을 보냈으며 교황의 거의 모든 주요 정책 결정에 관여했다. 일례로 1985년 바티칸 제2차 공의회 20주년을 맞아 열린 특별 주교 회의는 교회의 위대한 전통을 이어받아 제2차 공의회의 결정을 보다 깊이 있게 실현하자고 결의했는데 이는 라칭거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라칭거는 또 400년만에 처음 만들어지는 교리문답 작성위원회의 대표로 전 교황에 의해 임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요한 바오로 2세의 후임으로 적임인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차기 교황은 전 교황보다 교회 내에서 강력한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강력한 행정력을 꼽는다면 그만한 인물은 없다. 그가 78세의 고령인 점도 단점만은 아니다. 지난 번 교황처럼 오래 재임한 인물 후임으로는 짧고 과도기적인 교황이 선출되는 것도 괜찮다.
이런 점들이 라칭거가 차기 교황 선두주자로 부상한 이유다. 그러나 이것이 내가 그를 선호하는 이유는 아니다. 그의 겸손과 교황직에 대한 미련이 없는 점을 더 사고 싶다. 그를 직접 만나 본 사람은 그가 교회 교리를 강제 집행하는 인물이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부드럽고 수줍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학자풍의 기질을 갖고 있으며 젊어서는 개혁적인 인사로 분류됐다. 독일과 미국의 개신교 신학자들도 그를 만나본 후는 높이 평가한다. 그는 권력을 추구하기보다는 현 직책에서 물러나 교단에 서게 해 달라고 교황에게 간청해 왔으나 교황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의 개인적 스토리도 잘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전 교황과 비슷한 점이 많다. 그래서 두 사람이 친해졌는지 모른다. 그는 1927년 4월16일 바바리아에서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나치에 격렬히 저항한 경찰관을 아버지로 태어났다. 12세 때 신학교에 들어간 그는 제2차 대전이 나자 뮌헨의 방공대로 끌려갔으며 1944년에는 노동 수용소로 배치됐다. SS단에 들어갈 뻔했으나 가톨릭 신부가 되겠다고 해 간신히 이를 면할 수 있었다.
그의 신학은 겸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1997년에 쓴 ‘세상의 소금’이라는 책에서 “나는 나의 신학을 창안하려고 한 적이 없다. 나는 교회의 신앙 속에서 위대한 사상가들과 함께 생각하려고 한다”고 적었다. 성 오거스틴의 전통을 이어받은 그의 신학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깊은 영향을 받은 요한 바오로 2세와 대조적이다. 전 교황이 철학자라면 그는 신학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가톨릭 전통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는 점은 같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40주년을 맞는 올해 그가 교황이 되기를 기원한다.
에리카 월터/ 뉴 리퍼블릭
<이 글은 라칭거가 교황에 선출되기전에 쓴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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