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것은 16년 전인 1989년 6월3일과 4일이다. 중국이 부분적으로 경제활동의 자유·개방정책을 시행하면서 부정부패와 인플레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었지만 정치개혁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던 때였다. 1989년 4월15일 급진개혁주의자인 호요방이 사망하자 북경대학에는 호요방을 찬양하고 보수파를 비난하는 대자보가 나붙었다.
이어 북경과 상해에서 대규모 학생 시위가 일어났고 수십만의 학생과 일반인이 가담한 본격적인 민주화 시위로 발전하여 전국으로 확대됐다. 드디어 6월3일 100만 시위군중이 운집한 천안문 광장에 중국군의 탱크와 장갑차가 무차별 사격을 가해 1,400여명의 부상자를 내고 사태가 진압됐다.
이후 중국 당국은 군중시위에 대해 매우 예민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파룬공(법륜공)이다. 파룬공은 중국 전통의 심신수련 체계의 하나로 1992년 이홍지라는 사람이 수련 방법을 창시하여 보급하기 시작했는데 수련생이 전세계에 1억명에 이르고 있다. 처음에는 중국 당국이 이 수련법을 장려하여 도심의 공원이나 빈터 등 어디서든지 수십명 또는 수백명씩 모여 기체조를 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수련생의 수가 7,000만명을 넘어 공산당원의 수를 앞지르게 되자 중국정부는 위협을 느낀 나머지 파룬공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여 탄압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1999년 북경에서 수련생 1만여명의 항의시위가 발생했고 세계 곳곳에서 중국당국의 파룬공 탄압에 대한 수련생들의 규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시위 등 군중들의 동요를 단속하고 있는 중국에서 최근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외부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일본의 교과서에 항의하는 반일 시위가 바로 그것이다. 북경에서 시작된 반일시위는 광주, 선전 등지로 확대되었고 일본의 공관, 기업, 상점 등을 파괴하는 과격행위로 이어졌다. 지난 1999년 코소보 사태 때 미군의 중국대사관 오폭에 항의한 시위처럼 정부당국의 묵인 아래 이루어진 시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내 시위가 반드시 정부의 묵인 아래서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다. 중국의 땅이 워낙 크고 언론이 통제되고 있어 각처에서 발생하는 군중시위가 외부세계에 제대로 알려지지는 않지만 최근 2~3년 전부터 각지에서 군중시위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중경, 사천, 광동에서 경찰관의 폭행에 항의하는 등 민권을 주장하는 5만 내지 10만명 규모의 시위가 발생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저장성에서는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공장의 이전을 저지하기 위한 주민들의 시위가 발생했다. 그런데 경찰의 강제 해산 과정에서 주민들을 자극하여 지난 10일 수만명의 시위대가 수백대의 경찰 차량을 파괴하는 폭동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군중시위를 금기시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시위는 날이 갈수록 빈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화 하고 있는데 정치적으로는 공산주의적 통제가 이루어져 체제 자체가 모순을 빚기 때문이다. 경제적 생활의 향상이 정치적 민주화의 욕구를 자극한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더우기 국토가 넓고 여러 민족이 지역적으로 펼쳐져 있는 중국에서는 중앙정부에 대한 지방 주민들의 거센 반항운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앞으로 민주화 또는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에 휩쓸린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체제 개혁의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뿐이 아니라 중국에서 불기 시작한 시위 바람은 황사바람처럼 동진하여 북한에도 휘몰아치게 될 것이다. 북한의 체제는 중국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중국의 경제 발전과 이에 따른 민주화 과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인들의 민주화 시위가 격화되어 중국이 민주주의적 개혁을 단행해야 북한이 바뀌게 된다. 그래야만 남북관계가 해결되고 한국이 중국과 명실공히 선린우호 관계를 이룩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 미·중간의 영구적인 평화공존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기영
본보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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