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대 교황으로 선출된 독일출신의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19일 성베드로 성당의 발코니에 나와 광장에 모인 순례자들에게 향해 축복하고 있다. 새 교황은 베네딕토 16세를 자신의 이름으로 선택했다.
독일출신 요제프 라칭거, 초보수적 전통교리 고수
“여러분 기도속에 나를 맡긴다”
베드로광장 순례자들에 첫 축복
독일의 요제프 라칭거(78) 추기경이 19일 265대 교황에 선출됐다.
새 교황은 교황의 이름으로 베네딕토 16세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으로 선출된 뒤 성 베드로 성당의 발코니에 나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순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교황으로서 첫 축복을 내렸다.
그는 “형제자매들이여, 위대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추기경들이 신의 일터에서 일하는 어리석고 보잘것 없는 나를 선출했다”며 “나는 여러분의 기도에 내 자신을 맡긴다”고 말했다.
수세기만에 첫 독일인 교황이 된 베네딕토 16세는 1981년부터 신앙교리성의 수장으로 전임 요한 바오로 2세의 가장 가까운 조언자 중 하나였다.
교황 선출 콘클라베가 시작되기 전부터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그는 오랫동안 교황청의 신앙 교리를 담당했으며 초보수적인 교리해석으로 가톨릭 교회에서도 ‘신의 로트와일러(독일산 맹견)’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강경 보수파로 꼽혀 왔다.
그는 동성애, 이혼, 인간복제를 전통적 윤리에 반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해방신학, 종교 다원주의, 여성 사제 서품에 반대하는 등 종교적 관점에서도 보수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유럽의 기독교적 전통을 되돌아보라는 내용을 담은 저서를 출간했으며 콘클라베 개시일인 18일 오전 특별 미사를 집전하면서 교회의 절대적 진리를 수호할 인물을 교황으로 선출할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라칭거 추기경의 선출은 가톨릭이 세계 곳곳에서 세속주의와 타종교의 위협에 직면해 있어 정통 원리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믿는 가톨릭 보수파들에게 큰 환영을 받고 있다.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수녀들이 새 교황의 탄생을 축하하고 있다.
‘개혁요구’안팍과제 산적
신임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앞날
265대 교황으로 선출된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가 26년 임기동안 교회와 전세계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 속에서 교회 안팎에 산재한 과제들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새 교황의 과제들은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평가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이루지 못한 과제들이 곧 새 교황의 과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큰 과제로는 가톨릭교회의 개혁이 꼽히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26년간 많은 업적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그가 보수적인 노선으로 일관해 가톨릭 개혁에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시대 흐름에 맞춰 가톨릭의 기본노선을 크게 수정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을 계기로 교황에 올랐다는 점에서 그가 보인 보수적 노선은 개혁을 바랐던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스런 것이었다.
가톨릭교회 개혁의 초점은 또 성직자 감소 및 성직자들의 어린이 성추행 대책 등과 관련한 성직자 개혁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직자를 남자로 제한하고 독신주의를 강조하는 보수적인 노선으로 이미 성직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만 요한 바오로 2세는 여성의 성직 진출 문제는 논의조차 거절하고 독신주의를 강력히 고수했다.
그러나 성직자 감소 문제가 세계 각국 가톨릭교회에서 점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어 새 교황은 이를 간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가톨릭교회 내외의 시각이다. 성직자 부족은 보수적 선교방식과 함께 가톨릭 신자 감소의 큰 원인으로 꼽힌다.
프랑스 종교사학자 오동 발레는 “19세기 기독교 선교사의 3분의2는 가톨릭이었고 그중 절반이 프랑스인이었으나 지금은 75%가 미국인이고 대다수가 감성에 호소하는 신교 복음주의교회”라며 이에 대한 대응이 새 교황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재위기간 내내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큰 성과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다른 종교와 관계 개선 문제도 새 교황의 과제로 꼽힌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이슬람 사원 방문과 러시아 정교회, 유대교 등과 교류 추진 등으로 다른 종교와 화해에 노력을 펼쳤으나 현재 서구와 이슬람 세계는 극심한 분열에 빠져 있고 세계는 새 교황에게 화해의 전도사가 돼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밖에 세계 가톨릭 신자의 절반을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현실에 맞춰 교회 성직자단 체계도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와 에이즈 확산에 따른 콘돔 허용 등 성에 관한 문제, 생명공학과 의학 발전에 수반된 윤리 문제에 대한 입장 정리 등도 새 교황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의 보수적인 교리를 추진한 장본인으로 이같은 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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