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제35 방공여단 병사들이 지난해 12월10일 오산 공군기지 패트리어트 미사일 앞에 도열해 있다.
미 국방부등 전문가가 본 최악 플랜
이라크 전쟁과 미국 대선으로 관심도 서열에서 뒤로 밀렸던 북핵 문제가 새해엔 선두로 나설 전망이다. 한반도 기류에 대한 ‘점괘’는 수두룩하다. ‘족집게 도사’는 연말이면 가려지겠지만, 미국의 선제공격, 북한의 남침, 북한 붕괴는 현실화하지 않아야 한다. 왜 이러한 상황을 피해야 하는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의 분석과 미 국방부의 전략을 토대로 조망한다.
① 미 공군 동원 핵시설등 선제공격 북 전면전 일으켜 보복할까 우려
② 북 내부 불안 해소위해 대남공격 인명 살상·재산피해 6.25보다 커
③ 폭동·권력투쟁으로 북 체제 붕괴 군부 무력충돌 미·중 개입 대혼란
④ 미 무력 과시해 북한군 대응 유도 북 군사력 소진시켜 쿠데타 자극
미국의 선제공격은 북한이 소형 핵 장치를 국제 테러조직에 은밀히 판매하기로 합의했다는 믿을만한 정보를 입수하면서 논의된다. 미국은 북한을 맹렬히 비난하고 북한은 제국주의 세력에 맞서겠다고 나온다. 얼마 후 정보 보고서가 발표된다. 24시간 내 남포항에 정박한 배에 핵 장치가 선적될 것이라고 밝힌다.
미국은 이 정보를 공개하기 전 한국이나 일본에 미리 알릴 것을 고려하지만 미 행정부 내 강경파의 주장대로 ‘비공개’로 결정한다. 한국정부 내 북한에 우호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의식해서다. 선제공격 몇 분 전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이를 알린다. 그리고 남포항에 정박한 배를 가격한다. 북한은 서울을 향해 보복 공격을 한다. 전면전으로 치닫는다. 북한이 패퇴하지만 인명살상은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다.
미국이 북한의 주요 목표물에 선제 정밀 타격을 가하는 방안도 있다. 위협 요소만을 도려내는 군사 행동이지 대규모 전쟁은 아니다. 북한의 핵무기 생산, 저장, 배치 등과 관련 있는 시설만을 공격한다. 1981년 이스라엘이 이라크의 핵발전소를 선제 공격한 것과 흡사하다. 북한의 영변 등 재처리 시설들을 동시에 가격하기 위해 B-2 스텔스 폭격기와 F-117 전투기를 출격시킨다. F-117 전투기는 주한미군에서, B-52s, B-1Bs 등은 괌 부대에서 동원한다.
1993-1994년 1차 북한 핵 위기 때 빌 클린턴 행정부내 군 관계자들은 영변에 대한 정밀타격 계획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수 개 비행 중대를 증강하고, 지상군 2사단을 보강하기 위해 수 개 보병 대대를 추가하며 전투기와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한 항공모함을 추가 배치하는 것이었다.
미 전투비행단은 1998년 5개월간에 걸친 훈련 끝에 최종 가상 공격작전을 감행하기 위해 노스캐롤라이나 시모어 공군기지를 출발해 에이본 팍 폭격장으로 날아갔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연습이다.
정밀타격의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 2003년 2월 B-52Hs기 12대와 B-1Bs기 12대가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됐다. 3월 10일 약 24대의F-15Es기와 800명의 조종사가 오산 공군기지에 배치됐다. 또 3월 14일 F-117s기 6대가 군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이들 군사력이라면 정밀타격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미국이 준비한 군사력을 일시에 집중한다면 북한에 있는 목표물 612~756개를 파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에는 무리가 따른다. 우선, 아무리 정밀 타격을 가한다 해도 북한의 핵 관련 시설을 모두 제거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둘째, 북한은 지하에 군사시설이 많다. 바로 이러한 특징이 정밀 타격의 효용성을 낮춘다. 셋째, 영변이나 인근의 핵 시설에 공습을 가해 방사능이 유출된다면 상당히 넓은 지역에 피해가 미친다. 북한 지도부는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해 대단히 민감하다. 미국이 제한적으로 공습을 하더라도 북한은 전면전으로 보복할 수 있다.
정밀타격이 북한의 보복을 부르지 않기 위해서는 핵 시설 뿐 아니라 군사 지휘통제 체계가 가동되는 목표물까지 단번에 파괴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의 남부지역과 일본까지 사정권에 두고 있는 미사일 요새도 포함시킨다. 그래야 정밀타격 때 파괴하지 못한 군사 시설을 무력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정밀타격 대상을 늘리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미국의 대 북한 선제 공격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의 ‘불안정한 안정’을 박살낸다.
한반도 군사분쟁은 북한의 남침으로도 가능하다. 북한은 영변에서 고의로 폭발을 일으킨다. 그리고는 미국이 공격했다고 선전한 뒤 한국을 공격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북한은 주한미군만을 목표물로 한다. 한국은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해 북한이 보복 공격한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각국은 진상 파악에 부산하다. 결국 북한의 계략임이 밝혀진다. 그러나 미국의 대응이 문제다. 북한에 보복하자니 전면전으로 비화할 게 우려된다. 또 북한의 핵이 걱정된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위신이 안 선다.
북한이 주한미군만을 타겟으로 하지 않고 한국을 전면 선제 공격한다고 치자. 한-미의 대응책은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북한의 남침, 2단계는 한국의 방어, 마지막 3단계는 미국의 대응 공격이다. 북한 지도부는 내부 불만의 해소, 무력통일 차원에서 대남 공격을 시도한다. 단기간에 국군과 주한미군의 주력부대를 무력화시킨다는 전략이다.
제 2단계는 한국 방어다. 북한의 남침 후 5~15일 동안 국군이 버티거나, 한-미 연합군이 전열을 정비해서 반격할 채비를 갖출 때까지 추가로 15~20일 동안 더 버틴다. 국군은 훈련, 장비 관리, 병참, 정찰, 통신 장비에서 북한에 앞서 있다. 또 한-미 연합군은 군사 기술면에서 북한군보다 우위에 있다.
제 3단계는 미군의 반격이다. 북한이 서울 주위를 장악하는 데 실패하고 비무장지대로 다시 밀려간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북한 공격을 격퇴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북한 깊숙이 밀고 들어가 북한정권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다. 평양을 포위하고 북한 정권을 바꿔버린다. 북한의 군대도 해체한다. 미국은 병력 69만명, 군함 160척, 전투기 1,600대를 전쟁 발발 90일 내에 한국에 배치한다. 한미연합군의 승리로 끝나지만 인명살상, 재산피해 규모는 6.25 때를 월등히 능가한다.
북한 체제가 붕괴해도 한반도는 혼란에 빠지고 만다. 후유증이 적은 북한 붕괴 시나리오는 이렇다. 북한 내부의 폭력사태가 번지기 전에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국과 협의아래 신속하고도 신중하게 평화유지군을 구성해 북한에 들어간다. 북한군을 질서정연하게 해체하고 핵 관련 시설이나 무기를 확보한다. 북한이 한국의 헌법에 따라 한국에 귀속되도록 필요한 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한다. 한국-미국-일본의 정치 군사동맹을 강화한다. 북한 정권 와해에 따른 주민의 대거 ‘한국행’은 한국의 경제력으로는 감당하기 버겁다.
하지만 아주 위험한 시나리오도 있다. 김정일이 사망하면서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이 와중에 군부간에 군사충돌이 발생하는 것이다. 군부 일각이 국경 지역의 중국군을 포격하면서 중국군이 북한으로 진군한다. 미국도 핵무기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북한 군사시설을 공격한다. 한마디로 한반도는 아수라장이 된다.
북한의 군사력을 소진시켜 자멸하도록 유도하는 작전도 있다. 주한미군은 사전분쟁 작전을 개시한다. 북한은 군사력이 무진장하지 않다. 경제력에서는 한국에 크게 떨어지고 순수하게 군사능력만 보아도 미국과 견줄 바가 아니다. 이러한 북한의 군사력을 조금씩 약화시키는 게 주목적이다. 상대의 금융 네트웍을 훼손하거나 전략적으로 허위정보를 흘려 적진을 교란시킨다. 외부 세계의 압력 등에 유난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북한의 신경을 바짝 올리는 작전이다.
RC-135 정찰기로 운을 뗀다. 이 정찰기가 북한 상공을 비행한다. 북한은 미군 정찰기의 자국 영공 침범에 요격기를 출격시킨다. 미군 정찰기는 재빨리 자리를 뜨면 그만이지만 북한 요격기는 쓸데없이 아까운 연료를 낭비하게 된다. 연료 부족에 허덕이는 북한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아무튼 미군으로서는 이렇게 해서 북한의 군사력을 감퇴시킨다.
북한의 힘을 빼는 다른 방법도 있다. 미군이 군사훈련을 실시한다. 아무도 모르게 갑자기 하든가 아니면 훈련 직전에 공개한 뒤 한다. 그러면 북한군은 미군의 진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리 마련된 비상대응을 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일 것이다. 이 요새에서 저 요새로 병력과 무기가 이동할 것이다. 식량, 물 등 기본적인 군수물자도 이 과정에서 소비된다. 미국은 북한군의 비상 대응 움직임으로 북한군의 전쟁계획 등을 간파할 수 있다. 이 작전이 수행되면 북한 군부는 군사력이 점점 소진돼 가고 있는 상황에 불만이 고조된다. 김정일 체제에 대항해 쿠데타를 자극하자는 복안이다.
새해 한반도 기류가 한랭전선일지 온난전선일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대북 선제공격, 북한의 남침, 북한 붕괴 등은 막아야 한다. 한반도와 동북아 안정에 득이 되지 않는다. 민족의 재앙을 부를 군사충돌과 혼란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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