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충견’보수파 수장
제 265대 교황으로 선출된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은 ‘신의 충견’이라는 별명이 말해 주듯 가톨릭 내의 대표적 보수파로 꼽힌다.
독일 뮌헨 교구 대주교 출신으로 81년부터 교황청의 신앙교리를 담당해온 그는 해방신학, 종교 다원주의, 여성사제 서품, 사제 결혼, 개신교와의 합동미사(예배) 등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하는 등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메아리’ 역을 해왔다. 시류에 적합치 않다는 지적과 일부의 반발 속에서도 그는 동성애와 이혼, 인간복제, 콘돔 사용, 혼전 성관계 등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거부하는 등 흔들림 없는 보수적 시각을 고집했다.
학자풍의 성격으로 전임 교황과 같은 카리스마와 능숙한 대인관계 기술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1927년 4월16일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마르크트 암 인에서 경찰관의 아들로 태어났다. 1951년에 세살 위인 형 게오르그와 함께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1957년에 신학교수가 됐다.
그가 1969년 레겐스부르크 대학 교수로 부임했을 당시 그의 형 게오르그는 이미 레겐스부르크 성당 성가대장으로 명성을 날리는 교회음악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레겐스부르크 시절 그의 보수적인 신학 강의와 마르크스주의 비판은 당시 대학가를 휩쓸던 68학생운동 세대와 많은 충돌을 빚기도 했다.
`게오르그의 동생’으로 알려져 있던 그는 1977년 바오로 4세에 의해 뮌헨 대주교로 발탁되며 형의 명성의 그늘에서 벗어났고 4개월 뒤에는 바오로 6세에 의해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인 50세에 추기경이 됐다.
■내가 만난 베네딕토 교황
“겸손한 인품
한마디로 신사”
<전달수 교황청 신부>
“요한 바오로 2세의 부탁으로 장관직을 은퇴 연한을 넘겨 맡으시다 교황으로 선출되는 영광을 누리셨지요”
1980년부터 신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를 지켜 본 한국 천주교 주교단 로마 대표부의 전달수 신부는 19일 본보와 전화 통화에서 신임 교황은 전임 요한 바오로 2세가 가장 아낀 분이라며 가톨릭 교회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신학적 교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980년 초 로마 유학 시절과 로마 대표부 부임 이후 베네딕토 16세와 교제를 이어온 전 신부는 “교황님은 한마디로 신사”라며 “겸손함이 미덕인 인품이 뛰어나신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교황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강론을 펼치는 분이라며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조용한 가운데 친교하는 신임 교황의 면모를 소개했다.
신임 교황은 교리성 장관을 맡을 정도로 신학에 정통한 인물이다. 전 신부는 “신임 교황은 많은 저술 활동을 했으며 교황의 신학을 엿볼 수 있는 책이 한글로도 번역돼 있다”고 밝혔다.
전 신부는 78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모습을 보인 교황에 대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 했다”는 말로 고령을 걱정하는 신자들을 안심시켰다.
<이석호 기자>
■새교황명 베네딕토 택한 이유는
‘보수-개혁 아우르는 중재자’
차기 교황으로 선출된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교황 이름으로 베네딕토 16세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콘클라베에서 교황으로 선출된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역대 교황의 이름을 선택하는 전통이 있다.
강경 보수파로 꼽혀온 라칭거 추기경이 20세기초 가톨릭 교회가 전통주의와 현대주의의 갈등에 휩싸였을 때 둘 모두를 아우르는 온건 노선을 취한 교황 베네딕토 15세(임기 1914∼1922년)의 이름을 계승한 것은 자신의 보수 이미지를 완화하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주의’ 교리를 강경하게 단속한 교황 비오 10세(임기 1903∼1914)를 이은 베네딕토 15세는 전통주의자들과 현대주의자들간의 적대감을 진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네딕토 15세는 또 프랑스 영웅 잔 다르크를 성인으로 추앙해 교권에 적대적이었던 프랑스 공화국 정부와 관계 개선을 추진했고 그리스정교와의 화합을 기도했다.
1922년 67세에 폐렴으로 서거한 베네딕토 15세는 20세기 교황들 가운데 덜 알려진 인물이지만 신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그의 이름을 선택한 것은 이처럼 현대주의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인도주의적인 외교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베네딕토는 ‘축복’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서기 575년에 교황으로 즉위한 베네딕토 1세 이후 라칭거 추기경까지 16명의 교황이 선택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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