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2천가구…‘확실히 뜬’신도시
뻗어나는 한인 생활권 발렌시아
78%가 백인… 절반이 10년 안된 새 집
범죄율 낮고 학군 좋은 교육구 자랑
한인업소 50여곳 추산… 타인종 상대 많아
한인업소 4곳이 모여 있는 발렌시아 상가의 업주들과 직원들. ‘발렌시아 마켓’ 이명철 사장, 한식당 ‘고향’의 조경옥씨와 루디아 조 사장, ‘30세기 부동산’의 영 조·줄리 김씨, 마켓 안 화장품 업소의 크리스틴 장 사장.
마켓에 ‘샵 인 샵’으로 입주해 있는 화장품 업소.
발렌시아 마켓에서 이명철 사장이 계산대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
한인 밀집지라면 LA와 오렌지카운티만을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한인 인구가 늘어나고 경제력이 커지면서 한인들의 생활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LA에 비해 집값 저렴하고 공기 좋은 곳을 찾아 나선 한인들의 ‘동진’과 ‘북진’ 현상은 두드러지다. 새 해를 맞아 대표적 신흥 주거지로 떠오르고 있는 발렌시아와 랜초 쿠카몽가를 다녀왔다.
LA에서 북쪽으로 약 30마일, LA카운티 샌타클라리타시 소속인 발렌시아는 최근 10년간 남가주에서 가장 확실히 뜬 도시로 꼽힌다.
인구 약 16만5,000여명을 헤아리는 샌타클라리타는 발렌시아를 비롯 스티븐슨랜치, 뉴홀, 캐년컨트리, 소거스 등 5개 커뮤니티로 구성돼 있으며 인종분포는 지난해 8월 현재 78%가 백인, 아시안은 9%로 집계되고 있다.
최근 한인들의 인구 유입이 급속히 늘어난 이유는 ▲주택의 50%가 91년 이후 건축된 신규 건물인데 비해 다른 지역보다 집 값이 쌌고 ▲연방수사국(FBI)의 도시별 범죄 자료에 따르면 미국내 인구 25만명 이하 도시 중 가장 안전한 도시에 랭크됐으며 ▲뉴홀, 소거스, 서펄 교육구가 관장하는 초등학교와 윌리엄 하트 교육구가 관장하는 중·고교 공립학교들이 가주 상위 10%에 포함, 학군이 좋은 점 등이 꼽힌다.
▲한인 인구유입 및 상권조성 현황
최근 2~3년간 한인 인구유입이 워낙 급격히 늘었다.
2002년 10월 창간돼 부동산, 교육 등 샌타클라리타 및 샌퍼난도 밸리의 지역 소식을 커버하고 있는 무료 월간지 ‘코리안 라이프’에 따르면 현재 샌타클라리타의 한인 가구수는 최대 2,000가구, 한인운영 업소는 세탁소를 제외하고 50여개로 추산된다.
업종은 세탁소와 일식당, 비디오, 한의원, 치과, 학원, 데이케어, 컴퓨터, 셀폰, 커피샵, 미용실 등 다양하며 특히 일식당은 경쟁적으로 생기기 시작해 총 30개 중 한인운영이 최소 8개 이상이다. 한인 교회 역시 8개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코리안 라이프’의 발행인 김용준씨는 “올 초만 해도 한인 가구수는 1,500여개로 추정됐으나 급속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발렌시아에 17년 거주했다는 부동산회사 ‘프레드 샌즈’의 줄리 신 에이전트는 렌탈 거주자 중 학군이나 쾌적한 주거환경을 찾아 한국에서 바로 온 신규 이민자가 상당수라고 한다.
신씨는 “1년 전 발렌시아의 가구당 평균 소득은 6만달러 이상으로 높은 편”이라며 “스시 등 백인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요식업이나 기프트샵, 미용 관련 업종, 바디샵, 리커스토어 등 스몰 비즈니스를 차리기 위한 한인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30세기 부동산’의 줄리 신 에이전트에 따르면 세탁소의 99%는 한인 소유다. 비즈니스 자리를 찾아달라는 한인들의 의뢰가 많으나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 특히 커피샵, 샌드위치 샵, 아이스크림 샵, 테리야끼 등 주인이 달라붙어서 하는 것보다 직원을 두고 할 수 있는 업종이 인기라고 한다.
신씨가 제시하는 샌타클라리타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성공하기 위한 기본 요령은 우선 미국인의 정서를 이해하고, 언어 소통에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발렌시아에서 장사해 보니
발렌시아는 신흥도시인 만큼 한인상권이 밀집되기 보다 흩어져 있고, 주류 대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한인 업소가 모여 있는 곳은 한국 마켓과 한국 비디오, 한식당, 30세기 부동산 등이 입주해 있는 발렌시아의 상가와 뉴스타 부동산, 태권도장, JEI 재능교육 등이 영업중인 스티븐슨랜치의 상가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5월 처음 오픈한 ‘발렌시아 마켓’은 3,000스퀘어피트의 중형 한국 마켓. 작아도 있을 건 다 있어서 드링크, 야채, 고기, 김밥, 떡 등 한인들이 필요로 하는 품목은 거의 갖추고 있으며 건강식품과 화장품 등 ‘샵 인 샵’도 있다.
마켓이라는 특성상 이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차리려는 한인이면 꼭 한번씩 와서 지역 정보에 대해 물어가곤 하는데 시 규정이 까다롭다며 포기한 한인들도 상당수라는 설명. 발렌시아는 어바인처럼 도시계획이 뛰어나 간판의 모양, 크기 등 세세한 부분까지 규격화돼 있다고 한다.
지난 5월엔 한식당 ‘고향’(사장 루디아 조)이 오픈했다. 한식 위주이고 캘리포니아 롤 등 일식을 추가한 이 곳 역시 50%는 타인종 손님이다.
발렌시아와 스티븐슨랜치, 밴나이스에 3개 지점을 운영하는 일식당 ‘교토’는 100석 규모인 발렌시아 지점의 월 매상이 15만달러라고 한다.
5년전 스티븐슨랜치에 이어 2년전 발렌시아 지점을 연 박천일 사장은 “5년 전만 해도 손님이 줄을 설 정도로 장사가 잘 됐으나 최근엔 경쟁이 치열해져 덜한 편”이라며 “30~34세의 젊은 백인 손님이 주류인데 단골이 꾸준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한인 대상보다 장사는 수월하다”고 말했다.
30~40대가 주류… 활기 넘친다
뻗어나는 한인 생활권 랜초 쿠카몽가
210Fwy 연장 개통후 인구 급속히 유입
‘싼 집값 좋은 학군’한인 2~3년전부터 몰려
한인 상권은 태동단계… “개발속도 눈부셔”
“새해엔 랜초 쿠카몽가가 더 뜰 겁니다”
랜초 쿠카몽가의 한인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우(부동산), 글로리아 손(미용실), 주디 현(부동산), 이현미(비디오), 이영세(세탁소)씨.
랜초 쿠카몽가에 한인들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한인 비디오 업소도 생겼다.
랜초 쿠카몽가의 한인업소가 밀집한 상가.
2년 전 다우니에서 랜초 쿠카몽가로 이주했다는 이현미씨는 좋은 학군과 낮은 범죄율, 양호한 비즈니스 여건 등 랜초 쿠카몽가 자랑에 여념이 없다.
랜초 쿠카몽가가 한인들의 신흥 주거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씨처럼 타 지역에서 랜초 쿠카몽가로 들어오는 한인들의 유입은 급증세다. 한인 부동산 관계자들은 랜초 쿠카몽가를 중심으로 노스 폰태나와 업랜드 등의 한인 인구는 3년 전 2,000여명 수준에서 최근 1만명까지 늘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새 집이 많고 좋은 학군, 특히 210번 프리웨이 연장 구간이 개통하면서 LA로의 출퇴근이 한층 쉬워진데 따른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국 상위의 붐타운
LA 다운타운에서 동쪽으로 40마일 거리에 위치한 랜초 쿠카몽가는 전체 면적이 36.5평방마일. 랜초 쿠카몽가의 경우 한인들의 유입만 많은 것이 아니다. 얼마 전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지난 3년간 가장 인구가 많이 늘어난 25개 도시 중 랜초 쿠카몽가와 폰태나는 모두 10위권에 포함됐다.
어바인과 마찬가지로 계획된 도시로 전원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갖췄지만 LA나 오렌지카운티의 한인 선호 거주지역에 비해 평균 30%나 낮은 집 값, 향후 발전 가능성에 있어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적 위치도 강점. LA와 인랜드 카운티를 연결하는 요충지인데다 바로 남쪽에는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온타리오 공항이 자리 잡고 있다.
▲인구 및 소득, 주택가
랜초 쿠카몽가의 인구 증가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0년대 2만여명에 불과하던 인구는 최근 14만명으로 불어났으며 2010년에는 17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랜초 쿠카몽가의 강점 중 하나는 ‘젊다’는 것. 중간 연령은 32세이며 30~49세 연령층이 전체 인구의 40%에 육박한다.
이 곳에서는 아직도 백인이 ‘머조리티’다. 전체 인구의 60%를 상회하며 히스패닉(23%), 한인 등 아시안(7%)이 뒤를 잇고 있다. 중간 가구 수입은 6만7,752달러, 평균 가구 수입은 8만897달러에 이르고 전체 인구의 23%가 대졸 이상.
중간 주택가는 기존 주택이 34만2,710달러, 새집은 30만6,129달러. 특히 90년대 들어 대규모 주택단지들이 들어서고 있다. 특히 이 곳은 계획도시로 개발, 단독주택, 타운홈, 아파트 단지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수한 학군 및 자급 도시
현재 랜초 쿠카몽가에는 초등학교 11곳, 중학교 4곳, 고등학교 4곳 등 23개의 공립 학교가 있다. 특히 에티완다 교육구내 초·중학교와 채피 통합교육구내 채피, 에티완다, 라스 오소스 고교 등은 신흥 명문고로 발돋움, 한인들을 끌어들이는 요인 중 하나. 지난 2001년 개교한 라스 오소스 고교는 9~12학년까지 2,200여명이 재학중이며 각종 경시에서 높은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또 채피 칼리지, 유니버시티 오브 라번, 유니버시티 오브 레드랜즈 등 3곳의 대학도 소재하고 있다.
랜초 쿠카몽가 내 학교들의 성적은 샌버나디노 카운티 도시 가운데 거의 최상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2001년 SAT 성적은 평균 979점을 기록했다.
▲한인 거주 현황
한인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랜초 쿠카몽가에 한인들이 본격적으로 몰린 것은 2~3년전. 부동산 시장의 호황으로 LA나 오렌지카운티 내 집값 상승률이 두 자리수로 치솟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 곳에 몰리기 시작했다. 특히 210프리웨이 연장구간 개통은 한인 유입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전의 LA 다운타운까지 1시간30분 걸리던 시간은 45분으로 단축됐다. 이 프리웨이는 2007년 빅베어의 30프리웨이까지도 연결될 계획이다.
한인들의 경우 우수한 학교가 모여 있는 베이스라인 길 북쪽과 동쪽으로는 폰태나의 시에라 길 서쪽에 밀집해 거주하고 있다.
뉴스타 랜초 쿠카몽가 지점의 이진우씨는 “랜초 쿠카몽가 지점이 3년 전 문을 열 당시만 해도 이 정도로 한인이 몰릴 줄은 몰랐다”며 “우리 업체의 경우 1년에 1,000여채씩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특히 이 곳을 찾는 한인들의 경우 LA 한인타운에서 비싼 렌트를 내던 30~40대 퍼스트 홈 바이어가 가장 많으며 투자용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꽤 된다고 한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마켓이나 세탁소, 리커스토어 등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병원이나 미 기업에 근무하는 한인들도 많다.
다른 중소도시와 달리 랜초 쿠카몽가는 산업 기반이 탄탄하다. 인근에 큰 기업이나 유통업체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지난해 이 지역에서 창출된 일자리는 3만여개에 달한다.
본격적인 한인 상권은 아직 태동하지 않았으나 하나 둘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미용실과 비디오업소 등이 자리잡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조그만 한인마켓도 오픈했다.
한인들은 랜초 쿠카몽가에 대체로 만족스러워한다. 글로리아 손씨는 “예전에 비해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아직도 공기 좋고 인심 후한 곳”이라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는 “높은 주택가와 교통체증에 찌든 LA 한인들에게 특히 이 곳으로의 이주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2년전 폰태나 새집으로 이주한 송혜진씨는 “자고 일어나면 새집이 들어설 만큼 개발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에티완다 교육구 지역은 한인들이 많이 밀집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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