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참사 이후 전개되는 테러와의 전쟁 일선에는 수많은 한인 2세들이 앞장서 싸우며 그들의 조국 미국을 위해 피를 흘리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여전히 알 카에다 및 탈레반과의 전투가 계속되고 있고, 이라크 전쟁은 수렁에 빠진 듯 그 끝이 보이지 않아 전장에 자녀를 내보낸 한인 부모들이 더욱 마음을 조린다.인명 살상이 정당화되고 때로는 영웅으로 추앙되는 이들 전선에는 육군, 공군, 해군, 해병대에 자원 입대한 수많은 한인 병사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전쟁의 명분에 관한 논란도 계속되지만 이들 한인 병사들은 미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미국을 위해 당당히 싸운다는 공통된 자부심으로 오늘도 총알이 빗발치는 전선을 누빈다. 기술병, 전투병, 장교, 사병 등 계급과 병과를 초월한 전 전선에서 이들은 사막의 모래바람을 뚫고 테러리스트들의 저격 공격, 폭탄 테러와 맞서 자유 수호에 여념이 없다. 이라크 전쟁터에서 또 미국 내 주둔기지에서 해외 파병 명령을 받고 초조하게 기다리다 신년을 맞게 된 한인 병사들의 공통된 소망은 사랑, 향수, 그리고 무엇보다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전시 중 군에서 새해를 맞은 한인 장교, 병사들의 소감을 그들이 가족과 친구에 보낸 편지와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그리움 참는게 가장 괴로워”
육군 제2사단 잔 리 특기병
이라크에서 근무 중인 육군 기술병 잔 리 특기병.
복무기간 자꾸 연장 보고픔 더 쌓여
위문편지 받을때는 피로도 싹
너희들과 마지막으로 만난지도 벌써 2년이 되어가는구나. 친구야, 정말 보고 싶다.
기술병으로 근무하는 나는 15명의 병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들 모두 자동차 정비병들이야. 육군 소유 자동차면 종류에 관계없이 모두 다 고치는 것이지. 군에서의 내 임무를 자세히 말해 주고 싶지만 사정상 그렇지 못해 미안해. 인터넷으로 이메일을 주고받고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시간도 하루에 10분밖에 할당되지 않아. 우리의 일과는 새벽 5시30분부터 시작된다. 기상 후 PT라는 아침운동을 하지. 오전 8시30분께부터 그날 하루 할 일과에 대한 지시가 하달된다. 모든 일이 중요한 것이지만 효율성을 살리기 위해 우선권을 정한다. 항상 업무량이 많아 나를 포함한 모든 병사들이 일에 허덕인단다. 특히 요즘처럼 적의 공격에 파손되고 사막 모래먼지로 인해 고장난 차량이 많을 때는 밤을 새 일하는 경우도 많아.
총소리, 폭탄 터지는 소리를 듣는 것은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는 것처럼 하루 일과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어. 그렇지만 뉴스에서 떠드는 것처럼 하루 종일 총성과 포성이 울리는 것은 아니야. 총소리, 폭발음이 들리는 시간은 길어봐야 3~4분 정도야.
인종 전시장인 군대지만, 인종과 성별을 떠나 우리 모두가 한결같이 가진 공통점은 가족, 친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야. 일부 병사들은 부인과 자식을 1년 넘도록 만나지 못하고 있어. 이라크 복무기간이 자꾸 연장되기 때문이야.
그리움과 함께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집에서 만든, 김이 무럭무럭 나는 음식을 먹고 싶은 욕망이다. 나는 특히 한국 음식이 무척 먹고 싶어. 또 친구들과 어울려 몰려다니던 때가 너무 그립단다. 몰에 가서 구경도 하고, 영화도 보고, 떠들기도 하고, 돌아가면 그렇게 하고 싶어.
우리 군인들 모두는 전쟁터에 있는 병사들을 지지하는 미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한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한국인들도 한인 병사들만이 아닌 모든 미군 병사들에게도 같은 마음을 보내주었으면 한다. 새해를 맞는 친구들이 더 행복해지기와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을 기대하며.
“한인동료 전입 무척 반가워”
육군 82공수사단 잭 김 병장
야전 훈련을 마친 공수부대 정찰대 팀원들이 헬기에 매달려 작전지역을 빠져 나오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적진 침투·정찰등 반복 훈련
영어 잘하는 아시안 인기도 좋아
형. 훈련이 드디어 종결됐다. 30일 동안 계속된 이번 훈련은 지난해 받았던 레인저 훈련보다 더 힘들었다. 적진 침투, 정찰, 작전 지역을 빠져 나오는 과정이 반복 훈련됐다. 이번 훈련은 우리 팀뿐만 아니라 해병 특수부대, 해군 특수부대도 함께 참여했어. 조교들은 훈련 참가팀의 솜씨에 점수를 매겼는데 우리 팀은 육군의 자존심을 지켰지.
훈련 마지막 기간에는 헬기에서 밧줄을 타고 침투하고 다시 밧줄에 매달려 작전 지역에서 빠져 나오는 훈련이 집중 실시됐다.
훈련을 마치고 노스캐롤라이나로 귀대하니 이라크로 1,500명이 차출된다는 소식에 온 부대가 술렁거리고 있었다. 예상대로 올 봄 이라크에서 돌아온 뒤 시가전 훈련을 집중으로 받았던 대대 애들로 낙점되었다.
형. 우리 팀은 해가 바뀌면 아프가니스탄으로 가게 될 거야. 군 이동계획은 기밀이다 보니 자세히 알 수가 없지만, 이라크에서 돌아온 후 집중됐던 훈련 내용을 곰곰이 분석해 보면 사막 지형에서 이뤄지는 작전 훈련은 아닌 것 같다. 형. 산중에 숨어 있던 테러리스트가 침투하는 우리 팀에게 총을 쏘아대는 난감한 상황은 맞지 않았으면 한다.
백인 일색이던 우리 팀에 다른 한인 병사가 전출 와서 무척 반가웠다. “영어 잘하는 아시안을 처음 보았다”던 시골 출신 동료들과는 이제 정말 전우가 되었다.
조카들이 보고 싶다. 이번 크리스마스를 위해서는 조카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다. 힘들 때마다 TV 뉴스에 군인만 나오면 ‘삼촌’인지 확인하려고 달려온다는 조카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 역사가 쓰여지는 현장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과 제2의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현실에서 오는 자긍심에 위로를 얻는다. 또 다른 한해를 맞았다. 형수, 조카 모두들 건강하길 기원한다.
“현지 주민 힘써 돕는 미군모습 보도 됐으면”
101 공수사단 잔 우 대위
제101 공수부대 항공연대 대대장 잔 우 대위가 자신이 조종하는 아파치 헬기 앞에서 아버지 우호룡씨와 기념촬영을 했다.
웨스트포인트 출신인 잔 우 대위는 미 육군 핵심 전투부대 중의 하나인 제101 공수부대 항공연대의 대대장이다. 현재 우 대위는 재배치를 앞두고 부대원들과 함께 열심히 훈련에 임하며 땀을 흘리고 있다.
새해를 많아 우 대위의 소망은 언론이 이라크전을 보도할 때 선정적이고 부정적인 면만 강조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우 대위에 따르면 물론 미군 주둔에 반대하는 이라크인들이 많지만 독재자를 몰아낸 미국에게 감사의 뜻을 표현하는 이라크인들도 많다는 것이다. 특히 병사들은 전투에 임하는 만큼 이라크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애써 노력하고 있는 것이 진정한 미군의 모습이다. 병사들이 학교를 건설해 주고, 굶주린 아이들과 노약자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타고난 무장 스타일인 우 대위 역시 다른 한인 군인들 같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래서 우 대위는 한인들이 의사, 변호사, 또는 돈 많이 버는 전문직 종사자가 되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한인이 미국사회에 뿌리를 내리는데 거름이 되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도 많이 진출하기를 바라고 있다.
또 다른 새해 소망 있다면 전쟁터에 있는 군인들에게 많은 위문편지가 우송되기를 원한다. 이라크 근무 때 생전부지의 초등학교 학생이 보내온 편지를 받고 나서 기뻐했던 경험을 예를 든 우 대위는 한인들도 군장병 위문의 물결에 동참해 주기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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